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을 노리는 두산, 정규시즌 2위 자존심을 지키려는 KT가 한국시리즈행 티켓을 두고 격돌한다.
KT와 두산은 9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플레이오프(PO) 1차전을 치른다. 두 팀 모두 리그 정상급 공격력을 갖추고 있고, 1~3선발도 탄탄하다. 이강철 KT 감독이 2018시즌, 수석 코치로 김태형 두산 감독을 지원한 인연이 있어서 더 관심을 끄는 매치업이다.
경험 VS 패기
풍부한 가을야구 경험은 두산이 가진 최대 강점이다. 최근 치른 5시즌(2015~2019년) 모두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팀이다. 주전 야수 대부분 포스트시즌에서만 30경기 이상 출전했다. 내야수 오재원은 PO 출전만 31경기다. 2015년 포스트시즌에서는 준PO(정규리그 3위)부터 치러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달성했다. 투수 운영, 체력 저하 등 불리한 조건을 이겨내고 최종 승자가 된 경험이 있다는 의미다.
지난 4~5일 치른 LG와의 준PO 2경기도 저력을 발휘했다. 1회 공격부터 호세 페르난데스 주니어가 선제 투런 홈런을 치며 기선을 제압했다. 꼭 필요한 시점에 추가 득점도 했다. 2차전에서는 4회 공격에서만 7득점 하며 빅이닝을 만들었다. 8-7, 1점 차 추격을 허용한 상황에서 등판한 젊은 불펜투수 박치국, 이영하도 침착한 투구로 리드를 지켜냈다.
팀 리더 오재원은 "2차전에서 점수 차를 크게 벌린 뒤에도 '이대로 끝나진 않을 것이다'는 생각을 했다. 추격을 당했을 때도 동요되지 않았다"며 단기전 이해도가 경기력에 미치는 영향력을 짚었다. 베테랑 내야수 김재호도 "워낙 큰 경기(포스트시즌)를 많이 치른 선수단이다. 아직 한국시리즈가 아니기 때문에 긴장감은 크지 않다"며 평정심을 유지하고 플레이를 하는 배경을 전했다.
반면 KT는 창단 처음으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팀이다. 15경기 이상 출전한 주전급 야수는 유한준과 황재균뿐이다. 데뷔 18년 차 내야수 박경수조차 첫 출전을 앞두고 있다.
이강철 KT 감독은 "어파치 (포스트시즌 진출이라는) 목표는 달성했으니, 이제 마음껏 뛰어놀아봐라"고 주문하며 경험이 부족한 선수들이 부담감을 이겨낼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후반기 리그 승률 1위를 기록하며 끌어올린 상승세와 팀 특유의 패기로 맞선다. 강백호·배정대 등 근성 있는 선수들이 제 기량을 발휘한다면 전력은 밀리지 않는다는 평가다.
사령탑, 지략 대결
두 사령탑의 치열한 머리싸움도 볼거리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준PO에서 주자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1차전, 2-0으로 앞선 4회 말 무사 1루에서는 타자 김재호에게 페이크 번트 앤드 슬래시 작전을 냈다. 타자가 중전 안타를 만들었고, 1루 주자 박세혁은 3루까지 진출했다. 오재원이 좌중간 안타를 치며 1점 더 달아났다.
5회 무사 1루에서는 개인 통산(13시즌) 도루가 10개뿐인 오재일이 도루를 시도해 2루를 훔쳤다. 의미하는 바가 크다. '모든 주자가 뛸 수 있다'는 의지를 보여주며 상대 수비진을 압박했다.
2차전에서도 LG 내야진을 쉴 새 없이 흔들었다. 4회 초 공격에서는 1사 1루에서 허경민과 박세혁이 연속 도루에 성공하며 득점 기회를 만들었다. 빅이닝(7득점) 발판을 만들었다. LG가 스코어 8-5, 3점 차로 추격했을 때도 주자였던 정수빈이 페르난데스의 타석에서 도루 1개를 추가하며 상대 기세를 꺾었다.
단기전은 플레이 한 장면에 분위기가 바뀐다. 실패가 주는 악영향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과감한 작전 지시가 줄어드는 편이다. 그러나 김태형 감독은 허를 찔렀다. 두산 육상부는 PO에서도 멈춰있지 않을 전망이다.
KT도 기동력이 좋다. 삼성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도루를 시도한 팀이다. 리그 도루 1위 심우준(35개), 6위 배정대(22개)를 보유했다.
이강철 KT 감독도 한 베이스 더 가는 플레이를 중시한다. 주력이 빠르지 않은 선수가 누상에 있어도 '런 앤드 히트' 사인을 낸다. 물론 경기 흐름과 타자의 콘택트 능력을 두루 살핀다. 타율이 낮더라도 선상 타구 생산 능력이 뛰어난 좌타자가 타석에 나서면 뛰는 야구를 지시한다. 투수 출신이기 때문에 상대 배터리의 볼 배합을 간파하는 능력도 뛰어나다.
투수 컨디션이 좋으면 연속 안타조차 나올 가능성이 낮다. 1점을 짜내는 야구가 필요할 때가 있다. 이강철 감독은 PO를 앞두고도 작전 수행 능력이 좋은 타자를 몇 번 타순에 배치할지 고민했다.
'불펜 변수'
두산은 정규시즌 팀 타율(0.293) 1위, KT는 팀 홈런(163개) 2위다. 두 팀 모두 기동력과 화력을 모두 갖췄다. 선발진 전력도 우열을 가리기 어렵다. KT는 두 자릿수 승수를 기록한 투수만 4명이다. 두산은 NC에 이어 팀 선발승(55승) 2위다.
반면 불펜진은 상대적으로 어수선하다. 두산은 시즌 막판, 셋업맨 이승진과 마무리투수 이영하 의존도가 컸다. 두 투수 모두 선발로도 나설만큼 이닝 소화 능력을 갖춘 투수였기에, 1이닝 이상 맡기는 경기가 많았다. 체력 저하 등 부작용을 감수하며 필승 의지를 드러냈다. 다른 불펜투수들의 컨디션이 좋지 않다는 방증이기도 했다.
두산 불펜진은 준PO 2차전에서도 8-4로 앞선 상황에서 1점 차까지 추격을 허용했다. 5회 말 등판한 두 번째 투수 이현승은 LG 로베르토 라모스에게 우월 솔로 홈런을 맞았고, 6회 2사 1루에서 등판한 이승진도 볼넷과 적시타를 차례로 허용하며 2실점 했다. 김태형 감독이 경기 뒤 "고전한 불펜투수들이 PO에서 위축되면 안 된다"는 당부를 남기기도 했다.
준PO는 선발 자원 최원준을 구원 투입해 1이닝 이상 막았다. 그러나 5전 3선승제로 치러지는 PO에서는 그를 선발투수로 써야 한다. 선발 투수와 필승조 사이 헐거운 연결고리는 두산의 약점이다.
KT는 7·8회는 든든하다. 셋업맨 주권은 올 시즌 등판한 두산전 8경기에서 평균자책점 0.87·피안타율 0.143을 기록했다. 좌타자에 강한 우투수다. 김재환·오재일·페르난데스 등 두산 대표 좌타자들에게도 1안타 이상 내주지 않았다. 다른 셋업맨이자 좌완투수인 조현우도 두산전 7경기에서 평균자책점 1.17을 기록했다. 피안타율은 0.143.
반면 마무리투수 김재윤이 두산전에서 약했다. 7경기(7⅓이닝)에 등판해 5점을 내줬다. 피안타율(0.300)과 이닝당출루허용(1.77)도 높은 편이다. 시즌 막판, 손에 힘이 빠지는 증세를 보이며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된 전력도 있다.
KT는 두산보다 가용 자원이 많다. 좌타자 상대로 강했던 베테랑 우완투수 이보근·전유수·유원상도 중요한 순간에 투입할 수 있다. 이강철 감독의 투수 교체 전략은 야구팬이 PO 주요 관전 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