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KBO리그 신인왕 경쟁을 펼치는 고졸 선발 LG 이민호와 KT 소형준. IS포토 KBO리그에서 마지막 고졸 선발 투수 신인왕 출신은 2006년 류현진(33·토론토)이다. 이후 13년 동안 입단 첫 시즌 선발 투수로 뛰며 신인왕을 받은 선수는 한 명도 없었다. 고졸 신인이 입단 첫 시즌 선발 투수로 활약하는 건 그만큼 어렵다.
올해 KBO리그 신인왕 경쟁은 고졸 선발 투수의 2파전 양상이다. 2020년 나란히 1차 지명을 받은 LG 이민호와 KT 소형준(이상 19)이 주인공이다. 둘에게는 '선발 투수'라는 보직이 플러스 요소다. 여기에 새롭게 두각을 보이는 후보들의 등장으로 신인상 레이스는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
지난 2017년부터 3년간 키움 이정후(당시 넥센)-KT 강백호-LG 정우영이 차례로 신인상을 받았다. 그 전까지는 입단 몇 년이 지난 '중고 신인'이 강세였지만, 셋은 데뷔 시즌에 압도적인 득표율로 신인왕에 올랐다.
올해도 이런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휘문고 출신 이민호는 11경기에서 4승 2패 평균자책점 2.97을 기록하고 있다. 위기 상황에서도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이민호는 6월 2일 삼성전부터 7월 26일 두산전까지 6경기 연속 5이닝 이상을 던지면서 2실점 이하로 막았다. 2006년 투수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한 '괴물 신인' 류현진도 달성하지 못한 기록이다. 당시 류현진은 2006년 네 번째 등판이었던 롯데전에서 5⅔이닝 3실점 했다.
이민호는 150㎞ 빠른 공을 던지는 데다, 신인답지 않은 대담함까지 갖췄다. 주자 견제와 수비 등 기본기도 잘 만들었다. 덕분에 LG는 정우영에 이어 2년 연속 신인상 배출에 도전하고 있다.
유신고 출신 KT 소형준은 벌써 7승(5패)을 올렸다. 현재 페이스라면 2006년 류현진(당시 18승) 이후 14년만의 고졸 루키 데뷔 시즌 10승 달성이 가능하다. 소형준은 올해 신인 가운데 승리와 투구 이닝(75⅔이닝)이 가장 많다. 또한 유일하게 선발 로테이션을 정상적으로 소화하고 있는 신인이기도 하다. 소형준은 6월 4연패에 빠지기도 했지만, 이달 세 경기에서는 모두 승리 투수가 됐다. 7월 이후 최근 5경기 평균자책점은 1.52다.
LG는 이민호의 체력 관리를 위해 열흘에 한 번만 등판시키고 있다. 57⅔이닝만 던진 이민호는 소형준(75⅔)보다 꽤 적은 이닝을 기록 중이다. 이민호가 소형준을 이기려면 남은 시즌 더 많이 던져 승리를 쌓아야 한다.
소형준은 정반대의 과제를 안고 있다. '투구의 양'은 라이벌을 압도하지만 '투구의 질'도 높여야 한다. 소형준의 평균자책점은 4.64로 이민호(2.97)보다 훨씬 높다. 평균자책점을 3점대로 낮추지 못하면 경쟁에서 이긴다는 보장이 없다.
신인상 2파전 구도에 삼성 주장 박해민(30)이 돌멩이를 던졌다. 그는 "우리 팀에도 신인왕 후보가 있다. 김지찬, 박승규, 김윤수가 정말 잘하고 있는데 언급되지 않아 아쉽다"고 했다.
삼성 김지찬·김윤수·KIA 정해영. 각 구단 제공 현역 선수 중 최단신(163㎝)인 삼성 김지찬은 대주자, 대수비로 경쟁력을 보여줬다. 내야 멀티 플레이어이면서 외야수까지 소화하는 그는 최근 출장 기회가 많아졌다. 도루도 14차례 시도해 딱 한 번 실패했다. 허삼영 삼성 감독은 "2군에서 더 많이 뛸 기회를 줬다면 좋을 텐데, 그러지 못해 미안하다"고 했다.
삼성 불펜 투수 김윤수는 중고 신인이다. 2018년 삼성 2차 6라운드 52순위로 입단한 그는 1군에 데뷔한 지난해 11⅔이닝만 던져 올해 신인상 후보 자격을 갖고 있다. 김윤수는 올 시즌 3승 2패 9홀드 평균자책점 3.40을 기록 중이다. 추격조로 시즌을 시작한 그는 최근 필승조로 옮겼고, 7월 이후 17이닝을 던져 평균자책점 2.12로 호투했다. 한화 김범수의 동생인 그는 지난해 144㎞였던 직구 평균 구속을 올 시즌 149㎞까지 올리며 자신감을 얻었다. 김지찬은 팀 공헌도에 비해 타율(0.243)이 낮은 게 약점이다. 불펜 투수로서 김윤수는 선발 투수들과 경쟁이 버겁다.
2020년 KIA 1차지명 투수 정해영도 신인왕 레이스에 합류했다. 정회열 전 KIA 코치의 아들인 정해영은 중간 계투로 18경기에 나와 17⅓이닝 동안 평균자책점 1.04를 기록했다. 승운이 따라줘 벌써 4승을 올렸다.
'슈퍼루키' 소형준·이민호의 활약 속에 다른 후보들도 속속 신인왕 경쟁에 등장했다. 신인들은 어떻게 튀어 오를지, 언제 가라앉을지 모른다. 그리고 올해 정규시즌은 아직 절반이나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