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혐오’ 논란에 휩싸인 방송인 겸 웹툰 작가 기안84(36·본명 김희민)가 그가 출연하고 있는 MBC ‘나 혼자 산다’에 편집 없이 등장했다.
지난 14일 방송된 MBC ‘나 혼자 산다’에는 모델 한혜진과 배우 곽도원의 모습의 일상이 공개됐다. 해당 방송분에서 기안84는 여느 때처럼 스튜디오에서 출연진들과 미리 녹화된 촬영본을 보며 대화를 나눴다.
기안84의 모습을 단독으로 비추거나 리액션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등 전혀 고려되지 않은 편집이 방송되자 MBC ‘나 혼자 산다’ 홈페이지 시청자의견에는 “기안84 하차를 부탁한다”, “MBC가 기안84 같은 출연자를 챙겨준다” 등의 글이 올라왔다. 반면 “기안은 잘못 없다는 댓글도 대부분이다”라고 지적하는 제목의 글도 있었다.
기안84는 지난 11일 웹툰 ‘복학왕-광어인간 2화’이 공개되며 여성 혐오 논란에 휩싸였다. 스펙이 부족한 여성 인턴이 남자 상사와 성관계를 가진 뒤 정직원이 된 듯한 내용이 포함돼 논란이 일었다. 같은 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기안84의 웹툰 연재를 중지해달라는 글이 올라왔다. 해당 국민청원에 동의한 사람은 15일 오후 3시30분쯤 10만명을 넘어섰다.
이에 기안84는 하루 뒤 “작품에서의 부적절한 묘사로 심려를 끼쳐드려 정말 죄송하다”고 사과하며 일부 내용을 수정했다. 네이버웹툰 측도 “작품의 영향력이 계속해서 커가고 있는 만큼, 앞으로 다양한 사안들에 대해 작가들에게 환기하고, 작품에 대해서도 계속 긴밀하게 소통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논란은 잦아들지 않고 있다.
기안84는 과거에도 여성 혐오 표현으로 지적을 받았다. ‘복학왕’에서는 2학기가 시작되자 ‘여학생’들이 대부분 임신을 하거나 출산한 모습으로 등장하는가 하면, 남자 캐릭터가 여성을 집어 입에 넣으며 “누나는 늙어서 맛없어”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복학왕-248화 세미나1’편에서는 청각장애인 여성을 희화화해서 비난을 받기도 했다.
최근 연재한 웹툰 ‘회춘’도 문제가 됐다. ‘나 혼자 산다’에 함께 출연했던 방송인 전현무와 그룹 마마무 멤버 화사를 연상시키는 캐릭터 ‘전헌무’와 ‘지화사’가 등장했는데 유흥업소 손님과 종사 여성으로 묘사됐다. 웹툰 속 전현무는 지인에게 지화사를 소개한 후 “오빠가 돈 벌어서 여기 일 관두게 해줄게. 화사야 힘들지? 조금만 참아. 우리 밖에서 떳떳하게 만나자”라고 말했고, 지화사는 “여기서 일하니까 오빠랑 만나지. 나랑 만나고 싶어? 그럼 100억 줘”라고 답했다.
이밖에도 여러 웹툰에서 여주인공이 소주에 얼음을 넣으려 했다고 해서 “룸빵녀 다 됐구만”이라는 조롱을 듣고, “서른 살의 여자가 명품으로 치장해봤자 스무 살의 어린 여성에게 비할 수 없다”, “아무리 화장을 해도, 아무리 좋은 걸 발라도 나이를 숨길 수가 없다” 등의 표현을 썼다.
‘나 혼자 산다’ 측은 이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지난 12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온 게시글. 15일 오후 3시반쯤 청원 동의 10만 명이 넘었다. 청와대 국민청원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