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주전 1루수 강백호는 16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삼성과의 경기에서 4번 타자 겸 1루수로 선발 출장했다. 멀티 히트를 기록하며 좋은 타격감을 보였다. 위압감을 주며 삼성 선발 투수 원태인을 괴롭혔다. 수비에서도 좋은 포구가 있었다. 명품 수비를 완성하는 데 기여했다.
상황은 이랬다. KT 선발 투수 김민수는 0-1로 뒤진 3회 초 1사 1루에서 삼성 5번 타자 김동엽에게 가운데 방면 안타성 타구를 허용했다. 그러나 KT 외야에는 배정대가 있었다. 넓은 수비 범위와 타구 판단 능력을 앞세워 포구에 성공했다.
명장면은 이어진 플레이에서 나았다. 주자 구자욱이 2루까지 밟고 3루 진루까지 시도했다. 안타를 확신했기 때문이다. 리터치를 하지 않았고, 황급히 귀루를 도모했다. 배정대는 도움닫기 동작을 간소화하고 어깨의 힘과 탄력으로만 1루 송구를 뿌렸다. 그리고 공은 낮은 탄도로 1루를 향했다.
체공 시간이 길면 주자가 먼저 베이스를 밟을 가능성이 높았다. 문제는 정확도. 99점을 줄 수 있는 송구였지만 1루수 앞에서 바운드가 됐다.
1점을 강백호가 채워줬다. 바운드된 순간 마치 낚싯대를 채듯이 미트를 아래에서 위로 올리며 공을 잡아냈다. 더블플레이로 이닝 종료.
1루수는 오른발로 베이스를 밟고 있어야 하므로 동작 제약이 있다. 바운드되는 공은 오로지 낙구 위치 판단과 핸드-아이 코디네이션(hand-eye coordination·눈과 손의 협응 능력)에 의존해야 한다. 강백호는 고교 시절 투수와 포수를 맡았다. 포구 능력이 발휘됐다.
비슷한 장면이 또 있었다. KT가 3-1로 앞선 5회 초 1사 1루에서 김상수의 타구를 유격수 심우준이 몸을 날려 잡아냈다. 1루 주자 박해민이 앤드런 작전을 수행한 탓에 베이스커버를 들어가다가 역동작으로 포구한 것. 호수비였다.
강백호는 이 상황에서도 송구를 잘 잡아냈다. 심우준이 송구까지 완벽하게 하진 않았다. 다소 낮았다. 육안으로는 숏바운드가 명확히 확인되지 않을 정도였다. 강백호가 잘 처리한 송구였다.
강백호는 올 시즌부터 1루수를 맡았다. 시즌 초반에는 타구 판단, 포구 뒤 2루 송구에 미숙한 모습이 있었다. 여전히 완벽하진 않다. 그러나 자신의 범위 안에 들어오는 포구가 능하고, 송구 포구는 뛰어난 수준이다. 베이스 커버를 들어가는 야수의 위치와 움직임을 고려하고 송구하는 능력도 좋아졌다.
기본 플레이였다며 폄하될 수도 있다. 그러나 1루수가 되어 가는 강백호의 모습은 반갑다. 타격 성장 속도보다는 느리지만 조금씩 나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