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이 12일 마이애미전 시즌 첫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했다. Gettyimages 류현진(33·토론토)이 낯선 마운드에서 날 선 피칭을 선보였다.
류현진은 12일(한국시간) 미국 뉴욕주 버팔로의 샬렌필드에서 열린 2020년 미국 메이저리그(MLB) 마이애미와의 홈경기에 선발 등판, 6이닝 2피안타(1피홈런) 2볼넷 7탈삼진 1실점을 기록했다. 투구 수는 92개. 류현진은 토론토 이적 후 처음으로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해냈다. 평균자책점은 5.14에서 4.05로 낮췄다.
류현진은 올 시즌 가장 좋은 피칭을 하고도 승리투수가 되지 못했다. 토론토 타선이 6회말 3득점 하며 시즌 2승을 눈앞에 뒀지만, 4-1로 앞선 9회초 2사에서 토론토 구원투수 앤서니 배스가 프란시스코 서벨리에게 동점 3점 홈런을 허용했다. 토론토는 연장 10회말 트래비스 쇼의 끝내기 안타로 5-4로 이겼다.
샬렌필드는 토론토의 임시 홈구장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캐나다 정부는 토론토 홈 구장 로저스 센터를 사용할 수 없게 했다. 토론토 구단은 산하 트리플A 팀 버팔로 바이손스의 홈 구장 샬렌필드를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이리호 연안에 위치한 이곳은 바람이 많이 부는 야구장이다.
샬렌필드에서 열리는 첫 MLB 경기에 류현진이 나섰다. 왼손 투수인 그를 겨냥해 돈 매팅리 마이애미 감독은 오른손 타자 8명을 배치했다.
마이애미 타자들은 1회초 류현진의 바깥쪽(우타자 기준) 낮은 패스트볼과 체인지업을 잘 골라냈다. 올 시즌 초 류현진의 기복이 커서인지 그의 컨디션을 파악하려는 의도 같았다. 선두타자 조나단 비야부터 7구 승부(삼진)를 벌였다. 2사 후 거포 헤수스 아길라는 스윙 한 번 하지 않고 볼넷을 골랐다. 제임스 호예 주심은 류현진이 집중 공략한 바깥쪽 낮은 공을 잘 잡아주지 않았다.
류현진은 시즌 첫 승을 거둔 6일 애틀란타전에 이어 이날도 체인지업을 많이 던졌다. 2회초 선두타자 브라이언 앤더슨에게 바깥쪽 체인지업을 2개 연속 던졌다가 좌월 솔로포를 맞았다.
그러자 류현진은 재빨리 투구 패턴을 바꿨다. 바깥쪽 비중을 줄이고 몸쪽을 파고 들었다. 하이패스트볼 비중도 높였다. 2회초 1사에서 루이스 브린슨에게 패스트볼을 3개 연속으로 던져 헛스윙 삼진을 잡아냈다. 3회초 야수 실책으로 1사 1·2루 위기에 몰려서도 아길라에게 몸쪽 패스트볼 2개를 찔러 넣어 유격수 앞 병살타를 이끌어냈다.
류현진은 지난달 25일 탬파베이전, 31일 워싱턴전에서 패스트볼 구속 저하 탓에 고전했다. 그러나 6일 애틀란타전에서 회복세를 보였다. 평균 구속이 시속 145㎞까지 나왔다. 마이애미전에서도 시속 144㎞를 기록했다. 애틀란타전에서 23.8%(20개)였던 포심 패스트볼 구사율을 마이애미전에서 46.7%(43개)까지 올랐다. 경기 중 공배합을 바꾸며 마이애미 타자들을 흔들었다.
외야 왼쪽으로 바람이 부는 샬렌필드의 특성을 감안하면 몸쪽 승부는 위험할 수 있었다. 그러나 류현진은 힘 있는 패스트볼을 날카롭고 정확하게 던졌다. 바깥쪽 공에 인색한 호예 주심이 높은 공을 잘 잡아주는 걸 파악한 류현진은 스트라이크존 상단을 집중적으로 공략했다.
타순이 한 바퀴 돌자 류현진은 체인지업을 다시 던졌다. 4회초 선두타자 코리 디커슨에겐 풀카운트에서 몸쪽(좌타자 기준) 체인지업으로 뜬공을 유도했다. 앞 타석에서 체인지업을 받아쳐 홈런을 때린 앤더슨에게는 패스트볼을 먼저 보여준 뒤 다시 바깥쪽 체인지업을 던져 땅볼로 잡아냈다.
5회초에는 결정구를 다시 바꿨다. 패스트볼을 의식한 마이애미 타자들에게 컷 패스트볼을 던져 삼진 2개를 잡았다. 몸쪽 패스트볼을 기다린 타자들은 바깥쪽(우타자 기준) 낮은 커터가 날아오자 꼼짝하지 못했다.
사진=토론토 SNS 류현진은 등판 하루 전에 샬렌필드를 처음 밟았다. 그런데도 62경기를 치른 다저스타디움(통산 평균자책점 2.62)에 오른 것처럼 편안한 투구를 했다. 왼쪽 담장을 노리는 상대 타자들의 노림수를 역이용했다. 류현진은 "(샬렌필드는) 바람이 변수다. 오른쪽 타구를 유도하는 게 중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토론토 구단은 공식 소셜미디어(SNS)에 '오늘 류현진 선수는 경이적이었습니다!'라는 한글 문구를 올렸다. 찰리 몬토요 토론토 감독도 "그는 우리의 에이스"라며 류현진을 칭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