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만원이 조금 넘는 병원비를 내지 못해 사망한 아들을 장례식장의 시신 냉동보관소에 무려 17년이나 두고 있는 상하이(上海) 한 노파의 기구한 사연이 최근 알려지면서 중국 사회가 들끓고 있다.
지난 1일 중국 신경보(新京報)에 따르면 올해 70세인 할머니 후웨친(胡月琴)이 사랑하는 아들을 잃은 건 지난 2003년의 일이다. 당시 상하이의 명문 대학인 퉁지(同濟)대학 2학년생이던 아들 리치러(李奇樂)가 급성 중증췌장염에 걸렸다.
이에 상하이 자오퉁(交通)대학의학원 부속의 신화의원(新華醫院)에 입원해 치료를 받았지만, 불행히도 53일 만에 세상을 뜨고 말았다. 당시 나이가 스무살이었다.
당시 병원비만 40만 위안(약 6776만원)이 나왔다. 넉넉지 않은 살림이라 퉁지대학의 교수와 학생, 또 이웃 주민의 도움으로 26만 위안을 갚았으나 12만 4000위안(약 2100만원)의 병원비를 내지 못했다. 그러자 병원에선 사망증명서를 발급해주지 않았다.
후 할머니는 사망증명서가 없는 탓에 아들의 시신을 화장해 땅에 묻을 수가 없었다. 남편과 함께 몇 차례 병원을 찾아가 호소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병원 측은 오히려 의료비용을 받아내기 위한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자 2004년 11월 상하이 양푸(楊浦)구 인민대표상임위원회는 양측의 싸움이 격화되는 걸 막고자 사건 해결을 잠시 미룬다고 했다. 이후 사태 진전이 없었고 2016년엔 후 할머니의 남편마저 심근경색으로 사망했다.
마침내 2019년 1월 상하이시 위생건강위원회는 후 할머니에게 서한을 보내 병원에 가면 사망증명서를 뗄 수 있다고 알렸다. 그러나 아직도 장사를 치를 수는 없었다. 이번엔 17년간의 냉동 보관비용 20만 위안을 내야 한다는 것이었다.
퇴직연금을 받아 겨우 생활하는 수준의 후 할머니로선 배보다 배꼽이 더 큰 빚을 안게 된 것이다. 사자(死者)가 땅에 묻혀 안식을 얻는 입토위안(入土爲安)을 17년이나 이루지 못하고 있는 비정한 현실과 관련해 신경보는 병원의 책임이 크다고 지적했다.
병원비를 내고 못 내고는 민사의 문제다. 병원과 유가족이 대등한 입장에서 풀면 된다. 그러나 사망증명서 발급 문제는 행정관리의 직권 문제다. 정부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아 행사하는 것이다.
행정관리자는 병원이고 관리대상은 유가족이다. 쌍방의 입장이 평등하지 못하다. 병원비를 내지 않고 도망가는 사람을 위한 방지 대책은 있어야 하지만, 그렇다고 행정관리 직권 문제를 경제적인 이익과 한데 결부시켜서는 안 된다는 게 신경보의 논리다.
즉 국가가 부여한 행정관리 직권을 빚을 독촉하는 무기로 써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다. 시신 보관 비용 또한 당초 사망증명서를제때 발급했으면 발생하지 않을 비용이다. 따라서 시신 냉동 보관비용 역시 병원이 내야 할 것이라고 신경보는 전했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you.sangchul@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