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질문에 많은 이들이 바르셀로나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전설의 미드필더 사비 에르난데스를 꼽는다. 그는 라리가를 넘어 세계 최고의 패스 마스터로 불렸다. 전형적인 패싱 미드필더로 패스에 특화된 선수였다.
사비는 바르셀로나 유스 출신으로 1998년 1군에 데뷔해 2015년까지 767경기를 뛴 전설적인 선수다. 그는 라리가 8회 우승,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LC) 4회 우승 등 바르셀로나에서 총 25개의 우승 트로피를 수집했다.
사비는 또 스페인 국가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2010 남아공월드컵에서 조국을 사상 첫 월드컵 우승으로 이끌기도 했다. 유로 2008과 유로 2012에서도 사비가 없었다면 스페인의 우승은 불가능했다.
바르셀로나의 황금기도, 스페인 국가대표팀의 황금기도 사비의 전성기와 일치했다. 사비의 패싱력에 따라 팀의 운명이 결정됐다. 사비는 2008~09시즌 20도움을 기록하며 라리가 최고의 패싱 미드필더 위용을 뽐냈다.
사비는 2015년 바르셀로나 유니폼을 벗고 카타르 알 사드로 이적했다. 전성기가 끝나가는 시점에서 그가 선택한 길이었다. 사비가 떠난 라리가에서, 또 한 명의 '패싱 미드필더'가 등장했다. 바로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다.
메시는 세계 최고의 '득점 기계' 중 한 명이다. 사비와 뛸 때 메시는 패스를 골로 연결하는 데 집중했다. 하지만 사비가 떠난 뒤 메시의 역할은 조금 바뀌었다. 득점력을 유지하면서 패스에 더 집중했다. 메시는 득점력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선수다. 그가 패스에 집중할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세계 축구 팬들이 주목하기 시작했다.
폭발적인 득점력 때문에 메시가 도움왕을 여러 번 차지한 사실은 그리 부각되지 않았다. 메시는 2017~18시즌 34골-12도움을 기록했고, 2018~19시즌 36골-13도움을 올리며 라리가 역사상 처음으로 2년 연속 득점왕과 도움왕을 동시에 거머쥐었다. 득점과 패스 모두에서 최고의 능력을 갖춘 선수는 세계 축구 역사에서도 찾기 힘들다.
2019~20시즌에도 놀라운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메시는 3년 연속 득점왕과 도움왕을 동시에 노리고 있다. 득점은 22골로 1위다. 도움은 더 압도적이다. 메시는 12일 레알 바야돌리드와 라리가 36라운드에서 아르투로 비달의 결승골을 어시스트했다. 메시는 전반 15분 페널티박스 오른쪽에서 상대 수비수 2명 틈 사이로 볼을 찔러줬다. 공을 받은 비달이 오른발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이 골 덕분에 바르셀로나는 1-0으로 승리했다.
도움 1개를 추가한 메시는 올 시즌 20도움을 달성했다. 개인 최고 기록이었던 19도움을 이미 경신했다. 그리고 11년 전 '패스 마스터' 사비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앞으로 경기가 남아있어, 메시가 사비를 넘을 수 있는 가능성도 있다.
한 시즌 20골-20도움을 동시에 기록한 선수는 라리가 역사상 메시가 최초다. 유럽 5대 빅리그를 통틀어서도 메시는 2002~03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아스널에서 24골-20도움을 기록했던 티에리 앙리 이후 역대 두 번째로 한 시즌 '20-20 클럽' 가입자로 이름을 올렸다.
메시는 라리가에서 441골로 통산 1위를 질주하고 있다. 그렇다면 라리가 역대 최다 도움을 기록한 주인공은 누구일까. 사비가 아니다. 메시다. 그는 통산 도움 184개로 1위다.
펩 과르디올라 감독이 바르셀로나를 지휘하던 시절 수석코치로 함께했던 도메네크 토렌트는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몇 년 안에 메시는 사비처럼 플레이할 것이다. 물론 메시가 그런 플레이를 원한다는 전제하에 전망하는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메시는 라리가 올타임 넘버원 패싱 미드필더의 모습을 보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