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방탄소년단이 '팬데믹 라이프'를 담은 음악으로 전 세계 공감대를 형성했다. 불확실한 날들 속에서도 "음악으로 위로와 기쁨을 전하겠다"는 방탄소년단의 소신만큼은 확신에 차 있었다.
방탄소년단이 지난 20일 발매한 새 앨범 'BE (Deluxe Edition)'은 멤버들이 곡 작업부터 구성, 콘셉트, 디자인, 뮤직비디오까지 전반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음반이다. 지금 이 순간 방탄소년단이 느끼는 감정과 생각, 그리고 앞으로 계속 살아가야 하는 '우리'라는 존재에 관한 이야기를 담았다는 의미로 앨범명을 'BE'(~이다, 존재하다)라고 정했다.
타이틀곡은 'Life Goes On'(라이프 고즈 온)이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모두가 무력감을 느끼는 지금, 방탄소년단은 불안하고 두려운 기분과 함께 '그럼에도 이겨내야 한다'는 복잡한 감정을 꾸미지 않았다. 빌보드 핫100 1위에 올랐던 'Dynamite'(다이너마이트)가 유쾌한 가사와 역동적인 디스코 퍼포먼스로 '힘든 상황이지만 이 안에서 각자만의 행복을 찾자'라는 긍정을 담았다면, '라이프 고즈 온'을 통해선 쓸쓸한 현재를 그대로 투영했다. 솔직한 심정과 진심을 더해 코로나19로 달라진 일상을 살고 있는 우리들을 이야기했다.
앨범 분위기는 마냥 무겁지만은 않다. 방탄소년단은 진솔하게 자신들의 이야기를 풀어내면서도 긍정적이고 밝은 면도 잃지 않았다. 지민은 "좌절을 했지만 옆에 있는 멤버들로 많이 위로를 받았다. 공연하고 싶고, 해야 하는데 그걸 못하게 되니까 내가 뭔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다가 이번 앨범을 들어가게 됐다. 다같이 모여서 이야기하는 것, 요즘 어떤 생각을 하는지 나눴던 것이 도움이 많이 됐다. 그렇게 하다 보니 다시 내가 왜 이 일을 그렇게 좋아하고, 열심히 하게 되는지를 되돌아보게 됐다. 좌절했던 곳에서 일어서게 될 수 있었다"며 감정의 소용돌이를 털어놨다. 그 소용돌이 끝에서 만들어진 앨범에는 각기 다른 분위기의 8개 트랙이 수록됐다.
슈가, 제이홉, 지민, 뷔가 호흡한 '내 방을 여행하는 법'은 펜데믹 상황에서 '여행'에 관한 정의나 개념을 달리 해보자는 생각의 전환을 담은 노래다. 시야를 돌려 삶의 소소한 재미를 찾아보자는 가사가 유머러스하면서도 긍정적인 힘을 준다. 정국이 작업에 참여한 'Stay'(스테이)는 RM, 진, 정국의 유닛곡이다. 각자 떨어져 있어도 마음만은 함께라는 소중함에 대한 가사가 인상적이다. '다이너마이트'도 수록됐다. RM은 "어떤 상황에도 불구하고 삶은 계속된다는 메시지가 담겼다"면서 진중한 위로의 '라이프 고즈 온'과 흥겨운 느낌의 '다이너마이트'가 같은 뿌리에서 왔다고 소개했다. 4번 트랙에 담긴 'Skit'(스킷)은 방탄소년단이 '다이너마이트' 빌보드 핫100 1위에 올랐던 감격적인 순간 나눈 대화 내용이다. 정국의 생일인 9월 1일 빌보드 1위 소식을 접하고 "최고의 생일선물"이라면서 "빌보드 1위 날에도 연습한다"라는 다양한 감정이 섞인 멤버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뷔가 작사, 작곡에 참여한 'Blue & Grey'(블루 앤 그레이)는 내면의 우울과 불안을 담은 감성적 팝 발라드다. 슈가가 작업 전반에 참여한 '잠시'는 팬과 함께 하는 순간이 가장 행복하지만 지금은 잠시 떨어질 수밖에 없는 현 상황을 가사로 풀어냈다. 제이홉이 곡 작업에 참여한 올드스쿨 힙합 장르의 '병'은 갑자기 찾아온 '쉼'을 즐기지 못하고 불편해하고 불안해 하는 직업병에 대해 이야기했다. 신나는 에너지로 병을 승화하자는 제이홉의 희망적 메시지가 녹아 있다.
멤버들은 작사, 작곡 뿐만 아니라 각자 역할을 맡아 이번 앨범에 적극적으로 의견들을 쏟아냈다. RM은 "원래 하나의 시리즈가 마무리되면 다음은 어떤 이야기를 할까 막걸리 담그듯 잔여물이 가라앉을 때까지 기다리다가 발효시키며 작업하는 스타일인데 올해는 코로나 때문에 이전에 어땠는지 잘 기억조차 나지 않을 만큼 변화가 많았다"면서 방탄소년단도 코로나 19 위기 속에서 월드투어 등 여러 계획이 어긋난 상황을 맞았다고 털어놨다. 이어 "거대한 그림이나 서사도 좋지만 멤버들 각각이 가지고 있는 작가적 면면을 잘 확장해 나가야 팀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에 각자 역량을 발전해 나가는 데 집중했다"면서 각자의 장점을 끌어내 만든 음반임을 소개했다.
지민은 이번 앨범의 음악을 총괄하는 프로젝트 매니저(PM)이 됐다. 뷔는 비주얼 PM으로, 정국은 뮤직비디오 감독으로 나섰다. 앨범의 시작은 회의 중 나온 키워드였던 '라이프 고즈 온'으로 부터 확장돼, RM이 '변화된 일상에 우리가 삶을 유지하는 방법을 알려주면 좋지 않을까'라는 아이디어를 더했다. 정국은 "감독이라기엔 쑥쓰럽다. 평소 영상 찍는 것을 좋아했다. 현실감과 진정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콘서트가 취소된 후에 팬들을 보지 못해서 생긴 그리움과 아쉬움을 표현하고자 했다"고 뮤직비디오 콘셉트를 설명했다.
이들의 손길이 곳곳에 묻은 음반에 팬들은 뜨겁게 환호했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미국과 영국을 비롯한 세계 90개국에서 아이튠즈 '톱 앨범' 차트 1위에 올랐다. 타이틀곡 역시 90개국에서 아이튠즈 '톱 송' 차트 1위를 석권했다. 발매 사흘 째에도 멜론, 지니뮤직, 벅스, 바이브, 플로 등 국내 주요 음원 차트에서도 줄세우기가 이어졌다. 앨범 판매량은 발매 20시간 만에 한터차트 기준 200만 장을 돌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