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대역전승을 거둔 21일 LG전. 강백호는 웃지 못했다. 일단 타격이 부진했다. 무안타로 침묵한 경기다. 6회까지 나선 세 타석은 볼넷 1개와 범타 2개를 기록했다. 7회말 네 번째 타석도 유격수 땅볼로 물러났다. 1-8로 지고 있던 KT가 연속 7득점 하며 동점을 만든 상황에서 나섰다. 이닝 첫 번째 아웃카운트를 내주며 좋은 흐름을 이어 가지 못했다.
5월 16일 삼성전부터 40경기 연속 이어가던 3할 타율이 무너졌다. 종전 0.303에서 0.298로 떨어졌다. 7월 둘째 주 주말부터 치른 8경기에서 타율 0.156에 그쳤다. 이 기간 장타율은 0.281. 강점마저 무뎌졌다. 그동안 득점권에선 약했지만, 개인 성적은 나쁘지 않았다. 시즌 첫 번째 슬럼프다.
이강철 감독은 "실전에서 인플레이 타구가 줄어들긴 했지만, 타격감 자체가 나쁘진 않다고 본다. 결과가 좋지 않다 보니 부담을 느끼면서 스스로 침체되는 것 같다"고 했다. 멘탈 문제로 보고 있다. 이 시기를 극복하면 선수가 더 성장할 수 있다는 믿음도 있다.
실제로 강백호는 여전히 상대 투수에게 위압감을 주는 스윙을 한다. 확신에 찬 스윙을 하는 편이기 때문에 한 번 걸리면 상대 배터리에 타격을 주는 타구로 연결시킨다. 데뷔 세 시즌 동안 슬럼프를 극복한 경험이 있다. 적은 표본으로 부진을 예단할 단계는 지난 선수다.
문제는 타격이 아니다. 경기 집중력이다. 21일 LG전에서 그가 보여준 수비는 프로답지 않았다. 5회초 무사 1루에서는 주루 방해를 했다. LG 타자 김현수가 우전 안타를 치고 1루를 밟은 뒤 2루로 쇄도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한동안 타구를 바라보다 뒤늦게 움직이더니, 타자 주자의 주루 동선을 가로막는 위치로 향했다. 충돌이 일어났다.
매끄러운 중계 플레이가 이뤄졌다. 주루 방해가 없었다면 2루에서 타자 주자의 송구 아웃을 노려볼 만했다. 김현수의 부상 가능성도 있었다. 강백호는 충돌 직전 외야 쪽으로 가려는 스텝을 했다. 커트맨(2루수)이 이미 우익수의 공을 받기 위해 앞으로 향했다. 무슨 의도였는지 알 수 없었다.
8회말 2사 1·2루에서도 실책성 플레이가 있었다. 투수 주권이 김현수에게 우측 땅볼을 유도한 상황. 우측 선상에 붙어 있던 강백호는 2루수 천성호가 포구를 위해 대기하고 있는데도, 공을 향했다가 뒤늦게 동선을 바꿨다. 천성호가 포구한 순간, 강백호는 베이스커버를 들어간 주권과 일직선상에 놓였다. 야수의 시야를 가리거나 송구 조준에 방해가 될 수 있는 움직임이었다. 실제로 2루수의 송구는 빗나갔고 김현수는 세이프됐다.
천성호는 정상 위치보다 우측으로 이동해 수비했다. 유격수도 2루 베이스 근처에서 수비했다. 시프트가 가동된 상황. 김현수 타구에 대한 강백호의 최초 동작은 동료 야수의 위치 파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강백호는 올 시즌부터 1루수로 나선다. 아직 익숙하지 않다. 그러나 앞선 두 장면은 실력 문제가 아니다. 집중력이 저하된 탓이 명백하다.
강백호는 지난 18일 창원 NC전 4회초 타석에서도 안일한 모습을 보여줬다. 볼카운트 2볼-2스트라이크에서 투수 구창모의 변화구에 내던 배트를 멈췄지만, 3루심은 스윙 판정을 내렸다. 이 상황에서 공은 바운드 뒤 백네트까지 빠졌다. 낫아웃 상황. NC 포수 양의지가 황급히 공을 쫓는 와중에도 강백호는 1루로 뛰지 않았다. 배트를 돌리지 않았다는 어필만 하다가 더그아웃으로 들어갔다.
타격감 저하는 일시적 현상이다. 데뷔 3시즌 만에 국가대표 주전 1루수 후보로 떠오른 선수다. 그러나 몇몇 플레이에서 보인 집중력 저하가 현재 그가 야구를 대하는 자세라면 작금의 부진은 더 길어질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