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쉬 린드블럼(33), 브룩스 레일리(32), 다린 러프(34), 메릴 켈리(32), 에릭 테임즈(34)…. 무대는 KBO리그가 아니다. 메이저리그(MLB)다. 새 시즌을 앞둔 MLB 선수 명단이다. 24일(한국시각) 뉴욕 양키스와 워싱턴 내셔널스 경기로 지각 개막하는 올 시즌 MLB는 부쩍 늘어난 KBO리그 출신 선수를 보는 재미가 있다.
가장 눈에 띄는 선수는 린드블럼이다. 린드블럼은 지난해 20승(3패, 평균자책점 2.50)을 거두고, 두산 베어스를 한국시리즈 정상에 올려놨다. 그리고 자신은 최우수선수(MVP)가 됐다. 한국에서 맹활약한 린드블럼은 테임즈, 켈리처럼 미국 구단들의 러브콜을 받았다. 그중에서 밀워키 브루어스와 3년간 총액 915만 5000달러(약 110억원)에 계약했다.
린드블럼은 스프링 트레이닝에서도 인상적인 투구를 선보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캠프가 중단됐지만, 몸 관리를 잘했다. 17일 자체 연습경기에서도 잘 던졌다. 2018년 내셔널리그 MVP인 강타자 크리스티안 옐리치를 삼진으로 돌려세우는 등 5이닝 4피안타 무사사구 6탈삼진 1실점 했다.
린드블럼은 홈구장 밀러파크를 떠나 40인 로스터 외 선수들이 훈련 중인 애플턴으로 이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카고 컵스와 개막 3연전이 아닌 피츠버그 파이리츠와 3연전첫 경기(28일)에 나선다는 소식이다. 린드블럼으로선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시절인 2014년 이후 6년 만의 빅리그 선발 등판이다. 린드블럼은 "90개 정도를 던질 준비가 됐다"고 했다. 이후엔 8월 3일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전 등판이 유력하다.
린드블럼과 롯데 자이언츠에서 함께 뛰었던 왼손 투수 레일리도 MLB 컴백을 눈앞에 뒀다. 롯데와 재계약이 불발된 레일리는 초청 선수 자격으로 신시내티 레즈 캠프에 합류했다. 시범경기에서 불펜투수로서 좋은 모습을 보였지만, 코로나19로 마이너리그가 무산되면서 위기에 처했다. 그런데 극적인 반전이 일어났다. 신시내티가 20일 외야수 스캇 셰블러를 양도 지명하면서 레일리를 40인 로스터에 포함했다. 레일리는 KBO리그 시절 좌타자를 상대로 압도적인 성적(피안타율 0.223, 피장타율 0.279)을 기록했다. 올 시즌 좌타자를 상대하는 스페셜리스트 역할을 맡을 전망이다.
삼성 라이온즈 4번 타자 출신 다린 러프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서 뛴다. 러프는 스프링캠프에서 4할대 타율을 기록하며 눈도장을 찍었다. 원래 포지션인 1루수가 아닌 좌익수로 나서기도 했다. 올 시즌에 한해 내셔널리그는 지명타자 제도를 도입했다. 수비가 뛰어난 편인 아닌 러프로서는 더없이 좋은 기회다. 21일 열린 섬머 캠프 오클랜드전에선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 22일 경기에선 1루수로 교체출전했다. 상대 팀 선발이 좌완일 경우 지명타자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원조 ‘코리안 드림’ 테임즈는 올 시즌 유니폼을 바꿔 입었다. 테임즈는 KBO리그에서 엄청난 활약을 펼쳐 2017시즌을 앞두고 밀워키와 ‘3+1년’ 최대 2450만 달러(292억원)에 계약했다. 테임즈는 3년 동안 383경기에 출전해 타율 0.241, 홈런 72개를 기록했다. 밀워키는 4년째인 테임즈에게 올해 연봉 750만 달러 대신 100만 달러 바이아웃(일정 금액을 주고 계약을 종료하는 것)을 선택했다. 워싱턴이 테임즈를 잡았다. 계약 조건은 1+1년, 최대 700만 달러(84억원)다.
테임즈는 올 시즌도 주전이 유력하다. 하위 켄드릭과 함께 1루수, 지명타자를 번갈아 맡을 것으로 보인다. 토론토 류현진과 맞대결도 펼친다. 두 선수는 시범경기에서 만난 적이 있다. 삼진, 유격수 땅볼로 류현진이 압도했다. 정규시즌에는 만난 적이 없다. 토론토와 밀워키는 29일부터 4연전을 치른다.
SK 와이번스에서 4년간(2015~18년) 48승을 올린 켈리는 투수 역수출의 성공 사례다. 지난해 고향 팀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에서 13승 14패, 평균자책점 4.82를 기록했다. 5선발로는 준수한 성적이었다. 다만 지난해 후반기에 부진한 데다, 애리조나가 시즌 뒤 매디슨 범가너를 영입해 불펜행이 유력했다.
그런 가운데 마이크 리크가 코로나19를 이유로 시즌 불참을 결정하면서 켈리는 선발 기회를 다시 잡았다. SK에서 원투펀치로 활약했던 김광현(세인트루이스)과 만나면 흥미진진할 텐데, 올 시즌은 어렵다. MLB는 이동을 줄이기 위해 같은 리그 다른 지구 팀과는 맞붙지 않게 일정을 짰다. 내셔널리그 중부지구 세인트루이스와 서부지구 애리조나의 대결은 포스트시즌에서나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