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시즌 KBO리그는 고졸 신인 투수 선전이 두드러졌다. KT 소형준은 괴물 계보를 이었다. 빅리거 류현진 이후 14년 만에 선발 10승을 기록한 고졸 신인 투수가 됐다. 리그에서 가장 먼저 두 자릿수 승수를 올리기도 했다. LG 이민호, 삼성 허윤동도 이름 석 자를 확실히 각인시켰다.
신인 투수를 향한 기대감이 높아졌다. 그러나 현장은 우려 목소리를 냈다. 드래프트에 참가하는 고졸 투수들의 전반적인 기량이 예년보다 떨어진다는 평가였다. 그동안 고전하던 대졸 투수들의 경쟁력이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1라운드 전체 1순위는 이변이 없었다. 롯데가 21일 진행된 2021 2차 신인 드래프트에서 강릉고의 대통령배 우승을 이끈 고교 좌완 특급 김진욱(18)을 진행됐다. 예견된 결과. 그러나 전통적으로 투수 강세던 1라운드 판세는 변화가 있었다. 1라운드에 지명된 투수는 5명뿐이다. 2차 신인 드래프트가 10구단 체재로 진행된 2014년 이후 가장 적은 숫자다. 대어급이 줄었다는 의미다.
각 구단은 잠재력, 페이스, 경쟁력 등 다양한 키워드로 '투수 약세' 드래프트에 임한 모양새다. 빠른 구속과 뛰어난 신체 조건만 눈여겨보지 않았다.
1라운드 전체 2순위에 한화의 선택을 받은 유신고 투수 김기중이 대표적이다. 올 시즌 등판한 14경기에서 평균자책점 5.67을 기록한 투수다. 1, 2학년 때는 특급 반열로 기대받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정국 탓에 2020년 초반 대회에서는 고전했다.
그러나 가장 마지막에 치러진 전국대회(협회장기)에서 투구 밸런스와 제구력이 좋아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화는 고교 3학년 성적보다는 이전부터 눈여겨본 잠재력을 믿었다. SK가 3라운드에 지명한 세광고 조병현도 비슷한 케이스다.
한화가 3라운드에 지명한 대전고 투수 조은은 언더핸드 투수다. 한 스타우트는 "요즘에 보기 드문 정통파 언더 핸드다"고 했다. SK 선발 투수 박종훈의 투구 폼을 연상하면 이해가 빠른 것. 구속도 유형 대비 빠른 편이어서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KIA가 1라운드에 지명한 고려대 박건우는 '대졸' 신인 자존심을 지켰다. 완성도 높은 커브를 구사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KT가 2라운드에 지명한 성균관대 투수 한차현도 마찬가지다. A구단 스카우트는 "변화구에도 트렌드가 있는데, 요즘에는 체인지업을 파고드는 투수가 많다. 이런 흐름 속에서 한차현의 스플리터는 매우 돋보이는 수준이다"며 그의 희소가치를 짚었다.
삼성이 2라운드에 지명한 경기고 홍무원은 체인지업을 인정받았다. 체인지업의 핵심은 포심 패스트볼과 구분이 어려운 자세, 릴리스 포인트, 팔 스윙 각도와 속도를 갖추는 것이다. B구단 스카우트는 "거의 차이가 없는 수준이다"고 평가했다.
두산 1라운더 김동주(선린인터넷고), 삼성 1라운더 이재희(대전고)는 전형적인 강점을 갖고 있다. 신체 조건이 좋고, 구속이 빠르다. 이복근 두산 스카우트 팀장은 "김동주는 균형 잡힌 체격을 갖춘 투수다. 팔 스윙이 유연하고 변화구도 다양하다. 지난해 4월에 팔꿈치 내측 측부 인대 수술을 받았다. 몸 상태가 완벽해지면 시속 150㎞대 직구를 던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