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에서 진리와 같은 말이다. 수비수의 역할과 비중이 점차 커지고 있다. 수비수가 공격수에 비해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한다는 것도 이제는 옛말이 됐다. 세계 최고의 수비수를 가진 팀이 세계 최고의 팀으로 군림하고 있다.
미국의 ESPN이 최근 흥미로운 기사를 썼다. 2000년 이후 유럽에서 가장 성공적인 중앙수비수 이적 순위 '톱 10'을 소개했다. 뛰어난 수비수 한 명이 팀을 얼마나 바꿀 수 있는지 느낄 수 있는 분석이었다.
◇10위 디에고 고딘 우루과이 '통곡의 벽' 디에고 고딘은 2010년 바야레알(스페인)에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스페인)로 이적했다. 이적료는 800만 유로(112억원). 고딘이 합류하자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거짓말처럼 유럽의 강호로 변모했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라리가)에서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의 양강구도를 파괴했다. 아틀레티코는 2013~14시즌 라리가 우승을 차지했다. 또 코파 델 레이(스페인 국왕컵) 1회 우승 등 고딘은 8개의 우승 트로피를 들었다.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에서 우승하지는 못했지만, 준우승을 2번 기록하며 유럽 무대를 흔들었다.
◇9위 솔 캠벨 압도적인 피지컬을 앞세운 솔 캠벨은 '북런던의 괴물'로 불렸다. 그가 2001년 토트넘(잉글랜드)에서 아스널(잉글랜드)로 이적한 건 가장 성공적인 동시에 가장 논쟁적인 일이었다. 런던을 연고로 하는 라이벌팀으로 옮겼기 때문이다. 프리미어리그 정상급 중앙수비수가 합류한 아스널은 새로운 역사를 썼다. 캠벨은 아스널에서 프리미어리그 우승 2회와 FA컵 우승 2회를 기록했다. 그중 2003~04시즌은 역사 그 자체다. 아스널은 26승12무로 '무패 우승'을 일궈냈다.
◇8위 버질 반 다이크 버질 반 다이크는 현존하는 최고의 중앙수비수로 꼽힌다. 그는 2018년 사우샘프턴(잉글랜드)에서 리버풀(잉글랜드)로 이적했다. 이적료는 8500만 유로(1196억원). 최고의 수비수가 오자 리버풀은 최고의 팀이 됐다. 지난 시즌 UCL 정상에 섰고, 올 시즌에는 30년 만에 프리미어리그 정상에 올랐다. 리버풀의 한을 풀어준 반 다이크는 최고의 수비수를 넘어 최고의 선수로 올라서고 있다. 2019년 UEFA 올해의 선수로 등극했고, 발롱도르에서는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에 간발의 차로 뒤진 2위를 차지했다.
◇7위 빈센트 콤파니 맨체스터 시티(잉글랜드) 역사상 가장 위대한 '캡틴'으로 평가받는 선수는 빈센트 콤파니다. 그는 2008년 함부르크(독일)에서 맨체스터 시티로 이적했다. 맨체스터 시티는 850만 유로(119억원)의 이적료를 지불했다. 수비력과 투지 그리고 리더십까지 가진 콤파니가 이끄는 맨체스터 시티는 프리미어리그 판도를 뒤집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잉글랜드)로 상징되었던 프리미어리그를 맨체스터 시티의 시대로 바꿨다. 콤파니는 리그 우승 4회 등 총 12개의 우승 트로피를 맨체스터 시티에 선물했다.
◇6위 네마냐 비디치 2000년대 중·후반 유럽 공격수들이 가장 두려워한 선수는 단연 네마냐 비디치였다. 그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황금기를 이끈 주역이다. 비디치가 2006년 스파르타크 모스크바(러시아)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이적할 때의 이적료는 1050만 유로(147억원). 그는 리그 우승 5회, UCL 우승 1회 등 총 15번 우승을 차지했다. 독보적인 피지컬을 가진 파이터인 그는 거침없는 수비로 상대를 쓰러뜨렸다. 세르비아 '통곡의 벽'이라 불린 이유다. 한국 팬들은 그를 '벽디치'라고 불렀다. 특히 리오 퍼디낸드와 발을 맞춘 센터백 조합은 가히 세계 최고의 벽이었다.
◇5위 리오 퍼디낸드 비디치와 함께 퍼디낸드를 빼놓을 수 없다. 그는 2002년 리즈 유나이티드(잉글랜드)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이적하면서 4600만 유로(647억원)의 높은 이적료를 기록했다. 퍼디낸드 없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상상하기 힘들었다. 그는 그만큼 상징적인 수비수였다. 수비력과 함께 빠른 발도 가진 퍼디낸드는 상대 공격수에 틈을 보이지 않았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만 455경기에 뛰었고, 14회 우승컵을 품었다. 반 다이크와 비디치 중 누가 더 뛰어나느냐는 질문에 퍼디낸드는 "반 다이크는 최고지만, 내 선택은 비디치"라고 말하기도 했다.
◇4위 라파엘 바란 라파엘 바란은 27세의 젊은 나이에 모든 것을 다 가진 중앙수비수다. 그는 2011년 1000만 유로(140억원)의 이적료로 랑스(프랑스)에서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했다. 압도적인 피지컬과 스피드뿐 아니라, 정교한 발기술까지 보유한 그는 레알 마드리드 주전을 꿰차며 세계 최고의 수비수로 성장했다. 라리가 우승 3회를 차지했고, UCL 3연패를 포함해 4회 우승을 달성했다. 또 프랑스 대표팀 소속으로 2018 러시아월드컵 우승까지 경험했다. 레알 마드리드의 '전설'로 남을 게 확실하다.
◇3위 지오르지오 키엘리니 지오르지오 키엘리니는 이탈리아 수비를 상징하는 선수다. 세계 최고의 수비수들이 즐비한 이탈리아에서 1등 수비수로 군림했다. 그는 2005년 리보르노 칼초(이탈리아)에서 유벤투스(이탈리아)로 이적했다. 이적료는 770만 유로(108억원)이었다. 키엘리니는 세계적인 명장 중 하나로 꼽히는 파비오 카펠로 감독 지도 아래 월드 클래스 선수로 발돋움했다. 그는 세리에A 9회 우승 등 총 18회 우승을 차지했다. 실력과 함께 인성과 리더십도 갖추고 있어 '수비의 정석'이라 불린다.
◇2위 세르히오 라모스 레알 마드리드의 '살아있는 전설'은 단연 세르히오 라모스다. 전설의 시작은 2005년. 그는 2700만 유로(380억원)의 이적료를 기록하며 세비야(스페인)에서 레알 마드리드로 이동했다. 이후 650경기에 출전했고, 22개의 우승 트로피를 수집했다. 라모스는 수비력도 갖췄지만, 골도 잘 넣는다. '수트라이커'의 표본이다. 특히 UCL 결승 등 결정적인 순간에 '골 본능'을 과시했다. 상대 선수를 도발하고, 거침없이 달려들어 상대 팀 팬들에게는 악명이 자자하다. 하지만 레알 마드리드 팬들에게는 최고의 영웅이다. 라모스는 현재 레알 마드리드 경기 출전 수 역대 4위에 랭크됐다.
◇1위 헤라르드 피케 바르셀로나의 황금기를 연 중앙수비수는 단연 헤라르드 피케다. 그는 2008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바르셀로나로 이적했다. 그가 합류하자 황금기가 열렸다. 2008~09시즌 바르셀로나는 전대미문의 6관왕을 달성했다. 2014~15시즌 유럽 최초로 두 번째 트레블(리그·FA컵·UCL 동시 우승)을 일궈냈다. 피케는 바르셀로나 역사상 최고의 수비수 중 하나로 꼽힌다. 총 543경기에 출전해 29번의 우승을 경험했다. 피케가 가장 성공적인 중앙수비수 이적 1위로 꼽힌 이유는 바로 이적료다. 그의 이적료는 500만 유로(70억원). 바르셀로나는 헐값에 세계 최고의 수비수를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