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은 10일 외국인 투수 에릭 요키시(31)를 1군 엔트리에서 말소했다. 이유는 부상이다. 구단 관계자는 "왼팔하고 어깨가 연결되는 부분에 골두(관절을 이루는 뼈의 머리 부분)가 있다. MRI 촬영 결과 그 골두에 멍이 발견됐다. 선수 본인은 통증이 없고 훈련하는 데 지장이 없다고 하지만 피로가 쌓여있을 수 있어서 선발한 턴 정도 쉬게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지난 8일 고척 LG전에 선발 등판한 요키시는 6이닝(투구수 74개) 만에 마운드를 내려갔다. 왼 어깨에 불편함을 호소해 한 박자 빠르게 불펜이 가동됐다. 병원 검진 결과 골두 멍 소견을 받아 공백기를 갖게 됐다. 요키시가 선발진에서 이탈하면서 전력 약화가 불가피해졌다. 요키시는 시즌 17번의 선발 등판에서 10승 3패 평균자책점 2.12를 기록한 팀의 에이스다.
공교롭게도 키움은 또 다른 외국인 투수 제이크 브리검(32)이 부진하다. 히어로즈에서만 네 번째 시즌을 보내고 있는 브리검은 'KBO 리그 장수 외인' 중 한 명이다. 2017년부터 3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올릴 정도로 꾸준하다. 그러나 이번 시즌엔 약간 다르다. 8번의 선발 등판에서 1승(2패)밖에 따내지 못했다. 평균자책점도 4.91로 높다. 6이닝 이상 투구가 단 한 번도 없다.
부상 여파다. 브리검은 오른 팔꿈치 염증 문제로 5월 27일부터 48일간 1군 엔트리에 빠져 있었다. 7월 14일 복귀 후 선발로 2경기를 뛴 뒤 팔꿈치에 다시 불편함을 느껴 26일 부상자명단(IL)에 올랐다. 지난 1일 1군에 재등록돼 2경기를 소화했는데 각각 3⅔이닝 5실점, 5이닝 5실점으로 내용이 좋지 않았다. 손혁 키움 감독은 "몸 상태에는 이상 없다"고 선을 그었다.
브리검이 정상 컨디션을 회복하지 못한 상황에서 요키시마저 빠져 선발 로테이션의 무게감이 확 줄었다. 결국 '토종' 선발진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3~5선발인 최원태-이승호-한현희가 얼마나 좋은 모습을 보여주느냐가 관건이다. 두 외국인 투수가 선발 로테이션을 정상적으로 소화할 때까지 버텨줘야 한다.
최원태-이승호-한현희는 개막 이후 이탈 없이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하고 있다. 그런데 하나같이 시즌 평균자책점이 5점대(10일 기준)다. 특히 5선발 한현희의 평균자책점은 5.83으로 6점대에 육박한다. 표면적인 성적이 좋지 않다. 하지만 세 선수 모두 최근 페이스가 상승세로 돌아서면서 손 감독이 한 시름을 덜었다.
이승호는 최근 2번의 선발 등판에서 1승 평균자책점 1.50(12이닝 2실점)을 기록했다. 한현희도 2승 무패 평균자책점 3.00(12이닝 4실점)으로 안정감을 찾았다. 최원태는 지난 5일 고척KT전에서 5경기 만에 7이닝 투구에 성공했다. 요키시의 공백, 브리검이 난조에 빠진 키움이 그나마 안도할 수 있는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