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펼쳐진 '2020 하나은행컵 축구국가대표팀vs올림픽대표팀 친선경기' 1차전에서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올림픽대표팀과 파울루 벤투 감독의 A대표팀은 2-2 무승부를 거뒀다.
김학범호는 전반 14분 이주용(전북 현대)에 선제골을 허용했지만, 후반 5분 송민규(포항 스틸러스)의 동점골이 터졌다. 그리고 후반 13분 상대 권경원(상주 상무)의 자책골을 유도하며 2-1 역전에 성공했다. 벤투호는 후반 44분 이정협(부산 아이파크)의 극적인 동점골이 터지며 가까스로 비길 수 있었다.
스코어 뿐만 전체적인 경기력에서도 아우들은 형들에게 절대 밀리지 않았다. 형들은 크게 당황해야 했고, 아우들은 강렬한 패기로 형들과 당당하게 맞섰다. 2-2로 비겼다는 건 사실상 아우들의 승리라 할 수 있다.
사실 경기가 열리기 전 벤투호의 손쉬운 승리가 예상됐다. 당연한 현상이다. 최정예 A대표팀과 23세 이하의 연령별 대표팀의 맞대결은 누구나 쉽게 전망할 수 있다. 게다가 김학범호는 핵심 자원인 이동경, 원두재(이상 울산 현대), 이동준(부산 아이파크) 등 3명을 A대표팀에 내주기까지 했다.
하지만 이런 예상은 깨졌다. 한 수 위 스쿼드를 꾸린 A대표팀이 고전했다. 패배 직전까지 갔고, 후반 막판 가까스로 비길 수 있었다.
두 팀 감독의 역량이 묻어난 경기였다. 벤투 감독과 김학범 감독 모두 처음 대표팀에서 발탁된 선수를 과감하게 선발로 기용했다. 대표적인 선수가 벤투호의 김지현(강원FC)과 김학범호의 송민규였다.
두 선수의 희비는 갈렸다. 김지현은 이렇다할 인상을 남기지 못한 채 전반만 뛰고 교체됐다. 반면 송민규는 양팀 통틀어 가장 매서운 모습을 보였다. 동점골 장면도 강렬했다. 문전에서 수비수 2명을 따돌리며 왼발 슈팅으로 골을 성공시켰다. 김학범호 데뷔전에서 '에이스'의 위용을 드러낸 송민규였다.
송민규는 현재 K리그1(1부리그)에서 가장 핫한 선수다. 10골을 넣으며 국내 선수 득점 1위를 달리고 있다. 이런 흐름이 우연이 아님을, 그는 태극마크를 달고, A대표팀을 상대로 증명했다.
형과 아우의 대결로 주목받았던 이번 경기. 감독 지략 대결에서는 아우 팀 감독이 더 강렬했다. 비기면서 사실상 승리라는 결과를 도출했다. 경기를 앞두고 "공은 어디로 튈지 모른다"는 김 감독의 말이 맞았다.
그런데 감독 나이와 경험으로 따지면 김 감독이 형이다. 벤투 감독은 51세, 김 감독은 60세다. 지도자 경력도 벤투 감독은 2004년 처음 시작했고, 김 감독은 1993년이다. 감독 맞대결에서는 자연스럽게 '형'만 한 아우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