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PO 1차전 4회 1타점 2루타를 때려내는 두산 오재원. [연합뉴스]가을이 되자 존재감이 드러난다. 두산 베어스 내야수 오재원(35)이 정규시즌 부진을 단번에 털어냈다.
두산은 4일 잠실에서 열린 LG 트윈스와 준플레이오프(PO·3전2승제) 1차전을 이겼다. 선발투수 크리스 플렉센은 6이닝 4피안타 11탈삼진 무실점 승리를 따내며 데일리 MVP로 선정됐다.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는 1회 말 무사 1루에서 결승 선제 투런 홈런을 터트렸다.
둘 못잖은 공로자는 2루수 오재원이었다. 오재원은 2-0으로 앞선 4회말 1사 1, 3루에서 오른쪽 담장을 맞히는 1타점 2루타를 쳤다. 3-0으로 앞선 6회에도 적시타를 쳐 LG의 추격 의지를 끊었다. 3타수 2안타 2타점. 안정된 수비 역시 합격점이었다. 4회 초 2사 1루에서 플렉센의 공이 튀었을 때, 1루 주자 채은성은 2루로 내달렸다. 포수 박세혁의 송구가 조금 짧았지만 오재원이 숏바운드로 포구한 뒤 자동태그시켜 채은성을 잡아냈다. 4일 잠실에서 열린 준PO 1차전 4회 2루를 노리는 채은성을 아웃시키는 2루수 오재원. 정시종 기자 특유의 '빠던'도 볼만했다. 오재원은 4회 2루타 당시 방망이를 들고 있다, 1루 더그아웃을 향해 힘차게 던졌다. 하지만 넘어가지 않았다. 2015 프리미어12 일본과 결승전 장면을 연상케 하는 장면이었다. 외야에서 홈 쪽으로 바람이 불긴 했다. 경기 뒤 오재원은 "사실 홈런인 줄 알았다. 똑같은 곳을 2번 맞혔는데, 이상하게도 그쪽 펜스는 (잘) 안 넘어간다"고 했다. 함께 인터뷰를 한 플렉센은 "웨이트 트레이닝을 좀 더 해야겠다"고 농담을 했다.
사실 올시즌 두산 주전 2루수는 최주환이었다. 최주환은 140경기에서 타율 0.306, 16홈런 88타점을 올리며 활약했다. 반면 오재원은 85경기에서 타율 0.232, 5홈런 27타점에 그쳤다. 수비나 주루 능력은 오재원이 다소 앞서지만 타격에서 큰 격차를 보였다. 1군 엔트리에서도 세 번이나 제외됐다.
하지만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최주환이 가벼운 발 부상을 입었고, 김태형 두산 감독은 오재원 카드를 빼들었다. 김태형 감독은 "주환이 발 상태가 70~80%라 나갈 수는 있었지만 다칠 수도 있었다. 오재원이 잘해줬다. 플렉센 공이 좋아 수비에 무게를 두고, 주환이를 대타로 쓰려고 했는데 재원이가 너무 잘해줬다"고 칭찬했다. 오재원은 "사실 가을 야구는 매년 힘들다. 긴장을 너무 하는 스타일인데 경기를 시작하니 별 생각이 안들었다"고 했다.
4일 잠실에서 열린 준PO 1차전에서 2루타를 친 뒤 좋아하는 오재원. 정시종 기자이번 포스트시즌은 오재원을 비롯한 두산 선수들에게 소중한 시간이다. 시즌 뒤 FA 자격을 얻는 선수들이 많기 때문이다. 겨울에 팀을 떠나는 선수도 여럿 생길 수 있다. 오재원은 "우리끼리 농담으로 '이 멤버가 마지막으로 뛰는 거라고' 한다. 사람 일은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각자 말은 안해도 마무리를 잘 하고 싶은 거 같다. 좋은 추억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베테랑인 그는 "제일 형이다 보니 마음가짐은 비슷하다. (김)재호나 저나 파이팅을 북돋고, 선수들한테 이야기하는 게 중요한 역할이다. (오)재일이, (김)재환이, (정)수빈이, (허)경민이, (박)건우… 몇 년동안 같이 해서 눈빛만 봐도 알기 때문에 편하게 할 수 있게 하려고 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