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하던 일이 일어났다. 관객으로 붐벼야할, 시상식으로 떠들썩해야할 연말 영화계가 '올스톱' 상황을 맞았다.
12월 개봉 예정이던 기대작 두 편이 연이어 계획을 변경했다. 언제 세상 빛을 볼지 모를 '잠정 연기'다. 각 배급사와 제작사에서 개봉 연기를 두고 고심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려오기 시작하더니 결국 백기를 들었다.
지난 7일 '서복(이용주 감독)'은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으로 인해 12월로 예정되어있던 개봉 일정을 잠정적 연기하기로 결정했다"면서 "감염에 대한 사회 전반의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추가 확산 및 피해를 미연에 방지하고자 깊은 고심 끝에 개봉을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서복'의 개봉을 기다려주신 모든 분들의 너른 양해 부탁드린다. 추후 개봉 일정은 다시 안내해 드리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서복'은 인류 최초의 복제인간 서복(박보검)을 극비리에 옮기는 생애 마지막 임무를 맡게 된 정보국 요원 기헌(공유)이 서복을 노리는 여러 세력의 추적 속에서 특별한 동행을 하며 예기치 못한 상황에 휘말리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공유와 박보검, 두 배우의 출연만으로 화제가 됐던 작품. 포스터와 예고편이 공개되기 시작하면서 예비 관객들의 관심이 뜨거웠다. "이 영화는 무조건 본다"는 팬들의 외침도 코로나19를 이겨내지는 못했다.
'인생은 아름다워(최국희 감독)'도 연기를 택했다. '인생은 아름다워'는 "12월 예정이었던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의 개봉을 연기하게 됐다. 코로나 19 바이러스의 전국적 확산으로 사회 전반의 우려가 커지고 있어 깊은 고심 끝에 연기를 결정하게 됐다"며 "추후 개봉 일정은 다시 안내 드리도록 하겠다. '인생은 아름다워'의 개봉을 기다려 주신 모든 분들에게 너른 양해 부탁드리며, 하루빨리 상황이 호전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했다.
'인생은 아름다워'는 자신의 마지막 생일선물로 첫사랑을 찾아 달라는 황당한 요구를 한 아내 세연(염정아)과 마지못해 그녀와 함께 전국 곳곳을 누비며 과거로의 여행을 떠나게 된 남편 진봉(류승룡)의 이야기를 그리는 영화. 한국 최초의 주크박스 영화로 주목받았다.
11일 개최 예정이었던 영화인들의 축제, 청룡영화상도 디데이를 사흘 앞두고 내년 초로 계획을 변경했다.
청룡영화상 사무국은 "11일 개최 예정이었던 제41회 청룡영화상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의 급격한 재확산으로 인해 2021년 초로 연기된다. 최근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는 코로나19로 인한 사회 전반적인 우려가 커지고 있으며 이로 인한 추가 피해를 미연에 방지하고 영화인들의 안전을 위해 시상식을 연기하기로 전격 결정했다"며 "올해는 단순한 영화상을 넘어 코로나19로 인해 움츠러든 영화계에 따뜻한 응원과 활력을 더하기 위해 충실히 준비해 왔다. 하지만 폭발적인 코로나19 확진 증가세에 영화인들의 안위가 먼저이기에 부득이하게 시상식을 연기한다"고 밝혔다.
'올스톱' 상황을 맞이한 연말 보릿고개는 이미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지난 7일 극장을 찾은 총 관객수는 2만 4017명이다. 전날인 6일 6만 4333의 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성적이다.
박스오피스 1위 작품도 1만 명을 채 동원하지 못했다. 영화 '이웃사촌(이환경 감독)'은 이날 7780명의 일일관객수를 기록했다. 개봉 후 줄곧 1위를 차지하고 있으나, 비운의 1위다.
오늘(8일) 0시를 기준으로 연말까지 3주간 수도권 지역에서는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시행된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9시 이후로 극장 문을 열 수 없다. 총 관객수가 2만 명 대로 급감한 상황에서 이같은 조치까지 취해지면 관객수는 더 줄어들 것이 분명하다. 끝이 보이지 않는 극장가 보릿고개가 펼쳐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