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준(39)과 박경수(36)가 KT 유니폼을 입고 나선 첫 포스트시즌 무대에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박경수는 9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2020 KBO리그 플레이오프(PO) 1차전에 6번 타자·2루수로 선발 출전했다. 그는 데뷔 18년 만에 처음으로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았다. LG 소속이더너 2014년, 주전으로 뛰었지만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부상을 당한 탓에 엔트리에 들지 못했다. KT 이적 뒤 기량이 만개했지만, 그동안 팀 성적이 가을야구를 허락하지 않았다.
KT가 가을야구에 다가선 시점에도 고비가 있었다. 시즌 막판 햄스트링 부상을 당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회복세가 빨랐고, 동료들이 정규시즌을 2위로 마치며 시간도 벌었다. 9일 열린 두산과의 PO 1차전에서 나설 수 있었다.
그토록 기다리던 포스트시즌 첫 타석에서는 침묵했다. 두 팀이 0-0으로 맞선 2회 말 무사 1루에서 타석에 나선 그는 두산 선발투수 크리스 플렉센에게 3구 삼진을 당했다. 볼카운트 1스트라이크에서 희생 번트 자세를 취했지만, 커브가 들어오자 배트를 뺐다. 강공 전환 뒤에는 낮은 코스 변화구에 배트를 헛돌렸다.
두 번째 타석도 결과가 좋지 않았다. 4회 말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장성우가 두산 유격수 김재호의 실책을 틈타 출루에 성공했다. 상대 분위기가 다운된 상황. 그러나 박경수가 3루 땅볼을 쳤다. 타구 속도가 빨랐지만, 두산 3루수 허경민의 글러브로 빨려 들어갔다. 5(3루수)-4(2루수)-3(1루수) 더블플레이로 이어졌다.
그러나 중요한 순간 침착한 수비로 기여했다. 무실점을 이어가던 선발투수 소형준이 7회 초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허경민에게 좌측 담장 직격 안타를 허용했다. 앞 타자 김재환과의 승부에서도 정타를 허용했다. 중견수 배정대에게 잡히긴 했지만, 가운데 홈런 타구였다.
이 상황에서 KT 좌익수 조용호의 펜스 플레이가 빛났다. 바운드 없이 바로 잡은 뒤 정확한 2루 송구로 연결시켰다. 2루 접전 상황. 박경수는 공을 잘 포구한 뒤 허경민을 태그아웃시켰다. 경기 흐름상 매우 중요한 아웃카운트였다.
타석에서도 비로소 베테랑의 힘을 보여줬다. KT가 2-3으로 뒤진 9회 말 선두타자로 나서 상대 마무리투수 이영하로부터 좌전 안타를 때려냈다. 정상이 아닌 다리로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까지 해냈다. 그가 대주자 박승욱로 교체될 때 1루 쪽 KT 관중석에서는 큰 함성이 나왔다.
'캡틴; 유한준도 빛났다. 4번·지명 타자로 선발 출전해 클러치 능력을 과시했다.
첫 세 타석에서는 부진했다. 2사 1루에서 나선 1회 말 첫 타석은 3루 파울 플라이로 물러났다. 0-0 동점이 이어진 4회 초 선두타자로 나선 두 번째 타석은 2루 땅볼로 물러났다. 위기를 넘긴 뒤 맞이한 7회 초도 선두타자 범타.
그러나 중요한 순간 팀을 구했다. KT는 8회 초 구원투수 윌리엄 쿠에바스와 마무리투수 김재윤이 모두 투입됐지만, 실점을 허용했다. 쿠에바스는 선두타자 사구, 희생번트 허용 뒤 내야 안타까지 맞았다. 김재윤은 두산 4번 타자 김재환과의 승부에서 우전 적시타, 후속 허경민에게도 중전 적시타를 맞았다.
0-2로 뒤진 채 KT의 8회 공격이 시작됐다. 선두타자 배정대가 볼넷, 1사 뒤 황재균이 좌중간 2루타를 치며 득점 기회를 열었다. 이 상황에서 강백호는 두산 마무리투수 이영하로부터 2루수 뜬공, 후속 타자 멜 로하스 주니어는 고의4구로 출루했다. 두산이 유한준의 타석 앞에서 만루 작전을 걸었다.
유한준은 네 번째 타석에서 보란듯이 중전 안타를 치며 주자 2명을 모두 불러들였다. 2-2 동점을 만들었다.
KT는 2-3으로 패했다. 9회 초 수비에서 1점을 더 내줬고, 9회 만회하지 못했다. 그러나 정규이닝 마지막 공격에서도 선두타자가 출루하며 뒷심을 발휘했다. 두 베테랑도 제 몫을 해내며 배트를 예열했다. PO는 이제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