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의 대결'에는 승패도, 재미도 없었다. 그러나 마이크 타이슨(54)은 원하는 걸 모두 가졌다. 15년 만에 링 위에 올라 1000만 달러(110억원)의 대전료를 챙겼다.
타이슨은 29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스테이플스 센터에서 무관중으로 열린 레전드 매치 이벤트 경기에서 로이 존스 주니어(51)와 무승부를 거뒀다. 이 경기를 위해 45㎏을 감량해 220파운드(99.8㎏)의 몸을 만든 타이슨에게는 아쉬울 수 있는 결과다.
물러서지 않고 적극적으로 공격한 타이슨은 분명 더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여기에 거금의 대전료를 손에 넣은 만큼 이번 레전드 매치의 승자는 타이슨이라 해도 무방하다.
타이슨은 복싱계의 전설 중 하나로 손꼽히는 선수다. 1986년 트레버 버빅을 2라운드 만에 쓰러뜨리며 최연소(20세) 헤비급 챔피언에 오른 그는 통산 50승2무6패의 압도적인 기록을 세웠다. 이 가운데 44승을 KO로 빼앗으면서 '핵주먹'으로 불렸다.
그러나 1997년 에반더 홀리필드와 치른 세계복싱협회(WBA) 헤비급 타이틀 리턴 매치에서 상대 귀를 물어뜯어 '핵이빨'이라는 조롱을 받기도 했다. 타이슨은 2005년 케빈 맥브라이드에게 TKO 패배를 당한 뒤 글러브를 벗었다.
15년 만에 성사된 타이슨의 복귀전은 큰 관심을 모았다. 존스 주니어가 미들급, 슈퍼미들급, 라이트헤비급, 헤비급 등 4체급을 제패한 강타자여서 더 그랬다.
50대 철권들의 대결은 2분 8라운드로 벌어졌다. 부심 없이 주심이 경기를 진행했고, 두 선수 중 한 명의 피부가 찢어지거나, KO 양상으로 경기가 흘러가면 즉시 경기를 중단하는 특별 룰도 정했다. 프로 선수들이 사용하는 10온스 글러브보다 더 크고 두툼한 12온스 글러브를 낀 두 선수는 1라운드부터 호기롭게 주먹을 맞댔다.
그러나 모두가 기대하는 '핵주먹'은 나오지 않았다. 타이슨이 묵직한 펀치를 여러 차례 시도했으나, 존스 주니어는 치고 빠지기를 반복하며 계속 피해 다녔다. 둘에게는 체력적인 한계도 빨리 찾아왔다. 펀치로 맞댄 순간보다 서로 끌어안은 채 보낸 시간이 더 길었다.
마지막 8라운드, 2분 종료를 알리는 공이 울린 뒤 두 선수는 포옹을 나눴다. 노장들이라는 점을 고려해도 타이슨과 존스 주니어의 이름값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졸전이었다. 처음부터 승패가 중요한 경기도 아니었고, 현역 시절처럼 치열한 승부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긴 했다. 적어도 타이슨은 싸울 의지를 보이며 수차례 펀치를 시도했으나, 존스 주니어는 타이슨의 주먹을 피하는데 급급한 모습을 보여 실망감을 안겼다.
타이슨은 "결과에 만족한다"면서 존스 주니어와 다시 한번 대결을 펼칠 의지가 있음을 피력했다. 이번 이벤트 경기 수익금 전액을 사회에 기부하겠다는 뜻을 밝혀온 그는 "(기부는) 경기에서 승리하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는 말로 이번 대결의 의미를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