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중일(57) LG 감독이 전날(1일) 선발 투수 교체 상황을 떠올리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현역 사령탑 중 가장 오래 지휘봉을 잡고 있는 최고참 류 감독은 "팀이 앞선 상황에서 5회 또는 그 이전에 선발 투수를 교체하는 것이 가장 어렵다"고 했다.
LG는 9-6으로 승리한 1일 잠실 한화전에서 선발 투수 김윤식을 승리 투수 요건까지 아웃 카운트 2개를 남겨 놓고 교체했다.
이날 LG는 상대 에이스 워웍 서폴드를 상대로 1회에만 6점을 뽑아 승기를 잡았다. 4회에도 추가로 1점을 지원했다.
4회까지 무실점으로 호투하던 김윤식은 5회 들어 흔들렸다. 몸에 맞는 공과 안타로 맞은 무사 1·3루에서 노시환에게 추격을 허용하는 3점 홈런을 맞았다. 이후 유장혁을 땅볼 아웃 처리했지만, 이용규-정은원-반즈를 연속 출루 시켜 만루 위기를 자초했다. 그리고 김태균에게 적시타를 맞았다.
LG는 순식간에 7-4로 쫓기자 김윤식을 내리고, 2019년 대졸 1차지명 투수 이정용을 마운드에 올려 급한 불을 껐다. 이정용은 승계 주자 실점 한 명만 불러들였고, 6회는 실점 없이 던졌다. 이후 정우영과 고우석이 마운드를 넘겨받아 팀의 승리를 지켰다.
웬만해선 류중일 감독은 팀이 앞선 상황에서 5회 마운드를 교체하지 않는다. 그동안 수 차례 언급해온 자신의 야구론이다.
하지만 2일 경기에선 달랐다. 순위 싸움이 치열한 상황에서 자칫 승리를 놓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또 김윤식이 2020년 2차 1라운드 전체 3순위로 입단한 신인 투수고, 자칫 젊은 투수가 자신감을 잃을 수도 있어서 과감하게 교체를 결정했다.
그런 결론을 내리기까지 과정은 쉽지 않았다. 류 감독은 "사실 김윤식을 교체하려면 (7-3으로 앞선 1사 만루) 김태균과의 승부에서 바꿨어야 했다. 만일 김태균을 아웃 처리했다면 후속 최진행과 승부까지 맡기려고 했다"고 밝혔다. 류 감독은 경기 전부터 김윤식의 투구 수를 80~90개로 설정했고, 김윤식은 정확히 90개의 공을 던지고 내려왔다. 류 감독은 "윤식이가 '정말 선발 투수를 바꾸나, 안 바꾸나?' 인내심을 테스트하는 것 같았다"고 웃었다.
데뷔 첫 승을 눈앞에서 놓쳤지만, 김윤식에게 계속 기회는 주어진다. 류 감독은 어깨 통증으로 빠진 차우찬의 빈 자리를 그에게 계속 맡길 계획이다. 좌완 투수 김윤식은 2일까지 승리 없이 1패 1홀드 평균자책점 7.52를 기록하고 있다.
류 감독은 "보통 선발 투수는 1사 1루에서 병살타에 대비하거나 대개 2사 후에 캐치볼을 시작한다. 그런데 김윤식은 투구를 마치고 돌아와 불펜에서 곧바로 공을 던지더라. 어제(1일)는 몸이 늦게 풀리는 것 같았다. 초반에는 공이 제대로 던지지 못했는데 3~4회 공이 더 좋았다"며 "5회에 흔들렸지만, 합격점을 줄 수 있다. 이제 대학 1학년에 해당하는 젊은 투수다. 더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높이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