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여 년 동안 세계 축구계에서 가장 큰 논쟁의 주제였다. 두 선수가 떠오른다.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유벤투스)다. 그러나 하나의 답을 쉽게 내지는 못했다.
또 다른 질문이 있다. 세계 축구를 양분했던 두 명의 슈퍼스타에 가려져 큰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꾸준히 세계 최고의 기량을 선보였던 공격수들이 있다. 범위를 좁혀 등번호 '9번'으로 상징되는 '최전방 스트라이커'에 대한 질문이다.
이 시대 최고의 '9번'은 누구인가,
이 질문 역시 많은 논쟁을 일으킬 수 있다. 스페인의 '마르카'가 이 질문에 하나의 답을 내놨다. 주인공은 카림 벤제마(레알 마드리드)다. '마르카'는 "벤제마가 유럽 최고의 9번"이라며 극찬했다.
왜 이런 답을 내렸을까. 물론 반대 의견도 존재할 것이다. '마르카'는 많은 축구 전문가와 팬들이 고개를 끄덕일만한 과정을 거쳐 결론을 내렸다.
'마르카'는 벤제마로부터 레알 마드리드의 전설적인 공격수였던 산티야나와 우고 산체스의 모습을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벤제마는 11시즌 동안 레알 마드리드의 확고한 주전이었다. 어떤 감독이 와도 벤제마를 주전으로 쓰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라이벌 팀 최전방 공격수가 쉽게 바뀌는 흐름 속에서, 벤제마는 굳건히 자리를 지켰다. 득점력뿐만 아니라 패싱력도 갖춘 탁월한 공격수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벤제마의 경쟁력은 그가 레알 마드리드 소속 선수라는 점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레알 마드리드는 세계 최고의 클럽이다.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모인다. 달리 말해, 주전 경쟁이 세계에서 가장 치열한 팀이다. 조금만 뒤처져도 가차 없이 쫓겨나는 곳이기도 하다. 2009년 이 팀에 온 벤제마는 11시즌 동안 한 시즌도 빠짐없이 주전으로 군림했다. 레알 마드리드에서 11년 동안 살아남았다는 자체가 곧 벤제마의 가치다.
그는 당대 최고의 골잡이 호날두와 한 팀에서 오랜 기간 뛰었다. 호날두를 뛰어넘는 폭발적인 득점력을 보여주지는 못했지만, 벤제마는 꾸준히 골을 쌓아올렸다. 지금까지 총 512경기에 출전해 248골을 터뜨렸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라리가)로 한정한다면 349경기에 출전해 169골을 기록했다.
수많은 우승의 영광도 안았다. 라리가 우승 3회를 포함해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우승 4회 등 레알 마드리드에서 총 18개의 우승 트로피를 수집했다. 2015~16시즌부터 2017~18시즌까지 UCL 3연패의 주역이기도 하다.
벤제마의 기록은 레알 마드리드의 역사다. 248골을 기록한 벤제마는 레알 마드리드 통산 득점 5위다. 1위 호날두(450골) 2위 라울 곤잘레스(323골) 3위 알프레도 디 스테파노(308골) 4위 산티야나(290골) 등 레알 마드리드 전설과 함께 이름을 올렸다. 레알 마드리드에 남아있는 현역 선수로는 선두를 달리고 있다.
UCL에서도 역대 통산 득점 공동 4위다. 1위 호날두(128골) 2위 메시(114골) 3위 라울(71골)에 이어 64골의 벤제마가 당당히 랭크됐다. 벤제마와 함께 공동 4위에 오른 선수는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바이에른 뮌헨)다.
레알 마드리드가 라리가 우승을 차지한 지난 시즌에도 벤제마가 중심을 잡았다. 그는 라리가에서 21골8도움을 올리며 3년 만에 레알 마드리드를 챔피언에 올렸다. 21골은 메시(25골)에 이은 득점 2위의 기록이다. 8도움으로 도움 공동 4위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벤제마는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벤제마와 함께 현존하는 최고의 9번 후보로 꼽히는 선수는 두 명이다. 한 명은 루이스 수아레스(바르셀로나), 다른 한 명은 레반도프스키다. 꾸준함과 폭발력에 있어서 벤제마에 뒤지지 않는 최전방 공격수다.
하지만 약간의 차이가 있다. 수아레스는 최근 기량 하락이 눈에 띈다. 바르셀로나 팬들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부상 복귀 후 하락세가 더욱 가팔라졌다는 평가다. 이에 현지 언론들은 바르셀로나가 수아레스를 내보내고 대체자로 라우타로 마르티네스(인터 밀란)를 원한다고 보도하고 있다.
레반도프스키는 폭발력을 잃지 않았다. 지난 시즌에도 34골로 분데스리가 득점왕에 오르는 등 독보적인 존재감을 과시했다. 하지만 그에게는 유럽 최고 대회라는 UCL 우승 경험이 없다. 레반도프스키가 도르트문트에서 뛰었던 2012~13시즌 UCL 준우승을 차지한 것이 최고 성적이다. 당시 우승을 차지한 팀이 바이에른 뮌헨이었다. 그는 2014년 바이에른 뮌헨으로 이적했지만, 아직 UCL 정상에 서지 못했다.
이외 많은 후보가 존재한다. '마르카'는 이들과 비슷한 시대에 활약한 최전방 공격수들의 이름을 거론했다. 페르난도 토레스(은퇴) 라다멜 팔카오(갈라타사라이) 세르히오 아궤로(맨체스터 시티) 디에고 코스타(아틀레티코 마드리드) 마리오 만주키치(알 두하일) 마리오 발로텔리(브레시아 칼초) 엠마뉴엘 아데바요르(클럽 올림피아) 에딘 제코(AS 로마) 에딘손 카바니(파리 생제르맹) 곤살로 이과인(유벤투스) 등. 이들 역시 강한 개성과 경쟁력을 지닌, 세계 축구의 '9번 경쟁'을 뜨겁게 만든 최전방 공격수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