최근 반일감정이 꽤 높아졌다. 이전부터 야구나 축구를 비롯한 모든 스포츠 종목에선 일본과 맞대결하면 의미가 남달랐다. 전 국민이 하나 된 마음으로 응원했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인정할 수밖에 없는 일본 출신 선수가 한 명 있다. 바로 스즈키 이치로다.
2019시즌을 끝으로 메이저리그에서 은퇴한 이치로는 1973년생이다. 불혹을 넘긴 무려 46세까지 현역 선수 생활을 했다. 타고난 재능도 있지만 만들어진 천재라는 평가도 있다. 메이저리그 마지막 시즌 스프링캠프 당시 이치로의 체지방률은 7%였다. 시애틀 팀 내 나이가 가장 많은 선수임에도 불구하고 체지방률이 가장 낮았다. 선수와 일반인의 차이가 좀 있는데 보통 15~18%를 정상, 21% 이상을 비만으로 평가한다. 이치로가 낮은 체지방률은 유지한 비결은 뭘까. 대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지독하고 철저한 자기관리다.
이치로는 경기가 있는 날이면 일과를 분 단위로 정확하게 운영했다. 철저하게 자신의 루틴을 지켰다. "발이 건강해야 한다"며 더그아웃에서 1인치짜리 나무 막대기로 발바닥을 문지른 건 익히 알려진 일화 중 하나다. 누구보다 열심히 땀 흘리니 그 결과 20대부터 40대 중반까지 체중 변화가 1파운드(0.45㎏)에 불과할 정도였다. 천재는 99%의 노력과 1%의 재능이라는 말이 있듯 우리가 알고 있고 인정하는 천재의 모습은 끊임없는 노력과 고민 그리고 도전으로 일궈낸 과정의 결과이다.
운동선수의 자기관리는 좀 더 특별하다. 꾸준함을 위한 필수조건이다. '자기관리'란 쉽게 이해하면 실패와 성공을 위한 과정 중 자신의 외적 내적 요인들을 통제하고 조절하면서 실패의 원인이 무엇인지 알고 이를 극복하는 모든 과정이다. 사람의 신체적 능력은 유전적 요인과 후천적 요인에 의해 개인차가 있지만, 후천적 요인 즉, 훈련과 자기관리를 위한 노력의 성과가 50% 이상의 비율을 차지한다.
타고난 신체 능력을 바탕으로 성공한 선수도 있겠지만, 조막손 투수 짐 애보트처럼 노력과 땀으로 신체적 한계를 극복하고 성공을 일궈낸 선수도 많다. 애보트는 태어날 때부터 오른손이 없었지만, 왼손 하나로 노히트노런을 달성하는 등 빅리그에서 롱런했다. 메이저리그 통산(10년) 승리만 87승이다.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과 고민을 반복하면 극복할 수 없는 한계가 있을까. 인간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뇌 용량의 10% 정도만 사용한다고 한다. 아직 인간이 극복할 수 있는 영역은 90%나 남아 있다.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고 90%의 가능성을 현실로 만들기 위한 끊임없는 고민과 노력 그리고 시행착오에 대한 나만의 해답을 찾는 게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모든 운동 종목에서 경기력은 체력과 기술, 심리의 상관관계로 설명이 가능하다. 체력을 바탕으로 보다 정확하고 다양한 기술구현이 가능하고 완성된 체력과 기술은 심리적 제어를 통해 경기에서 100% 수행될 수 있어야 한다. 야구를 높은 체력이 요구되는 종목으로 여기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다른 종목과 비교했을 때 극단적으로 근력과 파워, 순발력이 중요시될 수 있다. 또한 야구의 경기력 결정 요인으로 심리 50%, 체력 10%, 기술 40%로 구분하기도 하기도 한다. 흔히 야구를 '멘탈 싸움'이라고 말하는 것도 바로 이 이유다.
4타수 4안타의 맹타를 휘두르는 날 그 타자에게 물어보면 야구공이 볼링공처럼 보인다고 한다. 선수의 당일 컨디션 조절이 어떻게 되었는지도 확인해볼 필요가 있겠지만, 뜬금없이 어느 날 자고 일어났더니 야구공이 볼링공처럼 보이지는 않을 것이다. 누구나 하루 24시간이고 1년 365일의 시간 속에 살아간다. 그렇지만 그 시간을 활용하고 노력하는 과정은 다 다르다. 야구를 비롯한 운동선수는 항상 고민해야 한다. '왜'라는 질문을 나 스스로 끊임없이 던지고 괴롭힐 수 있어야 한다. 이치로가 그랬던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