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이 성사되면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최대 수혜자로 떠올랐다. 누나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의 경영권 다툼에서 불리한 처리에 놓였으나 정부라는 든든한 우군을 얻게 돼서다. 이에 정부가 특정 오너가를 도와주는 것 아니냐며 특혜 논란이 일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KDB산업은행은 아시아나항공 회생을 위한 ‘소방수’로 대한항공을 낙점하고 항공사 통합을 추진하고 있다.
산업은행은 한진칼에 제3자 배정 유상증자와 영구채 전환 방식 등으로 8000억원의 자금을 투입한다. 한진칼은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지분(30.77%)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인수를 추진한다. 한진칼은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해 대한항공의 2조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참여한다.
2021년 6월까지 계획대로 합병이 마무리되면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의 지분 63.9%를 갖게 된다. 한진칼의 대한항공 지분율은 29.2%가 되고, 산업은행은 10.66%의 한진칼 지분을 보유하게 될 것으로 예측된다. 산업은행이 조원태 오너가의 우호 지분이 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조 회장은 조현아 전 부사장을 포함한 3자 연합과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다. 현재 3자 연합이 46.71%까지 지분율을 끌어올려 조 회장 측의 경영권 방어가 위태로운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산업은행이 ‘든든한 우군’으로 등판하고 있다.
이에 김종인 국민의 힘 비상대책위원장은 17일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주최 강연에서 “특정 오너를 정부가 도와주는 식의 모습이 보여 말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경제개혁연대도 이날 논평을 내고 "정부와 산업은행의 이번 방안은 대한항공에 대한 한진칼의 지배력을 약화하지 않으면서 총수 일가의 그룹 지배권을 안정시킨다"며 "이번 거래가 성사되면 산업은행은 (한진칼의) 캐스팅보트를 행사하는 지위에 오르게 되는데 투자 합의서의 실질적인 상대방인 조원태 회장 측에 우호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3자 연합) 측도 즉각 반발했다. KCGI는 17일 “국민 혈세를 활용한 조 회장의 경영권 방어가 숨겨질 본질”이라며 “조 회장은 한진칼 지분 단 6%만을 가지고 단 1원의 출자도 없이 산업은행의 막대한 혈세 투입으로 다른 주주의 희생 하에 자신의 경영권을 공고히 지키려 한다”고 비판했다. 18일에는 한진칼의 신주발행금지가처분 소송을 법원에 제기했다.
조 회장의 한진칼 지분은 6.52%다. 현재 조 회장 측의 우호 지분은 41.4%로, KCGI의 46.71%보다 작다. 하지만 산업은행이 조 회장 측의 우군이 된다면 경영권 방어에 힘이 실릴 수 있다.
또 산업은행과 한진칼의 투자합의 7대 약정에 대해서도 실효성이 없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KCGI는 “조 회장의 실질담보는 60만주(425억원)에 불과하다. 조 회장의 한진칼 지분 약 385만 주 중 326만 주는 이미 타 금융기관과 국세청에 담보로 제공되어 있어 담보로서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산업은행은 16일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해 조 회장의 한진칼 주식을 담보로 제공받는 등 7대 약정에 대해 합의했다. 투자합의서에는 한진그룹 오너가의 갑질이 발생하면 ‘경영진 교체’도 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조현민 한진칼 전무와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 등 오너 일가는 항공 관련 계열사의 경영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단서도 달았다.
이를 두고 KCGI는 “이명희와 조현민을 달래기 위해 '비항공 계열사 경영'에는 사익편취 길을 열어준 것”이라고 꼬집었다.
조원태 회장은 특혜가 아니라고 반박했다. 조 회장은 18일 32차 한미재계회의에 참석한 뒤 취재진과 만나 특혜 비판에 대해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산업은행에서 먼저 의향을 물어봤을 때 할 수 있다고만 답했다. 여러 차례 이야기하면서 진행해왔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