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영 감독 '부러진 화살' 정지영 감독을 횡령 혐의로 고발한 한현근 작가가 "지금이라도 후배 스태프들에게 그들의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돌려달라"고 호소했다.
한현근 작가는 24일 오후 서울서부지검에 정지영 감독과 제작사 아우라픽처스에 대한 고발장을 접수하며 이같은 입장문을 발표했다.
한 작가는 정 감독과 함께 일한 작가들이 각본료를 받지 못했다고 주장하면서 "감독님이 지급하기 좋아하시는 스태프 급여는 0원이란 말인가"라고 말했다.
이어 "'부러진 화살'은 비뚤어진 권력의 횡포를 고발했다. 그런데 왜 감독님도 횡포를 자행하시는 건가. '블랙머니'는 건강하지 못한 자본주의와 탐욕을 다뤘다. 그런데 왜 감독님까지 탐욕을 부리나"라며 "영화감독 정지영으로 남으실 수 없었던 것인가. 왜 제작에 손을 대셔서 여기에 이렀단 말인가"라고 했다.
또 그는 "지금이라도 후배 스태프들에게 그들의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돌려달라. 지금이라도 동료 영화인들에게 사과하라"고 밝혔다.
굿로이어스 공익제보센터 양태정 변호사는 한현근 작가를 대리해 정지영 감독과 아우라픽처스를 업무상횡령 및 보조금관리에관한법률위반 혐의로 서울서부지검에 이날 고발했다.
한 작가 측은 스태프 처우 개선을 위해 영화진흥위원회가 지원하는 지원금을 스태프 통장에 입금했다가 다시 프로듀서의 계좌로 돌려받는 방식으로 정 감독과 제작사가 횡령했다고 주장했다. 2011년 '부러진 화살', 2012년 '남영동 1985' 제작 당시 이같은 일이 벌어졌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또 한 작가는 '부러진 화살'의 각본을 혼자 작성했으며, 정 감독의 강요로 그를 공동 각본가로 등록했다고도 주장하고 있다.
정지영 감독은 지난 1982년 '안개는 여자처럼 속삭인다'로 데뷔했다. 1990년 '남부군', 1992년 '하얀 전쟁', 2012년 '부러진 화살'과 '남영동 1985', 2019년 '블랙머니' 등 사회 고발 영화를 주로 만들어왔다. 올해 만 73세의 나이에도 여전히 현역으로 메가폰을 잡고 있다. 현재 영화 '소년들' 촬영 중이다.
이하 한현근 작가의 입장 전문.
정지영 감독님께. 감독님 안녕하세요. 이 자리에서 이 편지를 드리는 날이 올 줄 몰랐습니다. 그동안 감독님과 함께 만들었던 영화들은 저에겐 모두 자부심으로 남았습니다. 우리는 또 다음 작품을 함께 준비하고 있지요.
그런데 어찌된 일입니까.
저는 얼마전 후배 작가의 말을 듣고 놀랐습니다. 감독님과 5년 동안 일하며 시나리올 세 편 썼는데 한푼도 못 받았다 합니다. 저는 또 동료 감독의 놀라운 말을 들었습니다. 그는 3년간 감독님 회사에서 촬영준비하였는데 한푼도 못받고 끝났다 했습니다. 두 사람은 영화가 제작되지않아 크레딧도 얻지 못 하고 수 년의 세월만 낭비했다며 실의에 빠져있습니다. 또다른 후배 작가는 감독님과 일해 크레딧은 얻었습니다. 그런데 그도 각본료는 0원을 받았다 합니다. 그렇다면 감독님이 지급하기 좋아하시는 스태프 급여는 0원이란 말씀입니까?
부러진 화살은 비뚤어진 권력의 횡포를 고발하였습니다. 그런데 왜 감독님도 횡포를 자행하시는 겁니까? 블랙머니는 건강하지 못한 자본주의와 탐욕을 다뤘습니다. 그런데 왜 감독님까지 탐욕을 부리십니까?
영화감독 정지영으로 남으실 수 없었던 것입니까. 왜 제작에 손을 대셔서 여기에 이렀단 말입니까 전후문학을 애독하던 문학청년 정지영. 오발탄을 보고 당신 또한 비판적 리얼리즘 영화를 만들겠다고 꿈꾸었던 신인감독 정지영, 영화계를 지키고 발전시키는 일이라면 늘 앞장 섰던 사회운동가 정지영. 바로 그 정지영 감독으로 돌아와 주십시오.
지금이라도 후배 스태프들에게 그들의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돌려주십시오. 지금이라도 동료 영화인들에게 사과하십시오. 우리나라 영화계의 공정한 창작 환경과 법률정비에 누구보다 앞장서고 후배들을 이끌어 주셨지 않았습니까.
스태프에게 돌려줘야할 돈이 있다면 즉시 돌려주십시오. 그리고 다시 우리들의 정지영 감독님으로 돌아와 주십시오. 그렇다면 저는 언제든 감독님과 일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