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울루 벤투(51) 감독이 이끄는 한국 남자 축구 국가대표팀은 오는 9일과 12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리는 2020 하나은행컵 올림픽대표팀과 친선경기를 앞두고 5일 파주 국가대표팀 트레이닝센터(NFC)에 소집됐다. 벤투호가 다시 모인 건 지난해 12월 부산에서 열린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 이후 약 10개월 만이다. 그동안 코로나19 여파로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 등 A매치가 줄줄이 취소되면서 대표팀을 소집할 수 없었다.
이벤트 형식의 스페셜 매치를 앞둔 것이지만, 선수들의 표정에 진지함이 묻어났다. '벤투의 황태자' 나상호(24·성남 FC)는 "10개월이라는 긴 시간 동안 대표팀 소집이 없었다. 몸 관리를 하고 좋은 컨디션을 유지했기 때문에 소중한 시간이다. 두 차례 친선경기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대표팀에 뽑히기 위해 계속 노력한 만큼, 좋은 경기력을 보여야 할 것 같다"고 의지를 다졌다.
벤투 감독은 이번 대표팀을 K리거로만 꾸렸다. 해외 입국 시 발생하는 자가격리 문제 때문에 손흥민(28·토트넘) 등 해외파 선수들을 뽑지 않았다. 덕분에 벤투호에 새로 합류한 얼굴들도 여럿 보였다. 김학범호의 주축으로 올해 1월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챔피언십 우승을 이끌었던 원두재(23·울산 현대)가 대표적이다. 원두재는 소집 후 취재진과 만나 "축구 선수라면 당연히 오고 싶은 곳이 대표팀이다. 그만큼 기대가 되고, 빨리 훈련하고 싶다"고 소감을 전했다.
처음 합류한 선수들에게도, 기존에 벤투 감독의 지도를 받았던 선수들에게도 대표팀 소집은 긴장될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이번 맞대결 상대는 '동생'뻘인 올림픽 대표팀. 동생들 입장에선 '밑져야 본전'인 경기지만, 형들은 '이겨야 본전'이다. 한술 더 떠 동생들은 "형만 한 아우 없다고 하지만 아우들도 좋다는 걸 보여주겠다"며 의욕이 가득하다.
나상호는 "(올림픽 대표팀 선수들이) 인터뷰한 내용을 봤다. 축구에 나이는 상관 없다고 생각하고, 동생들에게 지지 않도록 대표팀 형들과 호흡을 맞춰서 꼭 승리하겠다"고 맞받아쳤다. 이번 소집 전까지 '동생' 입장이었던 원두재 역시 "K리그에서 그래왔듯 상대를 생각하기보다 우리가 하던 대로 잘 준비해서 경기를 치르겠다. 내가 잘할 수 있는 부분을 보여드리고, 감독님의 요구를 최대한 수행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답했다.
벤투 감독은 "이번 경기 결과에 대해 부담감이 더 큰 쪽은 우리일 거다. 그 점엔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하지만 내가 부임한 이후 아시안컵, E-1 챔피언십 등 대회는 물론이고 친선경기 때도 언제나 부담을 가졌다. 그게 내 운명이고 직업"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 선수들이 그런 부담감을 느끼지 않게 하는 게 중요하고, 일주일 동안 재밌게 훈련한 결과가 경기력으로 나올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