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삼성에서 방출되며 라이온즈와의 인연이 정리된 오른손 투수 윤성환. IS 포토 베테랑 투수 윤성환(39)이 불명예스럽게 삼성 유니폼을 벗는다.
삼성 구단은 16일 "윤성환을 자유계약선수로 방출한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 한 매체를 통해 윤성환의 거액 도박 연루설이 불거졌다. 뒤늦게 관련 내용을 인지한 구단이 내부 회의를 거친 뒤 방출을 결정했다. 적지 않은 나이를 고려했을 때 윤성환은 은퇴 수순을 밟게 될 게 유력하다.
윤성환은 통산 135승을 기록한 삼성의 프랜차이즈 스타다. 2012년과 2014년에는 각각 한국시리즈에서만 2승씩을 올리며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장원삼(현 롯데)·배영수(은퇴)·차우찬(현 LG) 등과 삼성 왕조의 선발진을 구성한 주역이었다. 구단 영구결번이나 은퇴식이 거론될 정도의 큰 발자취를 남겼다. 그러나 거듭된 논란에 발목이 잡혔다.
윤성환은 2015년 10월 마카오 해외 원정 도박과 국내 인터넷 도박 혐의(상습도박)로 그해 열린 한국시리즈를 뛰지 못했다. 긴 수사 끝에 2016년 7월 참고인 중지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돼 사건이 일단락됐다. 한 달 뒤 검찰은 해외 원정 도박에 대해서는 참고인 중지 처분을, 국내 인터넷 도박에 대해서는 혐의없음으로 결론 내렸다.
참고인 중지는 참고인·고소인·고발인 또는 같은 사건 피의자의 소재 불명으로 수사를 종결할 수 없는 경우, 그 사유가 해소될 때까지 행하는 처분을 말한다. 당시 윤성환은 핵심 피의자인 도박장 운영 총책의 소재가 확인되지 않아 수사의 어려움이 있었다. 윤성환은 KBO리그 퇴출을 피했지만, '도박'이라는 단어가 꼬리표처럼 따라붙었다.
윤성환은 2018시즌이 끝난 뒤 구단과 대립각을 세웠다. 두 번째 FA 자격을 취득했을 때였다. 선수는 좋은 조건을 원했고, 구단은 냉정하게 선수를 평가했다. 줄다리기 끝에 1년, 총액 10억원(연봉 4억원, 인센티브 6억원)에 합의했다. 4년 전 받은 4년 총액 80억원(계약금 48억원, 연봉 8억원)의 '대박'과는 거리가 멀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지난 시즌 도중 윤성환의 FA 계약과 관련해 갖은 소문이 떠돌아 구단 내부 분위기가 뒤숭숭했다. 결국 FA 계약 책임자인 운영팀장이 사임했다.
윤성환은 삼성이 자랑하는 프랜차이즈 투수였지만 여러 가지 루머에 휩싸이며 삼성을 떠나게 됐다. IS 포토 윤성환과 삼성의 갈등은 얼마 전 극에 달했다. 윤성환의 올 시즌 성적은 2패 평균자책점 5.79. 이달 초 홍준학 삼성 단장은 "선수 본인에게 (은퇴 의사를) 물어봤다. 그런데 별다른 답이 없다"며 "결정을 못 했는지, 고민하는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올 시즌을 2군에서 마감한 윤성환은 구단과 연락이 닿지 않았다. "연락 두절"이라는 얘기까지 나돌 정도였다. 16일 터진 거액 도박 연루설은 방출을 결정하는 기폭제가 됐다.
윤성환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잠적설과 도박설을 모두 부인했다. "경찰 조사를 받겠다"라고 했다. 시즌 말미 2군 훈련장에 출근하지 않은 걸 두고는 "구단이 예우하지 않는 것 같았다"며 섭섭함을 토로했다. 은퇴를 얘기한 절차와 과정을 두고 구단과 진실게임을 벌일 조짐이다. 어쨌든 삼성은 '방출'로 윤성환과의 인연을 정리했다.
홍준학 단장은 일간스포츠와의 통화에서 "선수에게 빚이 있다는 것만 알았지 도박이나 경찰 내사를 받고 있었다는 건 전혀 몰랐다. '알고도 그렇게 대처한 것 아니냐'는 말에 대해선 할 말이 없다. 우린 도박에 예민한 구단"이라며 "(관련 내용에 대해) 속일 생각도 없고, 속일 이유도 없다. 선수가 20대도 아니고, 은퇴를 앞두고 있다. 우리가 속일 이유가 뭐가 있나. 구단이 꼼수를 썼다고 하지만, 우리가 그렇게 할 필요 있나"라고 답답한 듯 되물었다.
삼성은 보도가 나오기 전까지 윤성환의 도박 연루설을 파악하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 클린베이스볼센터에도 관련 내용을 신고하지 않은 이유다. 하지만 소속 선수가 도박 관련 추문에 휩싸였다는 것 사실만으로도 선수단 관리 소홀에 대한 책임을 피하긴 어려울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