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단 첫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KT 선수들이 '경험' 부족 변수를 잘 극복했다. 서로 도왔다.
박경수는 9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2020 KBO리그 플레이오프(PO) 1차전에서 2-3으로 패했다. 경기 후반 역전을 허용한 뒤 뒷심을 발휘했지만, 두산의 저력을 넘어서지 못했다. 그러나 이 경기에서 KT의 패기는 전망 이상이었다. 이닝을 거듭하면서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강철 KT 감독은 선수단에 평정심을 주문했다. 그러나 가장 최근에 가을야구를 경험한 유한준조차 2015년 출전이 마지막이다. 다른 투수들은 더 생소한 무대다. 긴장감은 1회부터 드러났다. 선발투수 소형준이 선두타자 정수빈에게 땅볼을 유도했지만, KT 유격수 심우준이 펌블을 범한 것. 실책으로 기록됐다.
1회부터 소형준이 실점 위기에 놓였다. 그러나 심우준은 바로 실책을 만회했다. 후속 타자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의 빗맞은 타구가 가운데 외야에 떨어지기 직전에 글러브를 걷어 올려서 잡아냈다. 텍사스 안타를 막은 것. 소형준은 이어진 위기에서 오재일과 김재환을 모두 땅볼 처리하며 이닝을 마쳤다.
3루수 황재균은 2회 초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자신에게 향한 타구를 모두 한 차례 잡았다가 놓쳤다. 베테랑도 평소보다 경직된 몸놀림을 보인 것. 그러나 황재균은 이 상황에서 모두 스스로 아웃카운트를 잡아냈다. 침착한 후속 동작으로 1루 송구를 연결했다. 발이 빠르지 않은 박세혁, 김재호였기에 모두 아웃카운트로 이어졌다.
공격력은 좀처럼 깨어나지 않았다. 두산 선발투수 크리스 플렉센의 위력투가 5회 이후까지 이어졌다. 그러나 KT 선수단도 긴장감을 털어냈다. 소형준을 수비로 지원한 장면도 있다. 심우준은 5회 초 무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나온 박세혁의 가운데 안타성 타구를 처리했다.
소형준도 힘을 냈다. 6회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페르난데스의 강습 타구를 1루수 강백호가 포구 실책을 범하며 출루를 허용한 상황에서 후속 타자 오재일을 범타 처리했다.
완전히 정상 컨디션을 회복한 KT는 7회 두산 허경민의 안타마저 지웠다. 소형준이 정타를 맞기 시작한 상황이었다. 선두타자 김재환에게도 가운데 홈런성 타구를 허용했다. 이어진 허경민에게는 좌측 담장 직격 안타를 맞았다.
이 상황에서 좌익수 조용호가 정확한 송구를 2루에 뿌렸다. 2루수 박경수가 잘 잡아 태그 아웃 시켰다. 매우 의미 있는 아웃카운트였다.
강백호도 '만회' 수비 대열에 합류했다. 0-0으로 맞선 8회 초 1사 2루 위기에서 마운드 위 윌리엄 쿠에바스가 페르난데스에게 정타를 허용했지만, 강백호가 베이스와 선상 사이로 뻗던 타구를 잡아냈다. 이 경기 승부처에서 앞선 포구 실책을 만회했다.
힘에서는 밀렸다. KT는 8회 초 수비에서 두산에 2점을 먼저 내줬다. 선발투수 윌리엄 쿠에바스가 구원 등판했지만, 실점 위기를 자초했고 마무리투수 김재윤은 연속 적시타를 맞았다. 두산 타선의 저력에 밀렸다.
그러나 이어진 공격에서 동점을 만들었다. 2사 만루에서 유한준이 중전 안타를 치며 주자 2명을 불러들였다. 이강철 KT 감독은 하위 타선에 출루율이 좋은 배정대, 조용호를 배치했다. 한 명만 출루해도 상위 타선까지 연결돼 다득점을 기대할 수 있다는 포석이었다. 배정대가 볼넷으로 출루했고, 황재균이 2루타를 치며 부응했다.
KT는 9회 초 수비에서도 1점을 내줬다. 그러나 한 번 더 밀어붙였다. 타석에서 침묵하던 박경수가 좌전 안타를 때려내며 선두타자 출루에 성공했다. 비록 동점은 만들지 못했지만 마지막 순간까지 밀리지 않았다. KT의 가을이 시작됐다. 그 기세는 정규시즌 막판과 다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