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안치홍(30)은 최근 동료들보다 야구장에 한 시간 먼저 나와 특타(특별 타격훈련)을 했다. 긴 슬럼프에서 벗어나기 위한 안간힘이었다. 그의 특타는 꽤 오랫동안 진행됐고, 이제 결실을 보기 시작했다.
올 시즌 롯데 유니폼을 입은 안치홍은 7월까지 2할8푼대의 타율을 기록했다. 그러다 8월에는 타율이 0.219로 뚝 떨어졌다. 허문회 롯데 감독이 "8월부터 치고 올라간다"고 장담한 대로, 롯데는 8월 승률 0.636로 상승세를 탔다. 그러나 안치홍은 반대였다. 8월 20경기에서 홈런은 하나도 없었고, 타점도 5개뿐이었다. 지난 1일 KT전에서는 팀이 1-5로 뒤진 4회 초 무사 1·2루에서 보기 드문 삼중살을 기록하기도 했다.
안치홍은 가장 더운 시간에 공을 치고, 또 쳤다. 그렇게 타격 부진에서 벗어나기 위해 애써온 그는 지난주(8~13일) 6경기에서 타율 0.500(22타수 11안타) 2홈런 8타점을 올렸다. 주간 타율과 타점, 루타 1위다.
안치홍은 9일 NC전에서 4타수 3안타 1타점으로 부진 탈출의 시동을 걸더니, 10일 삼성전에서 5타수 4안타 3타점을 기록했다. 2-7로 뒤진 4회에는 65일 만의 홈런으로 추격을 이끌었고, 13-8 대역전승을 만든 주인공이 됐다.
안치홍은 다음날(11일) 개인 통산 6번째 만루홈런을 쏘아 올렸다. 뜨거웠던 타격감이 12~13일 SK전에서 다소 식었지만, 안타 1개와 4사구 2개를 기록했다. 15일 키움전에서 3타수 2안타 3타점으로 팀의 8-5 승리에 앞장섰다. 안치홍은 "조금 좋아진 느낌은 있지만 '이제 됐다'라고 생각할 단계는 아직 아닌 것 같다"라며 "그동안 팀 승리에 기여하지 못했는데, 최근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 것 같아 기분은 좋다"고 반겼다. 올 시즌 그의 성적은 타율 0.288, 6홈런, 48타점이다. 이달 타율은 0.421로 높다.
안치홍은 KBO리그에서 손꼽힐 만큼 성실한 선수다. 타격 부진이 깊어지면 더 많이 훈련하고 땀을 쏟는다. 다만 자신을 너무 괴롭히는 경향이 있다. 동료들이 "조금 내려놓으라"고 말할 정도다. 그는 "이번에 역시 내가 해볼 수 있는 것을 다했다. 훈련 방법도 바꾸고, 부진 이유를 많이 분석했는데…"라며 "'이렇게까지 안 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 안 풀렸다"고 돌아봤다.
해답은 역시 마음을 비우는 것이었다. 지난겨울 자유계약선수(FA)가 된 안치홍은 롯데와 2+2년 계약을 했다. 올해와 내년 성적으로 시장에서 재평가를 받아야 한다. 이에 따른 책임감과 부담감이 컸다.
안치홍은 "최근 욕심을 많이 내려놓았다. 마음을 편안하게 가지니 경기에 더 집중할 수 있었다. 마음을 내려놓는 게 가장 힘들다는 걸 새삼 느꼈다"며 "선수마다 장단점이 있다는 걸 받아들이니 마음이 더 편안해졌다"고 설명했다.
롯데는 5강 진출의 희망을 놓지 않았다. 가을야구를 위해 전력을 다하는 중이다. 공격과 수비에서 안치홍의 역할이 중요하다. 그는 "슬럼프에서 다소 벗어났지만, 아직 불안함이 남아 있다"며 걱정했다. 안치홍은 "남은 시즌 마인드 컨트롤을 잘하겠다. 매 경기 집중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