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정수빈이 다이빙캐치로 잡아내고 있다 타순은 맨 뒤에 있지만 팀 기여도는 상위권이다. 두산 외야수 정수빈(30)과 KT 내야수 심우준(25) 얘기다.
정수빈은 올 시즌 출전한 55경기에서 타율 0.253·1홈런·19타점을 기록했다. 규정 타석을 채운 두산 타자 가운데 가장 저조한 기록이다. 동료인 박건우도 5월까지 타율 0.214에 그쳤지만 지난달 반등을 시작했다. 지금은 타율 3할을 넘어섰다. 반면 정수빈은 전환점을 만들지 못했다.
심우준은 6월 출전한 25경기에서 타율 0.158에 그쳤다. 규정타석을 채운 KBO 리그 타자 가운데 최하위다. 출루율은 0.247. 시즌 타율(0.237)도 저조하다.
두 타자 모두 스프링캠프에서는 큰 기대감을 줬다.
정수빈은 일본 미야자키에서 진행된 2차 캠프 실전 경기에서 빼어난 장타력을 보여줬다. 이를 본 김태형 두산 감독이 그를 테이블세터로 기용하겠다는 방안을 고려했다. 실제로 개막 뒤 1번 타자로 나서기도 했다. 그러나 정수빈은 리드오프 자리를 오래 지켜내지 못했다.
심우준도 공격 선봉장인 1번 타자의 역할을 준비했다. 팀 후배 강백호가 "얼마나 열심히 준비했는지 잘 알고 있다"고 말할 만큼 심우준은 많은 땀을 쏟았다. 그러나 그는 심리적인 부담감을 이기지 못했다.
타격은 부진하지만 둘의 팀 기여도는 떨어지지 않는다. 정수빈은 리그에서 가장 뛰어난 중견수다. 야구기록 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올 시즌 정수빈의 수비범위 관련 득점기여는 3.35(11일 현재)다. 리그 중견수 가운데 2위다.
정수빈은 날카로운 대각선 타구를도 평범한 뜬공처럼 잡아내는 선수다. 지난 8일 잠실 LG전 3회초 1사 2루에서는 유강남의 좌중간 안타성 타구를 슬라이딩 캐치했다. 평균 대비 수비 승리기여(WAA)도 리그 외야수 가운데 3위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정수빈이 중견수로 나서면 투수들이 심리적으로 안정될 수 있다. 안타 하나를 못 쳐도 수비에서 상대의 안타를 막아내며 더 크게 기여한다"고 말했다. 외야가 넓은 잠실 홈구장에서 정수빈의 가치가 더 빛난다는 의미다. 정수빈만큼 수비로 투수를 지원할 수 있는 선수는 없다.
2번 타자 황재균의 스트라이크 낫아웃 때 3루 주자 심우준이 홈으로 파고들어 득점을 올린 뒤 더그아웃에서 동료의 환영을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심우준은 재치 있는 플레이로 팀에 활력을 더한다.
8일 광주 KIA전이 그의 가치를 증명했다. 심우준은 KT가 4-3으로 앞선 7회초 3루타를 치며 득점 기회를 열었다. 후속 타자 황재균이 원바운드 공에 배트를 헛돌려 스트라이크 낫아웃이 된 상황이었다.
KIA 포수 한승택이 3루 주자 심우준을 한 번 바라보고, 1루로 송구했다. 이때 심우준은 재빨리 홈으로 쇄도, 득점에 성공했다. 앞선 3루타도 페이크 번트 앤드 슬래시로 만들었다.
심우준은 올 시즌 도루 12개를 성공했다. 이 부분 2위다. 지난 시즌에 세운 개인 최다 기록(24개)도 무난히 넘어설 전망이다. 그의 순발력은 수비에서도 빛난다. 텍사스 안타성 타구를 악착같이 쫓아 포구하는 장면이 꽤 많다. 포구 후 송구로 연결하는 동작도 매우 매끄럽다. 저평가돼있던 수비도 매년 발전하고 있다.
정수빈과 심우준은 수비와 주루에서 '기본'을 해주는 선수들이다. 초반 부진이 깊었던 만큼, 공격력도 향상될 여지가 있다. 정수빈은 11일 사직 롯데전에서 15경기 만에 멀티히트를 쳤다. 심우준도 7월 10경기에서 타율 0.250를 기록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