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넥신은 국내 코로나19 백신 개발의 선두주자다. 여기에 순수 국내 기술로 만드는 예방백신이라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등에 업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백신뿐 아니라 코로나19 치료제를 포함한 혁신 면역항암제 개발로 인류의 생명구원이라는 이념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제넥신의 임상과 사업개발 업무 등을 책임지고 있는 우정원 연구소장을 9일 경기도 성남 판교 본사에서 만났다.
‘퍼스트’ 아닌 ‘베스트’ 코로나19 백신 겨냥
국가적인 주목을 받으며 코로나19 백신 임상 1상에 돌입한 제넥신의 직원들은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임상뿐 아니라 글로벌 파트너십, 사업개발을 망라하고 있는 우 연구소장의 경우는 잠자는 시간조차 부족할 정도다. 이날도 막 인도네시아 칼베사와 코로나 치료제와 백신 개발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은 뒤인 늦은 오후 짬을 내 인터뷰를 진행했다.
임상개발뿐 아니라 글로벌 파트너십 책임자이기도 한 우 소장은 수시로 미국·인도네시아·태국·터키 등 파트너사와 소통하고 있다. 제넥신이 보유하고 있는 파이프라인(신약 후보물질)만 15개라서 수시로 이메일 확인하고 원격회의를 통해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칼베와는 파트너십을 맺고 코로나 DNA 백신 후보물질인 GX-19를 공동개발하고 있다.
우 소장은 "국내에는 확진자 발생율이 낮아 예방백신 임상에 제한이 있다. 임상 2b·3상은 해외에서도 진행되어야 하는데 다양한 국가의 제약사들과 MOU를 맺었기 때문에 글로벌 임상에 동참하겠다는 파트너사들이 많다”고 했다. 그는 이어 "마침 인도네시아는 환자들이 병원에 가지 않고도 임상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 코로나 치료제의 다국가 임상을 위한 좋은 장소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GX-19는 제넥신을 비롯해 바이넥스, 국제백신연구소(IVI), 카이스트, 제넨바이오, 포스텍 등이 컨소시엄을 이뤄 개발 중인 DNA 백신이다. 지난 5월 영장류 시험에서 중화항체 생성을 검증한 뒤 임상 1상이 진행 중이다. 임상 1상 규모는 건강한 성인 60명을 대상으로 하고, 11월 2a상은 150명을 대상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코로나 백신 개발 진행 상황에 대해 우 소장은 “1상에서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무바늘 투여법이 추가됐다. 기존의 전기천공기 투여법과 무바늘 투여법의 안정성과 면역원성을 비교 분석한 후 임상 2a상에 들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DNA 백신 접종에 가장 많이 쓰이는 전기천공기 투여법은 주삿바늘로 약물을 주입한다. 반면 무바늘 투여법은 바늘이 아닌 분사기로 피부에 압력을 가해 미세한 입자의 약물을 주입하는 방식이다. 우 소장은 “DNA 백신은 다른 종류의 백신과 달리 투여 방식이 매우 중요하다. 근육세포 안에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최적의 투여 방식을 찾고 있다. 무바늘 투여법이 DNA 백신의 편리성을 높이고 아이부터 어른까지 전 연령층의 접근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제넥신의 코로나 백신 개발 목표는 뚜렷하다. 그는 “한국의 코로나 백신 개발 속도는 다른 글로벌 제약사보다 느리다. 현재로서는 세계 최초 백신이 되기 어렵다. 빅파마들은 천문학적인 액수를 집중 투자하면서 백신 개발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며 “그래서 제넥신은 조금 늦더라도 ‘베스트 백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변이성과 면역 반응 등을 모두 고려해 안정성과 편리성을 극대화한 백신을 내년 하반기 출시하겠다”고 강조했다.
백신·치료제 동시 개발, 병용치료가 해답
이날 글로벌 제약사인 아스트라제네카의 코로나 백신 임상 3상 일시 중단이 발표됐다. 이로 인해 백신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감도 제기됐다. 우 소장은 “임상 중 다분히 일어나는 일이다. 어떤 상황인지 정확히 진단한 뒤 임상이 계속 진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확실히 예방백신에 대한 안전성의 기준이 높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됐다”고 말했다.
제넥신이 개발 중인 DNA 백신의 경우 부작용이 거의 없는 안전성이 높은 플랫폼으로 알려졌다. 바이러스 내 유전자 DNA를 분리하기 때문에 대량 생산이 가능하고 간단하면서도 빨리 생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한국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코로나 재유행이 확산되고 있다. 이로 인해 제넥신을 비롯한 글로벌 제약사들은 코로나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코로나 백신이 아니면 답이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라서 미국과 유럽 등 강대국에서는 백신의 긴급 승인에 열을 올리고 있다. 우 소장은 “지금 50% 이상의 효과가 있는 백신이라면 승인한다는 계획이다. 백신만으로 코로나를 완벽히 잡을 수 없기 때문에 결국 치료제와 병용해야 한다”며 해답을 제시했다.
제넥신은 코로나 치료제도 개발 중이다. 공동개발사인 네오이뮨텍과 미국 1상을 진행 중이다. 예방백신과는 달리 GX-I7이라는 단백질 신약 물질을 활용한 작용 기전으로 개발하고 있다. GX-I7은 면역 세포인 T세포의 증식과 활성을 돕는 혁신적인 치료 기전이 적용됐다. T세포는 바이러스를 공격해 감염 전이를 막는 역할을 한다. 우 소장은 “최근 미국 예일대 연구팀이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한 코로나 면역 반응 결과가 흥미롭게 다가왔다. 남성이 여성보다 T세포 활성이 덜 하고 사이토카인의 수치가 높아 코로나에 걸리면 더 위험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다”고 말했다.
코로나 중증·위증 환자의 경우 T세포 감소율이 높아서 생명이 위험하게 된다. 제넥신의 GX-I7는 T세포 수를 늘리고 활성화시킨 후 지속적으로 유지해 치료를 돕는 방식이라서 코로나 치료제로 효과가 높을 수 있다. 우 소장은 “코로나 치료제의 경우 백신과 비교해 투여 후 관찰 기간이 더 짧고 결과를 더 빨리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코로나 치료제도 매우 중요하고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면역치료제로 글로벌 신약 블록버스터 꿈
1999년 지금의 성영철 회장이 설립한 제넥신은 혁신 신약 개발의 길을 걷고 있다. 면역 치료약물 및 차세대 항체융합단백질 연구 개발 성과 등을 앞세워 코스닥 시장에서 시가 총액 4조원 이상 규모로 성장했다.
연구 개발 중심이라 학구적인이지만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바이오기업이라 다이내믹하게 돌아간다. 이런 분위기가 코넬대 박사 학위를 딴 뒤 하버드 의대 연구원까지 역임했던 우 소장의 성향과 잘 맞아떨어졌다. 2011년 서울성모병원의 연구교수로 복귀하기 전까지 우 소장은 15년간 육아와 가사에 전담했다. 성영철 회장을 지인 소개로 만나면서 제넥신에서 제2의 인생을 시작하게 됐다.
최근 첫 손주까지 봤지만 우 소장의 열정만큼은 변함이 없다. 그는 “매일 새로운 개발을 하는 등 재미있고 다이내믹해서 동기부여가 되는 것 같다”며 “일을 시작하면 답을 찾는 행동을 미루지 않고 끝장을 보는 성격이다. 그래서 신약 개발 업무 등과 잘 맞다”고 미소를 지었다. 글로벌 파트너십 확충 등 추진력이 빼어나고 여성 경영진으로서 탁월한 공감과 소통 능력 덕분에 우 소장은 7년 만에 연구소장까지 고속 승진할 수 있었다. 그는 “글로벌 파트너사와의 소통으로 밤 회의가 다반사고 새벽 2시에도 원격 회의를 하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이제는 오전보다 밤 회의가 더 편하다”라며 웃었다.
이제 우 소장과 제넥신은 국내 최초 글로벌 블록버스터 신약 목표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GX-I7 면역치료제가 후보군이다. 그는 “삼성전자가 반도체를 통해 국격을 끌어올렸듯이, 이제 한국 바이오가 고부가가치 산업을 만들어낼 수 있을 거라 믿는다. 제넥신도 충분히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릴 수 있는 글로벌 블록버스터를 개발할 수 있는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시간 문제일 뿐이다”며 굳은 의지를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