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호'는 22일부터 크라우딩 펀딩 사전 등록을 시작한다. 크라우딩 펀딩을 통해 일반인 투자를 모집한다. 사전 등록 후 8월 10일부터 본격적인 투자를 진행한다. 이례적이다. 크라우딩 펀딩은 투자 받기 어려운 독립영화나, 다큐멘터리 영화가 부족한 제작비를 충당하기 위해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SF 블록버스터 '승리호'가 일반인 대상의 투자를 받겠다며 나선 장면은 낯설기 그지없다.
이상한 점은 이것 뿐만이 아니다. '승리호'는 이미 촬영을 완료하고 후반 작업 중이다. 여름 개봉을 검토했을 정도로 완성 단계에 있다. 투자금이 급하게 필요한 시기가 아닌데도 새로운 투자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셈이다. 물론 CG 등 후반 작업에 많은 제작비가 소요되나, 대작 영화가 완성 단계에서 이같은 행보에 나선 것은 분명 흔치 않은 일이다.
'승리호'는 크라우딩 펀딩 모집 소식을 보도자료를 통해 적극적으로 알리면서 "흥행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기대작에 일반인의 투자기회가 생겼다는 것은 영화시장에 큰 변화로 분석된다"며 "코로나19로 위축된 영화 투자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현재 수많은 영화가 개봉이 연기되어 새로운 프로젝트의 투자가 활발치 않은 상황에서 시장에 활력이 될 것으로 영화계의 기대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마케팅의 일환으로 크라우딩 펀딩을 진행하는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일반인의 투자를 받으며 영화를 대중에게 널리 알리고, 투자자가 된 예비 관객들의 응원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역시 영화계 안팎에서는 의아하다는 시선을 보내고 있는 것이 현실. '승리호'가 걸어온 길과 가야할 길이 험난하기에 의구심이 더욱 증폭되고 있다.
'승리호'는 당초 올여름 성수기에 도전장을 내려 했으나 코로나19 사태로 극장가가 여전히 얼어붙어 개봉을 추석으로 미뤘다. 티저 예고편 등을 공개하며 이슈몰이에 성공했지만 결국 코로나19에 백기를 들고 말았다. 추석에 개봉한다 해도 쉽지 않다. 240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대작으로, 손익분기점을 넘어서려면 극장에서 60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해야 한다. 올해 기대작 중 하나인 '반도(연상호 감독)'가 극장가의 전폭적인 지원에도 7일간 200만 관객을 극장으로 불러모았다. 2020년 상반기 전체 극장 관객 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70.3% 줄었다. '승리호'의 손익분기점 600만이라는 숫자가 기적과 같이 느껴질 정도다. 해외 시장에서 코로나19 사태의 돌파구를 찾은 '반도'와도 다르다. '반도'는 185개국에 선판매되며 손익분기점을 250만명가량으로 대폭 줄였다. 반면 '승리호'의 경우 한류스타 송중기의 신작이지만, 중국 한한령이 여전히 걸림돌이다.
'승리호'는 2092년, 우주쓰레기 청소선 승리호의 선원들이 대량살상무기로 알려진 인간형 로봇 도로시를 발견한 후 위험한 거래에 뛰어드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 오는 추석, 메리크리스마스의 생사가 걸린 작품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