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발만 잘못 디뎌도 그대로 강등. 그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도 조성환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은 포기하지 않았다. '생존왕'의 이름을 걸고 위기에서 벗어나 마지막 기회를 손에 쥔 조성환 감독은 미국프로야구(MLB) 뉴욕 양키스의 전설적인 포수 요기 베라가 남긴 명언,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를 외쳤다.
인천은 다가오는 31일 하나원큐 K리그1(1부리그) 2020 27라운드 최종전 FC 서울과 경기를 앞두고 있다. 이 경기 결과에 따라, 그리고 같이 강등 싸움을 펼치고 있는 부산 아이파크와 성남 FC의 맞대결 결과에 따라 잔류와 강등의 희비가 엇갈린다. 현재 인천은 6승6무14패(승점24·득점24)로 리그 최하위. 강등을 다투는 10위 부산(5승10무11패·승점25·득점24), 11위 성남(6승7무13패·승점25·득점22)와 차이는 미미하다. 만약 최종전에서 인천이 서울을 꺾는다면 부산-성남전 패자가 12위가 돼 K리그2(2부리그)로 강등된다. 인천이 비길 경우 부산-성남전 패자와 승점이 같아지는데 이 경우 다득점에 따라 강등 팀이 결정된다. 인천이 생각하고 싶지 않은 최악의 경우는 패하거나, 세 팀 모두 비기는 시나리오다. 이 경우 인천은 K리그에 승강 시스템이 도입된 이후 처음으로 강등의 아픔을 맛보게 된다.
그동안 인천이 강등 위기에 처했던 적은 많았다. 9위로 시즌을 마친 2012년, 상위 스플릿 진출에 성공했던 2013년 정도를 제외하면 인천은 언제나 마지막까지 생존을 걸고 싸우는 팀이었다. 그러나 인천은 매 시즌마다 어떻게든 살아남았고, 막판 폭발력을 과시하며 K리그1 '생존왕'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올 시즌도 마찬가지였다. 매년 그랬듯이 강등 후보로 분류돼 힘겨운 싸움을 이어왔고, 전반기 내내 부진하며 하위권으로 곤두박질쳤다. 그 어느 때보다 강등 확률이 높아 보이는 시즌이었고, 최종전을 앞둔 지금까지도 여전히 12위에 머무르고 있다. 하지만 8월 조성환 감독 부임 이후 확연히 달라진 팀 분위기 속에서 위기를 헤쳐나가는 중이다.
조성환 감독이 인천 지휘봉을 잡은 건 승리 없이 5무9패를 기록 중이던 최악의 상황이었다. 하지만 조성환 감독 부임 이후 변화의 물결이 일기 시작했다. 부임 2경기 만에 첫 승을 만들어냈고 후반기 반등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번에 지면 정말 끝'인 상황에 부딪힐 때마다 인천은 악착같이 승리를 일궈냈고 그 백미는 지난 26라운드 부산전이었다. 10위 부산과 12위 인천의 맞대결, 여기서 지면 인천은 강등이 확정되는 상황이었다. 전반 43분 선제골을 허용할 때까지만 해도 인천이 '생존왕'이라는 간판을 드디어 거두는가 싶었다. 하지만 후반 19분과 20분, 연달아 터진 극적인 동점골과 역전골에 희비가 엇갈렸다.
인천이 잔류를 위한 마지막 기회를 스스로 잡은 뒤 조성환 감독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마지막 경기가 남았다"는 말로 최종전에 대한 각오를 드러냈다. '경인더비' 상대인 서울을 꺾고, 다시 한 번 '생존왕'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해피엔딩을 내겠다는 것이 조성환 감독의 결의다. 9년 연속 잔류를 노리는 생존왕이 버티고 있는 한, K리그1 강등 전쟁은 언제나 끝날 때까지 끝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