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반기는 리그 '승률 인플레'가 두드러졌다. '2약' 한화와 SK의 극심한 난조 탓이었다. 후반기는 다른 양상이 전망된다.
이강철 KT 감독은 지난 11일 앞으로 한 달간의 목표 승률을 '5할'로 잡았다. 상위 팀, 5강 경쟁 팀과의 승부가 이어지기 때문이다. 승률 관리 필수 조건은 SK(9위)와 한화(10위)전 승리. 이 감독은 "1~8위 팀 상대 일정 중간에 두 팀을 상대한다. 꼭 잡아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KT는 SK와의 시리즈 2·3차전에서 연패를 당했다. SK는 이전 10경기에서 9패(1승)를 당하고 있었다. 경기당 득점은 2.2점에 불과했다. 그러다 KT를 만나 142경기 만에 두 경기 연속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했다.
SK는 이어진 KIA와의 주말 3연전에서 3연패를 당했다. 타선도 다시 식었다. SK에 발목을 잡힌 KT는 리그 3위였던 두산과의 3연전에서 위닝시리즈(2승1패)를 거뒀다.
SK 전력이 '고춧가루' 부대가 될 만큼 좋아진 게 아니다. 그러나 SK·한화 모두 속절없이 패하던 시즌 초반보다는 경기력이 나아졌다. KT가 일격을 당했고, 다른 팀들도 충분히 그럴 수 있다.
SK와 한화는 6월까지 치른 48경기에서 2할대 승률에 그쳤다. 한화는 0.250(12승 36패), SK는 0.292(14승 34패). 7월 이후 35경기에서는 한화가 승률 0.294, SK가 0.382로 상승했다. 7월 다섯 째주부터 지난주까지 성적(5승8패)은 한화가 더 좋다. 최근 급격히 흔들리고 있는 NC(4승 9패)보다 높은 승률이다.
한화 외국인 투수 채드벨은 15일 삼성전에서 6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승리를 올리지 못했지만 시즌 첫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 이하 투구)였다. 한화의 또 다른 외국인 투수 워윅 서폴드도 16일 삼성전에서 8경기 만에 승리투수가 됐다.
한화 장시환은 7월 이후 8경기에서 평균자책점 3.15를 기록했다. 외국인 선수 포함해 KBO리그 8위에 해당한다. 고관절 부상으로 이탈했던 좌완 김범수도 9월 초 복귀가 기대된다. 한화 선발진이 정비되는 가운데, 트레이드설이 있었던 마무리투수 정우람도 잔류했다. 전반기처럼 만만하게 볼 상대가 아니다.
SK도 대체 외국인 타자 타일러 화이트의 합류 효과가 기대된다. 화이트는 현재 퓨처스(2군)팀에서 실전 감각을 회복하고 있다. 포수 이홍구를 KT에 내주고 영입한 오태곤도 활력이 될 수 있다.
KBO리그 역사상 단일 시즌 최다패는 97패다. 1999년 쌍방울(132경기 체제), 2002년 롯데(133경기 체제)의 기록이다. 한화의 승률이 전반기와 비슷한 수준이라면 사상 최초로 시즌 100패를 돌파하게 된다. SK도 2000년 기록했던 팀 최저 승률(0.338) 기록을 다시 쓰게 생겼다. 이런 위기감이 한화와 SK의 후반기를 어떻게 바꿀지 주목된다.
김인식 전 국가대표 감독은 "SK와 한화가 더 철저히 분석하고, 강하게 나올 수 있다고 본다"고 전망했다. 전반기보다는 두 팀의 힘이 붙을 거라는 뜻이다. 게다가 이번주부터 2연전 시리즈가 시작된다. 약팀의 '1승1패 전략'이 통할 수 있다.
선두 싸움과 5강 경쟁이 모두 미궁에 빠진 KBO리그 후반기. '2약' 한화와 SK가 가장 큰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