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한 풍자극부터 깊이있는 메시지까지. 뜨거운 여름, 한층 다채로운 공연이 관객들을 기다린다. 코로나19 시국이 장기화로 접어 들면서 문화계는 철저한 방역 속 조심스레 정상화를 꿈꾸고 있다. 공연계는 꾸준히 작품을 올리고 있었지만, 여름에는 더욱 다양한 스케일의 작품을 선택할 수 있을 전망. 오랜 세월 스테디셀러로 사랑받은 연극부터, 시원하고 유쾌한 분위기의 뮤지컬, 의미있는 메시지의 작품은 물론 무대에서는 쉽게 볼 수 없었던 배우들의 도전도 확인 가능하다. 어느 공연장에 앉아 있어도 후회없을, 8월의 선물이다.
30년 스테디셀러 풍자극 '늘근도둑이야기'
'스테디셀러'라는 표현만으로 설명 끝이다. 1989년 동숭연극제로 처음 관객을 만난 후 무려 30여 년의 시간동안 관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늘근도둑이야기'다. '늘근도둑이야기'는 대통령 취임 특사로 풀려난 두 늙은 도둑이 금고를 털어 노후를 준비하려다 하필 높으신 '그분'의 미술관에 잠입하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다룬다. 두 도둑의 기본적인 스토리 안에 그 시기의 이슈와 화두를 자연스럽게 녹여내 공연이 될 때마다 동시대를 대변한다는 평을 받으며 국가대표 시사코미디 연극으로 자리매김했다. 소극장 특유의 장점을 한껏 살리는 '늘근도둑이야기'는 박철민·태항호·류성훈 등 대표 신스틸러 배우들이 이끌고 있다. 찰떡 호흡과 차진 애드리브로 속 시원한 일침과 함께 전달되는 통렬한 웃음이 매력. 30년 후에도 보고 싶은 작품이다.
도발적인 2인극 '라스트세션'
지그문트 프로이트와 C.S. 루이스의 세기적인 만남을 통해 '신의 존재'를 묻는 연극 '라스트 세션(Freud's Last Session)'이 한국 초연 막을 올렸다. 신앙이 없는 신구·남명렬과 독실한 신앙인 이석준·이상윤이 제대로 만났다. 제2차 세계대전에 돌입한 1939년 9월 3일을 배경으로 하는 만큼, 21세기 무대 위에서 20세기를 대표하는 위대한 두 명의 학자를 마주하게 만들었다는 것 만으로 주목도를 높였다. 작가는 실제로는 만난 적 없는 두 사람을 무대 위로 불러내 신과 종교에 대한 다양한 토론을 야기한다. 20세기 무신론의 시금석으로 불리는 프로이트와 대표적인 기독교 변증가 루이스는 신에 대한 물음에서 나아가 삶의 의미와 죽음, 인간의 욕망과 고통에 대해 한치의 양보 없이 치열하고도 재치 있는 논변들을 쏟아낸다.
골 때리는 역작 '썸씽로튼'
8월의 문을 활짝 연다. '인류 최초의 뮤지컬이 탄생하는 순간은?' '만약 셰익스피어 시절 런던이 뮤지컬의 황금기인 브로드웨이의 30년대와 비슷했다면 재미있지 않을까?'라는 호기심을 던진 뮤지컬 '썸씽로튼'이 7일 막을 올린다. 낭만의 르네상스 시대, 당대 최고의 극작가 셰익스피어에 맞서 인류 최초의 뮤지컬을 제작하게 된 바텀 형제의 고군분투기를 그린 작품이다. 설명부터 재기 발랄한 '썸씽로튼'은 유니크한 코미디로 신선함을 자극할 전망. 벌써부터 'n차 관람' 흥행이 예측된다. 풍성한 공연을 완성할 캐스팅도 화려하다. 닉 바텀 강필석·이지훈·서은광에 이어 셰익스피어는 박건형·서경수가 열연한다. 닉 바텀의 동생 나이젤 바텀은 임규형·노윤·여원(펜타곤)·곽동연이 캐스팅 돼 젊은 피의 열정을 뽐낸다.
토니어워즈 5관왕 '펀홈'
솔직하고도 담대한 진실 속 섬세한 관찰과 묘사가 전 세계인의 공감을 얻었다. 7월 개막 후 작품을 처음 마주한 국내 관객들도 이미 흠뻑 빠져든 명작이다. '펀홈'은 실존 인물 앨리슨 백델이 장례식장의 장의사이자 영문학 교사로 일하다 돌연 죽음을 맞은 아빠 브루스 벡델을 회상하며 전개되는 이야기를 그린다. 작품의 원작자이면서 화자이기도 한 앨리슨 벡델은 대학 입학 후 자신의 성 정체성에 대해 깨닫게 될 무렵 아빠가 클로짓 게이(Closet Gay) 였음을 알게 되고 그동안 이해할 수 없었던 아빠와의 관계를 알아가기 위해 노력해 나간다. 원작자의 세밀한 글을 완성도 높은 무대로 재탄생 시킨 '펀홈'은 국내에서 박소영 연출과 채한울 음악감독의 손길로 소개되고 있으며, 재능있는 배우들의 열연도 호평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