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담보(강대규 감독)'의 흥행 공신은 다른 누구도 아닌 여덟살 배우 박소이다. 82만이 넘는 관객을 극장으로 불러모으며 추석 극장가에서 압도적인 1위를 자치한 이 영화에서 어린 승이를 연기한 그 소녀다. 아역 배우답지 않았다. 성인 연기자 이상의 매력으로 관객을 사로잡았기 때문이다.
'담보'의 치트키로 불려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열연했다. 분량도 많고 대사도 많다. 만 8세의 어린아이가 연기하기엔 쉽지 않다. 작품의 흐름에서 최대한 튀지 않게 연기하는 것이 최선일 터지만, 박소이는 오히려 성인 연기자 이상의 몫을 했다. 아역 배우와는 어울리지 않는 '연기파'라는 수식어까지 붙을 정도다. 박소이는 '담보'에 출연하기 위해 300대 1의 경쟁률을 뚫었다. 수백 명의 아역 배우들 가운데서 그를 발견한 '담보'의 강대규 감독은 "오디션 현장에서 장면에 몰입한 박소이를 보는 순간 '이 아이가 승이였으면'하고 바랐다"며 "상황을 잘 인지하고, 순간 몰입도가 뛰어난 배우"라고 밝혔다.
베테랑 배우들에게도 박소이는 '좋은 배우'였다. 이번 영화로 처음 호흡을 맞춘 성동일은 "박소이는 실제로 엄마가 자신을 버리고 간 경험도 없고, 모르는 아저씨와 산 경험도 없지 않나"라며 "다행히 소이의 에너지가 긍정적이다. 우리가 쓰러져도 아이는 방전이 없는 에너자이저다. 에너지가 넘친다. 소이에게 '안 힘드냐'고 물어보니 '현장이 제일 좋다. 신난다'고 하더라. 놀이터에 온 것처럼 즐기는 거 같다"고 전했다.
또 다른 흥행작에도 박소이가 있다. 앞서 지난 8월 개봉해 435만 관객을 동원한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에도 주요 인물로 얼굴을 비쳤다. 극중 황정민이 목숨을 걸고 구하고자 하는 소녀로 분했다. 대사는 많지 않지만 거친 장면, 험난한 촬영을 견뎠다. 서사를 담은 눈빛 연기는 아역의 영역 밖이었다. 황정민이 왜 목숨을 거는지, 부성애에 설득력을 부여했다. 코로나19 사태 가운데서도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는 호평을 받으며 올해 개봉한 영화 가운데 흥행 2위에 올랐다.
이쯤 되니 매니지먼트사에서도 박소이 잡기에 나섰다. 아직 소속사가 없는 박소이는 어머니와 함께 촬영장을 오가고 있다. 한 연예 관계자는 "성인 연기자보다 더 눈길을 끄는 존재감이 있다. 성장 가능성이 충분해 보인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