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이 유격수 김재호(35)의 체력 관리와 공격력 향상을 위해 2루수 오재원(35)을 활용하는 전략을 세웠다.
주전 유격수 김재호는 최근 경기력이 떨어졌다. 11일 사직 롯데전에서는 실책 2개를 저질렀고, 이는 모두 실점으로 연결됐다. 지난달 17일 잠실 삼성전에 이어 두 번째로 한 경기에서 실책 2개를 범했다. KBO 리그에서 가장 안정감 있는 유격수로 인정받는 김재호의 컨디션이 떨어져 있다는 걸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5월 셋째 주 두산 주전 1루수 오재일(34)이 옆구리 부상, 3루수 허경민(30)은 손가락 부상으로 이탈했다. 김재호도 어깨 통증이 있지만, 참고 뛰었다. 통증과 피로가 쌓인 탓에 공격과 수비 모두에서 제 실력이 나오지 않았다.
김태형(53) 두산 감독은 그동안 김재호가 보여준 책임감에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그러나 언제까지 선수의 투지에 의지할 수는 없었다. 김태형 감독은 대안을 만들었다.
주전급 멀티 내야수던 류지혁(26)은 지난달 KIA로 이적한 상황이었다. 류지혁을 대신했던 3년 차 내야수 권민석(21)은 타격 성적이 좋지 못했다. 결국 김태형 감독은 포지션 전환을 시도했다. 김재호가 잠시 휴식기를 가졌던 7월 초, 3루수 허경민을 유격수로 활용했다.
허경민은 12일까지 유격수로서 40이닝을 뛰며 무난한 수비를 했다. 허경민은 광주일고 시절인 2008년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 대표팀에 뽑혀 유격수로 뛴 선수다. 그러나 프로 입단 후 대부분을 핫코너에 섰다. 허경민은 최근 세 시즌(2017~2019년) 동안 유격수로 5이닝밖에 소화하지 않았다.
조금 불안정해 보이지만 이번 개편은 두산 내야진의 '플랜B'에 해당한다. 이런 이동이 가능한 건 오재원이 있기 때문이다.
오재원은 주전 2루수 자리를 최주환(32)에게 내준 상황. 주로 교체 선수로 출전하고 있지만, 타격감이 괜찮다. 오재원은 12일 기준으로 99타석에 홈런 5개, 타점 23개를 기록 중이다. 김태형 감독은 그를 외야수로 활용하려는 구상도 했다. 그는 "오재원의 타격감이 좋은데도 경기에 나가지 못하고 있다. 그를 어떻게든 활용해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김태형 감독은 허경민의 유격수 수비가 다른 백업 선수들에 비해 떨어지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있다. 유격수가 안정되면 최주환을 3루수로, 오재원을 2루수로 쓸 수 있다. 김재호가 유격수를 맡는 것과 비교하면 내야 수비력은 떨어지지만, 오재원을 활용하면서 얻는 점도 분명히 있다. 올 시즌 뒤 FA(프리에이전트) 자격을 얻는 허경민으로서도 3루수는 물론 유격수도 맡을 수 있는 '옵션'을 손에 쥔다. 팀과 개인에게 좋은 대안이 마련된 것이다.
'화수분 야구'로 표현되는 두산의 선수층은 예년보다 얇아졌다. 그러나 내부 순환을 통해 공백을 메울 여력은 아직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