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 스타’ 김요한(35)이 코트로 돌아왔다. 유니폼은 벗고 마이크를 잡은 해설위원으로서다. 회사원, 방송인, 그리고 해설위원으로 1인 3역을 하는 그를 중계 현장에서 만났다.
김요한은 지난달 21일 현대캐피탈-KB손해보험 경기를 통해 방송 해설위원으로 데뷔했다. 2018~19시즌 은퇴 후 1년 반 만의 배구장 복귀다. 2일 현대캐피탈-한국전력 경기 후 만난 그의 표정은 편안했다. “첫 경기보다는 덜 긴장했다. 그래도 쉽지 않다”며 한숨을 길게 뿜었다.
그는 KBS N 여자부 해설위원을 맡고 있는 (한)유미 누나가 '방송국에서 미팅을 하자'고 한다고 해서 갔다. 그런데 이미 내가 하기로 결정한 분위기더라"며 웃었다. 이어 "보통 개막 몇 달 전에 연습을 연습하는데, 내 경우 추석 명절까지 끼어 두 번밖에 연습하지 못했다. 그래서 개막하자마자 시작하지 못했다. 시즌 시작 후 신승준 아나운서와 함께 연습을 하다 지난달부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김요한이 인터뷰에서 가장 많이 쓴 단어는 “어렵다”였다. 그는 “아는 것도 말로 풀어나가려니 힘들다. 선수 시절 썼던 단어도 쓰면 안 된다. 예를 들면 용병(외국인 선수), 시합(경기), 어린 선수(젊은 선수), 파이프(중앙후위 공격) 같은 말이다. 또 플레이가 끝나고 서브까지 10초가량인데, 그 안에 설명하는 게 쉽지 않다. '네'도 너무 많이 하지 말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김요한은 대학(인하대) 재학 때부터 박철우(35·한국전력), 문성민(34·현대캐피탈) 등과 한국 배구의 기대주로 꼽혔다. 2006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007~08시즌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LIG손해보험(KB손해보험 전신)에 입단했다. 배우 강동원을 닮은 외모 덕분에 꽃미남 배구 스타로 주목받았다.
2012년엔 컵대회긴 하지만 처음으로 팀에 우승트로피를 안겼다. 하지만 한 번도 리그 우승은 하지 못한 채 2017년 OK저축은행으로 이적했고, 두 시즌 만에 은퇴했다. V리그 통산 득점은 4252점으로 박철우(5930점), 문성민(4500점)에 이어 3위다.
김요한은 은퇴 후 배구계를 완전히 떠났다. 지인의 소개로 한 게임회사(스노우파이프)에서 홍보이사로 일한다. JTBC 축구 예능 ‘뭉쳐야 찬다’ 등 방송에도 출연했다. 김요한은 “은퇴 후 1년간 배구를 아예 안 봤다. 다른 방송사에서 은퇴 이후 배구 프로그램 출연 제안을 받았는데, 그때는 거절했다. 배구 대신 다른 일을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마이크를 잡은 건 ‘뭉쳐야 찬다’에 함께 출연한 이만기 제안이 계기였다. 김요한은 “씨름 해설을 해본 (이)만기 형이 ‘네가 예능을 할 수 있는 것도 배구를 했기 때문이다. 네 전문 분야는 배구다. 기회가 오면 배구로 받은 사랑을 돌려드리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때마침 (해설) 제안을 받았다”고 말했다.
지금은 아킬레스건을 다쳐 뭉쳐야 찬다에 출연하지 못하고 있지만, 축구와의 만남은 그에게 또다른 운동의 재미를 줬다. 김요한은 "배구도 매력적이지만 축구도 정말 재밌다. 안 해봤던 운동이라 색다르다. 다만 70~80m를 달리는 건 너무 힘들다. 아마 축구선수들도 점프를 해보면 힘들 것"이라고 했다. 이어 "배구를 할 땐 자주 득점했는데, 축구는 골 넣기가 힘들다. 득점 못한 날엔 '그걸 왜 못 넣었을까'라는 생각에 빠진다"고 했다.
은퇴 후에도 김요한은 바쁘다. 방송과 회사 일을 병행하기 때문이다. 요즘 오전에는 회사의 양해로 축구 하다 다친 부위에 대해 재활훈련을 한다. 그는 “선수 때도 지겹게 재활훈련을 했는데, 지금도 일주일에 서너 번 재활훈련이다. 오후에 회사에 나가 투자 유치를 위해 고객을 만난다”고 소개했다.
올 시즌 프로배구 V리그에서는 김요한의 전 소속팀인 KB손해보험과 OK금융그룹이 초반 1, 2위를 다퉜다. 그는 “최근 몇 년간 두 팀 다 하위권에 머물러 우승했으면 하고 바랐다. 새로운 강팀이 등장해야 배구 인기에도 도움이 되고 재밌지 않겠나”라고 반문했다.
한동안 '미남스타'가 없던 프로배구에선 새 얼굴이 나타났다. 신인드래프트 2위로 입단한 임성진(21·한국전력)이다. 고교 시절부터 외모와 실력을 겸비해 화제가 됐던 그는 소셜 미디어 팔로워가 27만명이 넘는다. 김요한은 "외모 때문에 주목받는 게 좋지만, 안 좋은 시선도 따를 수 있다. 그걸 실력으로 이겨내야 한다. 나는 성진이 나이 때 이미 국가대표였다. 자질이 있으니 노력하면 충분히 더 좋은 선수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격려했다.
혹시 지도자로 나설 계획도 있는지 물었다. 그는 “구체적으로는 없다. 다만 명색이 '프로'지만 숙소에 갇혀, 운동만 전념해야 하는 게 현실이다. 어릴 때부터 운동하면서 ‘재밌는 분위기에서 운동하는 팀, 조직력이 탄탄한 팀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은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