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다웠다. '필드 위의 과학자' 브라이슨 디섐보(27·미국)가 제120회 US오픈에서 우승하면서 생애 첫 메이저 대회 정상에 올랐다.
디섐보는 21일(한국시각) 미국 뉴욕주 머매러넥의 윙드풋 골프클럽(파70)에서 끝난 대회 최종 라운드에서 이글 1개, 버디 2개, 보기 1개로 3타를 줄였다. 4라운드 내내 오버파 없는 경기를 치른 디섐보는 합계 6언더파로 매슈 울프(미국·이븐파)를 6타 차로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메이저 대회에선 개인 첫 우승을 거둔 그는 우승 상금 225만 달러(약 26억1000만원)를 받았다. 지난 7월 로켓 모기지 클래식 이후 2개월여 만에 미국 프로골프(PGA) 투어 개인 통산 7승째를 달성했다.
특히 골퍼들에게 악명높기로 소문난 윙드풋 골프클럽의 벽을 넘어섰다. 앞서 이 곳에서 열린 5차례 US오픈에서 언더파를 기록하고 우승한 선수는 1984년 4언더파의 퍼지 죌러(미국) 한 명뿐이었다. 1~4라운드 합계 언더파를 기록한 선수 자체가 이 당시 죌러와 그렉 노먼(호주) 둘 뿐이었다. 이번 대회에서 디섐보가 새로운 역사를 썼다.
디섐보는 3라운드를 마치고 "어떤 상황이 됐든 공격적으로 가겠다"고 했다. 대회 기간 동안 매일 밤 늦게까지 샷 연습을 하면서 감각을 가다듬은 그는 최종 라운드에서 그 누구보다 압도적이고, 안정적인 경기를 펼쳐보였다. 이날 그의 평균 드라이브샷 거리는 336.3야드. 페어웨이 안착률은 43%였지만, 그린 적중률은 61%였다. 좁은 페어웨이와 길고 질긴 러프 등 골프장 상황을 고려하면 거리와 정확도까지 모두 잡으면서 경기를 치렀다. 여기에 승부처마다 긴 거리 퍼트를 성공시키면서 원하는 경기를 치러낼 수 있었다.
디섐보는 4번 홀(파4)에서 홀 4m 거리 퍼트를 넣고 이날 첫 버디를 성공했다. 8번 홀(파4)에서 파 퍼트가 다소 짧아 첫 보기를 기록했지만, 9번 홀(파5)에서 곧장 분위기를 바꿨다. 556야드의 이 홀에서 티샷으로만 375야드를 보낸 그는 투온에 성공한 뒤에 홀과 약 12m 거리의 까다로운 이글 퍼트를 성공시켰다.
이후부터 디섐보가 독주해 나갔다. 셋째날 디섐보에 2타 앞선 단독 선두였던 울프는 9번 홀에서 이글을 기록했지만 전반 9개 홀에서 1타를 잃었다. 이어 10번 홀(파3)에서 티샷이 벙커 턱에 박혔고, 끝내 보기를 적어내면서 디섐보와 차이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디섐보는 곧장 11번 홀(파4)에서 4m 거리 버디 퍼트를 넣고 울프와 차이를 3타로 벌렸다. 순간적으로 주먹을 불끈 쥐어보였을 만큼 디섐보에겐 중요한 버디 퍼트가 들어간 순간이었다.
디섐보는 이후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공이 긴 러프에 들어가도, 퍼트 거리가 까다롭고 길어도 모두 파로 마무리지었다. 12~17번 홀을 모두 파로 마무리한 사이, 울프는 14번 홀(파4)과 16번 홀(파4)에서 러프에서의 샷이 잘 맞지 않았던 탓에 보기와 더블 보기를 적어내고 합계 언더파 스코어를 적어내지 못했다. 18번 홀(파4)에서 파 퍼트를 성공한 디섐보는 두 팔을 번쩍 치켜 올리면서 우승 기쁨을 만끽했다.
임성재(22)는 최종 라운드에서 선방하면서 순위를 끌어올렸다. 버디 4개, 보기 5개로 1타를 잃은 그는 합계 9오버파로 단독 22위에 올랐다. 한국 선수로 유일하게 컷 통과한 그는 3라운드 73타, 4라운드 71타로 후반 들어 선전하는 모습을 보였다. 세계 1위 더스틴 존슨(미국)은 최종 라운드에서 이븐파를 쳐 합계 5오버파 공동 6위,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는 6오버파 공동 8위, 존 람(스페인)은 10오버파 공동 23위로 대회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