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6일 키움은 롯데와 2대1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외야수 추재현(21)을 내주는 대신 왼손 투수 차재용(24)과 내야수 전병우(28)를 받았다.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세 선수 모두 1군 주전 전력이 아니어서 전력에 큰 영향 없는 백업 교환 정도로만 받아들여졌다.
약 두 달 정도가 지난 상황. 트레이드의 무게 중심은 키움 쪽으로 확 기울었다. 전병우가 '복덩이'에 가까운 활약을 연일 보여주고 있다. 수비는 물론이고 공격에서도 존재감이 대단하다. 특히 지난주 열린 6경기에 모두 출전해 타율 0.375(24타수 9안타) 1홈런 6타점을 기록했다. 6일 고척 LG전에선 9회말 끝내기 안타로 팀의 5연승을 견인했다. 일간스포츠와 조아제약은 전병우를 6월 첫째 주 MVP로 선정했다.
롯데를 떠나 키움에서 자리 잡기 시작했다. 2015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3라운드 지명을 받고 롯데 유니폼을 입은 전병우는 2018년 1군에 데뷔해 강렬한 임팩트를 남겼다. 27경기에서 타율 0.364(66타수 24안타)를 기록했다. 그러나 기대를 모은 지난해 29경기 타율이 0.098(51타수 5안타)로 확 떨어졌다. 허리 부상이라는 악재가 성적 하락으로 연결됐다.
키움은 3루가 가능한 전병우에 주목했다. 트레이드 당시 김치현 키움 단장은 전병우에 대해 "장타율과 출루율이 우수해 타선에서의 활용도가 높은 선수"라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시즌 초반 기복 있는 모습도 보였지만 최근 활약은 4번 타자 못지않다. 특히 키움은 3루수를 생각하고 영입한 외국인 타자 테일러 모터가 성직 부진으로 퇴출당했다. 또 다른 3루수 대안인 김웅빈은 햄스트링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한 상태. 어느 때보다 전병우의 활약이 반가운 이유다. 그는 "경기가 끝나면 잘했다는 연락이 많이 오니까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주간 MVP로 선정된 소감은. "이런 상이 있다는 걸 잘 몰랐는데 받게 돼 영광이다.(웃음) 잘해서 또 받을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
-좋은 타격감의 비결이 있나. "타석에 들어섰을 때 많은 생각하지 않고 자신감 있게 타격 중인데 그 부분이 잘 맞아 떨어지는 것 같다. 원래 타석에서 생각이 많았는데 (박)동원이형이 '너무 생각하지 말고 편하게 치라'고 조언을 해주셨다. 그 얘기 듣고 최대한 생각하지 않고 하려고 했던 게 좋은 결과로 연결됐다."
-전환점이 됐던 경기나 순간이 있을까. "(5월 31일) KT와 할 때 첫 타석(삼진)에서 안 좋게 끝났다. 두 번째 타석에 들어서는데 포수가 타임을 걸고 마운드로 올라가더라. 당시 3루에 계시던 조재영 코치가 다가오셔서 어깨를 딱 치면서 '병우야 후회 없이 돌려라'라는 말을 하셨다. 바로 2루타를 쳤는데 그다음부터 잘 풀리는 것 같다. 2군에서 잘하고 왔어도 심리적으로 안정되지 못했던 거 같은데 좋은 쪽으로 해결이 됐다."
-스프링캠프가 끝난 뒤 트레이드가 됐는데 혼란스럽지 않았나. "혼란보다는 아쉬움이 있었다. 하지만 새로운 팀에 가서 새로운 기회를 받을 수 있는 거니까 경쟁해서 잘해야 한다는 마음이 더 강했던 것 같다. 롯데에 있는 형들도 좋은 기회고 전환점이 될 수 있으니까 가서 자리 잡으라고 말씀해주셨다."
-익숙한 3루가 아닌 2루수로도 출전 중인데. "프로 입단 후에는 3루수 위주로 출전했다. 2군에서 2루수로 많이 뛰었고 무엇보다 대학교(동아대) 때 2루수로 많이 출전해 지금 느끼는 부담은 덜하다."
-포지션 경쟁자 김웅빈이 부상으로 빠져 더 역할이 중요해졌다. "책임감보다는 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려고 한다. 하지만 같이 경쟁하던 친구가 다쳤는데 빨리 돌아와서 경쟁해야 내 실력도 늘 수 있다. 복귀해 같이 경쟁하면서 재밌게 했으면 한다."
-이번 겨울 포커스를 맞춘 부분이 있다면. "작년에 허리 부상 여파로 배트 스피드가 많이 떨어졌다. 내 스피드를 올리려고 노력했다. 지금은 기대했던 대로 배트 스피드나 순발력이 나오면서 전체적으로 괜찮아진 것 같다."
-느끼는 보완점이 있을까. "지금은 잘 맞고 있어서 보완해야 할 부분보다는 이 페이스를 잘 유지해야겠다는 생각이 크다. 페이스라는 건 오르락내리락하는 거니까 안 될 때 보완점이 나오지 않을까 한다. 지금은 체력 관리가 중요한 것 같아서 잘 먹고 잘 자려고 노력하고 있다."
-잔여 시즌 목표는. "풀타임을 한 번도 뛰어 본 적이 없다. 계속 다치지 않고 몸 관리 잘해서 페이스 떨어지지 않은 상태로 계속 주전으로 나가는 게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