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의 어이없는 주루사도, 결정적인 수비 실책도 모두 극복했다. '코리안 몬스터'는 흔들리지 않고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류현진(33·토론토)은 3일(한국시각) 미국 플로리다주 말린스파크에서 열린 마이애미 원정경기에 선발 등판, 6이닝 5피안타 8탈삼진 1실점 하며 2-1 승리를 만들어냈다. 지난달 18일 볼티모어전 시즌 2승에 이어 16일 만의 승리였다. 시즌 평균자책점도 2.92에서 2.72로 낮췄다. 아메리칸리그(AL) 전체 8위다.
어깨가 무거웠다. 토론토는 전날 마이애미전을 2-3으로 지난 바람에 연패에 빠졌다. AL 동부지구 3위 토론토와 지구 2위 뉴욕 양키스와 승차는 2경기로 벌어졌다. 트레이드 데드라인(9월 1일)을 앞두고 토론토는 투수 로비 레이와 로스 스트리플링, 내야수 조나단 비야를 대거 영입, 포스트시즌(PS)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출발부터 삐걱거렸다.
팀을 위기에서 건져낸 건 류현진이었다. 경기 초반 분위기는 어수선했다. 1회 초 2사 후 좌전 안타를 기록한 토론토 비야가 2루까지 뛰다 아웃됐다. 단타성 타구였지만 무리한 주루 탓에 이닝이 종료됐다. 2회 초 2사 1루에선 1루 주자 루데스 구리엘 주니어가 포수 송구에 아웃됐다. 포구가 약간 뒤로 흐른 틈을 타 2루까지 뛰다 귀루했지만, 포수 호르헤 알파로의 1루 송구가 더 빨랐다.
'0의 승부'가 이어진 4회 초도 비슷했다. 토론토는 2사 후 비야와 테오스카 에르난데스의 연속 안타로 모처럼 1·3루 찬스를 잡았다. 완벽함에 가까웠던 마이애미 선발 식스토 산체스(7이닝 6피안타 2실점)가 잠깐 흔들렸다. 그런데 후속 로디 텔레스 타석에서 3루 주자 에르난데스가 포수 알파로 송구에 저격당했다. 1회와 2회 그리고 4회까지 어이없는 플레이로 토론토의 공격이 허무하게 끝났다.
'코리안 몬스터'는 그래도 흔들리지 않았다. 다섯 구종을 적재적소에 섞는 현란한 공 배합을 선보였다. 1회 말 선두타자 존 버티를 상대로 볼카운트 2볼-2스트라이크에선 5구째 커브로 타이밍을 빼앗았다. 전날 홈런을 때려낸 버티는 류현진의 포심 패스트볼과 컷 패스트볼(커터), 체인지업에 이어 5구째 결정구 커브에 배트를 내지 못했다.
류현진은 2회 위기에 몰렸다. 선두타자 브라이언 앤더슨에게 우전 안타를 허용했다. 이어 후속 코리 디커슨을 2루수 땅볼로 유도했다. 2구째 시속 81.1마일(130.5㎞) 체인지업이 절묘하게 들어갔다. 평범한 병살타 코스였지만 2루수 비야의 2루 송구가 벗어나 무사 1·2루로 주자가 쌓였다.
그래도 류현진은 차분했다. 스스로 위기를 탈출했다. 루이스 브린슨을 2루 땅볼로 잡아내 한숨을 돌렸다. 계속된 1사 2·3루에선 알파로와 재즈 치즘을 연속 헛스윙 삼진으로 처리했다. 브린슨과 알파로는 체인지업, 치즘은 커브로 아웃카운트를 올렸다. 3회를 삼자범퇴, 4회를 볼넷 1개 무실점으로 막은 류현진은 5회 초 터진 구리엘 주니어의 투런 홈런으로 득점 지원을 받았다.
이날 경기 압권은 5회 말 선두 타자 알파로와의 승부였다. 류현진은 풀카운트가 된 6구째부터 포심 패스트볼과 체인지업을 교차해서 던졌다. 결국 10구째 시속 86.1마일(138.9㎞) 커터에 알파로의 배트가 돌아갔다. 지난해 홈런 18개를 때려낸 알파로는 류현진의 완급 조절 앞에서 무기력했다. 5회 아웃카운트 2개를 잘 잡아낸 류현진은 3연속 안타를 맞고 실점했다. 그러나 2사 1·2루에서 헤수스 아길라를 헛스윙 삼진으로 잡아 추가 실점하지 않았다. 결정구는 체인지업이었다.
6회 말에도 마운드를 밟은 류현진은 선두타자 앤더슨에게 2루타를 허용했다. 또 한번 노련하게 위기를 탈출했다. 디커슨과 브린슨, 알파로를 세 타자 연속 범타로 돌려세웠다. 디커슨과 브린슨은 커터와 체인지업. 알파로는 5회 삼진을 잡아낸 커터를 결정구로 선택했다.
찰리 몬토요 토론토 감독은 7회 불펜을 가동했다. 뒤이어 등판한 A.J 콜(1이닝 무실점)과 라파엘 도리스(1이닝 무실점), 앤서니 배스(1이닝 무실점)가 3이닝을 무실점으로 막고 2-1 승리를 지켜냈다.
이날 류현진은 토론토 입단 후 한 경기 개인 최다 타이인 탈삼진 8개를 기록했다. 커브와 커터로 각각 3개, 체인지업으로 2개를 잡아냈다. 포심 패스트볼로 유리한 볼카운트를 선점한 뒤 변화구로 배트를 유인했다. 특정 구종에 치우치지 않았다. 대부분의 공이 스트라이크존에 꽂혔다. 타자로선 헷갈릴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