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이 호랑이를 만신창이로 만들었다.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가 KIA 타이거즈와 주말 3연전을 싹쓸이했다. 치열한 5위 싸움 중인 두 팀 중 두산이 앞서가게 됐다.
지난해 챔피언 두산은 올 시즌도 우승 후보로 꼽혔다. 20승의 에이스 조쉬 린드블럼이 미국으로 떠난 걸 빼고는 큰 전력 누수가 없었다. 2015년 취임 이후 5년 연속 팀을 한국시리즈로 이끈 김태형 감독의 지도력도 여전했다. 그런 두산의 순위는 1일 6위까지 내려갔다.
두산은 추석 연휴에 5위 KIA와 만났다. 가을야구의 마지막 한 자리를 노리는 양 팀 모두에게 외나무다리 일전인 셈이다. 두산이 KIA를 6위로 밀어냈다. 두산은 2~4일 잠실 3연전에서 모두 이겼다. 2일에는 14-3으로 크게 이기고 공동 5위로 올라섰다. 3일 7-2로 다시 한번 이겨 단독 5위가 됐다. 그리고 4일 7-1로 승리하면서 6위 KIA와 승차를 2경기로 벌렸다.
두산 선발진은 초토화됐다. 이용찬은 팔꿈치 부상으로 올 시즌 5경기만 던지고 수술대에 올랐다. 린드블럼을 대신해줄 것으로 기대했던 크리스 플렉센은 잦은 부상으로 5승에 그쳤다. 예비 자유계약선수(FA) 유희관은 8승11패 평균자책점 5.39로, 2군에 내려갔다. 지난해 17승의 이영하는 선발로는 부진해 마무리로 보직을 바꿨다. 제 몫을 한 건 라울 알칸타라(15승2패, 평균자책점 2.90) 뿐이다.
그런 상황에서 희망이 생겼다. 프로 8년 차 왼손 투수 함덕주(25)다. 김태형 감독은 이영하를 마무리로 돌리면서 함덕주를 선발진에 합류시켰다. 함덕주는 2013년 데뷔 이후 주로 불펜투수로 뛰었다. 2017시즌 선발 기회를 얻었으나 다시 불펜으로 이동했다. 올해도 셋업맨으로 시작했는데, 마무리를 거쳐 선발까지 왔다. 김 감독은 “3년 전에는 손에 물집이 자주 생겨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선발 성적(22경기 7승8패, 평균자책점 4.15)이 나쁘지 않았다. 선수도 원래 선발을 원했다”고 말했다.
보직 변경은 성공적이다. 지난달 27일 키움전 직후 손가락 부상으로 부상자 명단에 올랐던 함덕주는 4일 KIA전을 통해 돌아왔다. 5이닝 동안 안타 3개, 볼넷 1개만 내줬고, 1실점으로 시즌 5승(4패)을 거뒀다. 4회 초 KIA 4번 타자 최형우에게 내준 솔로홈런이 유일한 실점이었다. 선발 전환 이후 5경기 2승무패, 평균자책점 3.75다. 투구 이닝은 적어도 실점을 줄여 승리 기회를 만든다. 불펜에서 선발로 옮긴 최원준(10승1패, 평균자책점 3.63)과 함께 두산의 반격을 이끌고 있다.
KIA는 팀 내 최다승(11승) 투수 애런 브룩스가 빠진 상황에서 5위 싸움을 하고 있다. 이번 3연전 전패로 큰 타격을 받았다. 설상가상 다음 주에는 더블헤더를 포함해 7연전이다. 맷 윌리엄스 KIA 감독은 일단 양현종과 드류가뇽을 4일 휴식 후 등판시킬 예정이다. 무엇보다 시즌 초반 좋았던 이민우와 임기영이 부진하다. 김현수와 김기훈 등 젊은 투수의 활약이 절실하다.
한편, 롯데 자이언츠 내야수 오윤석(28)이 사이클링 히트를 기록했다. 오윤석은 부산 한화 이글스전에서 2루수 겸 1번 타자로 나와 기록을 수립했다. 프로야구 통산 27번째, 롯데 선수로는 정구선(1987년), 김응국(1996년) 이후 세 번째다. 오윤석은 1회 말 2루타, 2회 말 단타를 쳤고, 3회 생애 첫 만루홈런을 날렸다. 그리고 5회 우중간 3루타를 기록했다. 오윤석은 6회에도 1타점 적시타를 때려 5타수 5안타 7타점 3득점을 올렸다. 7위 롯데는 한화를 14-5로 꺾고, 가을야구의 희망을 이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