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진혁이 20일까지 때려낸 홈런은 9개(205타석)다. 소속팀 NC가 정규시즌 반환점을 돌기도 전에 두 자릿수 홈런에 근접했다. 지난해 달성한 개인 한 시즌 최다 홈런(13개·390타석)를 여유있게 뛰어 넘을 수 있는 페이스이다. 1년 전과 같은 타석을 소화한다면, 올해 노진혁은 산술적으로 17~18개의 홈런을 때린다는 계산이 나온다.
타격감이 꽤 매섭다. 지난 9일 인천 SK전에선 프로 데뷔 첫 만루 홈런을 터트렸다. 이어 14일과 15일 고척 키움전에선 두 경기 연속 홈런까지 기록했다. 특히 2차전이던 15일에는 외국인 투수 에릭 요키시를 상대로 3점 홈런을 뽑아냈다. 1점대 평균자책점을 유지 중인 요키시가 올 시즌 왼손 타자에 맞은 첫 홈런이었다.
노진혁은 16일에도 키움 조성운으로부터 홈런성 타구를 날렸다. 비디오 판독 끝에 홈런이었던 원심이 2루타로 정정돼 아쉽게 세 경기 연속 홈런에 실패했다. 이와 함께 3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 달성도 미뤄졌다. 그러나 그의 불방망이를 확인하기에는 충분한 장면이었다.
큰 변화는 없다. 노진혁은 "장타력을 높이기 위해 (오프시즌 동안) 따로 준비한 건 없다"며 손사래를 쳤다. 다만 "득점이 필요한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서는 경우가 많아졌다. 그럴 때 외야 플라이라도 치기 위해 허리를 많이 쓰는 스윙을 한다. 그러다 보니 강한 타구가 나오고, 장타로 이어지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홈런과 함께 타점도 늘어나고 있다. 벌써 33타점을 기록하며 지난해 세운 개인 시즌 최다 타점(43개)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홈런도 9개 중 6개를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터트렸다.
노진혁은 성균관대 시절 '야구를 꽤 잘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대학 졸업반이었던 2011년 4번 타자로 나서 대통령기 대학야구대회 우승을 이끌었다. 그해 전국대학야구 하계리그전 타점상, KBO 총재기 전국대학야구대회 도루상을 수상했다. 2012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20순위로 NC의 지명을 받았다. 대졸 내야수 중에선 동아대 신본기(롯데 전체 14순위)에 이어 두 번째로 호명이 빨랐다. 그는 박민우·나성범·김성욱 등과 함께 NC의 창단 멤버다.
노진혁은 2013년 NC의 주전 유격수를 맡기도 했다. 김경문 감독 체제에서 KBO 리그 1군에 첫발을 내디딘 시즌이다. 그러나 그해 117경기에서 타율 0.223(327타수 73안타)로 부진했다. 이후 경쟁에서 밀려 경기 출전수가 확 줄었다. 주 포지션인 3루와 유격수 자리에는 박석민, 모창민, 손시헌 등 베테랑이 활약했다.
지난겨울 유격수 손시헌이 은퇴하면서 빈 자리가 생겼다. 이동욱 감독은 노진혁을 첫째 대안으로 꼽았다. 그는 감독의 기대에 충분히 부응하고 있다. 올 시즌 NC를 리그 1위를 달리는 원동력 중 하나다.
하위 타선에서 노진혁은 한 방으로 흐름을 바꿀 줄 안다. 이호준 NC 타격코치는 "노진혁은 장타를 칠 수 있는 타격 메커니즘을 가진 선수다. 대학교 때 4번 타자도 했었는데, 파워히터의 자질이 있다고 볼 수 있다"며 "손목 힘도 좋고, 본인이 말하는 허릿심을 쓰는 부분들이 잘 어우러졌다. 타격 포인트에 걸리면 홈런으로 연결한다"며 흡족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