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선두 NC 다이노스(76승 4무 43패)가 다시 질주하고 있다. 최근 10경기에서 8승 1무 1패를 거두면서 5일 현재 2위 KT 위즈(70승 1무 53패)와 승차가 8경기 차까지 벌어졌다. 창단(2012년) 첫 우승까지 매직넘버는 '13'이다. 남은 21경기에서 13승을 추가해 89승이 되면, KT가 남은 20경기를 전부 이겨도 NC가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하게 된다.
NC는 올 시즌 초반부터 1위 자리에서 내려온 적이 없다. 하지만 지난 8월 주축 선수들의 부상과 투수진의 위력이 떨어지면서 9월에 위기가 찾아왔다. 지난달 15일 두산 베어스에 3-7로 지면서 6할 승률이 무너졌다. 이어 당시 2위였던 키움 히어로즈에서 승차 없이 승률에서 약간 앞서면서 간신히 선두를 지켰다.
그랬던 NC가 지난 20일간 반전 드라마를 썼다. 지난달 16일부터 이달 5일까지 16승 1무 2패를 거두면서 바짝 추격하던 팀들을 따돌렸다. 부진했던 마운드가 다시 힘을 냈다. 이 기간 동안 팀 평균자책점이 3.02로 10개 팀 중 가장 낮았다. 8월에 5.42로 치솟았던 팀 평균자책점이 쑥 내려간 것이다.
선발과 불펜투수진 모두 5~6점대 평균자책점으로 붕괴 직전이었다. 오죽하면 지난 8월 트레이드 기간에 최하위 한화 마무리 정우람(35)을 데려올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돌았다. 그러나 이동욱 NC 감독은 "우리 투수들을 믿고 있다"면서 정우람 영입설을 잠재웠다. 이 감독 믿음처럼 투수들이 살아났다. 지난 20일 동안 선발진은 12승 2패, 평균자책점 3.31을 기록했다. 불펜진은 4승 1무 18홀드 8세이브, 평균자책점 2.60으로 더 뛰어났다.
그 중심에는 30대 베테랑 불펜진들이 있다. 한때 NC의 불펜야구를 이끌었던 김진성(35), 임창민(35), 원종현(33) 등이 살아났다. 김진성은 지난 20일간 10경기에 나와 3승 2홀드, 평균자책점 0.00으로 최고의 투구를 보여줬다. 임창민은 8경기에서 4홀드, 평균자책점 1.17, 마무리 원종현은 9경기에서 8세이브, 평균자책점 4.00으로 활약했다.
김진성은 지난 2월 스프링캠프 초반에 구단과 연봉협상 과정에 불만을 품고 조기 귀국했다. 그러면서 2군에서 시즌을 시작했고, 지난 6월 초에야 1군에 올라왔다. 이후 다소 헤맸지만, 8월부터 점점 살아났고 9월에는 마운드를 지배하고 있다.
임창민은 지난 2018년 팔꿈치 수술 이후 투구가 들쭉날쭉했다. 결국 지난 7월 초 1군 전력에서 제외됐다. 절치부심한 임창민은 한창 마운드에 힘이 빠지던 8월 중순 돌아와 예전 전성기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시즌 초반부터 꾸준히 던진 원종현은 더운 여름에 어깨가 무거워졌지만, 지난달 들어 회복했다. 9월 16일 두산전부터 29일 SK 와이번스전까지 7경기 연속 세이브를 올렸다.
베테랑들이 든든하게 마운드를 지키면서, 20대 투수들도 점점 구위를 회복했다. 지난 8월 KIA 타이거즈에서 트레이드 된 문경찬(28)은 팀 분위기에 적응하면서 NC의 질주에 힘을 보탰다. 지난 20일 동안 7경기에서 6홀드, 평균자책점 2.57로 NC 불펜의 핵심이 됐다.
외국인 원투펀치 드류 루친스키(32·18승 3패), 마이크 라이트(30·11승 6패) 외에 국내 선발투수들이 기복이 있었는데, 김영규(20), 송명기(20), 박정수(24) 등이 선발로 나와 깜짝 호투한 것도 팀에 큰 도움이 됐다. 김영규와 송명기는 지난 20일 동안 각각 3경기에 나와 2승을 따냈고, 박정수는 1승을 올렸다. 이 감독은 "경험이 많은 투수들이 살아나면서 투수진이 전체적으로 안정됐다. 누가 마운드에 올라가도 잘 던지다 보니 자신감도 높아졌다. 다른 팀 결과에 신경쓰지 않고, 매 경기 이기는 것에 집중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