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 업계가 배달과 포장만을 전문으로 하는 '배달 특화 매장(이하 배달 매장)'을 앞다퉈 선보이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비대면 소비 트렌드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소규모 창업이 가능하기 때문이 초기 투자 대비 높은 이익을 얻으면서 일반 외식 업체들은 물론 커피·편의점들도 관련 매장 오픈에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치킨에 햄버거, 커피까지 "저희 매장은 배달만 해요"
10일 업계에 따르면 치킨 프랜차이즈 BBQ는 지난 4일 배달 특화 매장인 'BSK' 100호점(강서화곡점)의 문을 열었다.
8∼12평 정도의 소규모로, 방문 고객 없이 배달 또는 포장 고객만을 대상으로 운영하고 배달은 배달 대행에 맡기게 된다. 지난 6월 공식 론칭 이후 6개월 만에 오픈 100호점과 계약 200건 이상을 돌파했다.
BBQ 관계자는 "코로나19 여파로 취업난이 깊어지면서 소자본 창업을 희망하는 이들에게 BSK가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분식 프랜차이즈 스쿨푸드도 올해만 배달 매장 '스쿨푸드 딜리버리'를 12곳 신규 오픈했다. 전국 총매장 수는 48곳이다.
특히 스쿨푸드 딜리버리는 2017년부터 매장 수가 꾸준히 증가해 지난해 처음으로 홀 매장 스쿨푸드의 가맹점 수(17곳)를 추월했다.
커피 전문점 스타벅스도 지난달 27일 배달 매장인 스타벅스 딜리버리 역삼이마트점의 운영에 들어갔다. 역삼이마트점은 약 30평 규모로 별도의 고객 체류 공간 없이 오직 라이더 전용 출입문 및 대기 공간, 음료 제조 및 푸드, MD 등의 보관 공간만으로 이뤄진다.
편의점 미니스톱은 지난 1일 서울 신촌에 패스트푸드를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배달 매장 '수퍼바이츠' 1호점을 선보이며 사업 확장에 나섰다.
여기에 햄버거 프랜차이즈 맘스터치도 이달 배달 매장 1호점(삼성역중앙점)을 연다. 고객 체류 및 주문 제품 직접 픽업이 가능했던 기존 매장과 다르게 배달과 포장 특화 매장으로 운영된다. 매장 내 취사도 가능하다. 맘스터치는 특화 매장을 론칭하기 위해 올초 스타벅스 출점전문가를 영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맘스터치 관계자는 "지난해 배달 전용 앱을 선보이기는 했지만 아직은 배달보다 포장 비중이 높은 편이라는 판단이 컸다"며 "이 매장을 시범 운영해본 뒤 소비자 반응 등을 살피고 내년부터 가맹 비즈니스를 본격화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초기 투자비용 대비 높은 수익 '장점'
이들 업체가 배달 매장에 뛰어드는 까닭은 이 시장이 고속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국내 배달 음식 시장 규모는 20조원대로 추산된다. 배달 앱 이용자도 2013년 약 90만명에서 지난해 2500만명으로 늘어났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19 여파로 매장에 가기를 꺼리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배달 매장의 전망도 밝다는 평가다.
또 배달 매장은 일반 매장보다 소규모 창업이 가능해 초기 투자 비용 대비 높은 수익도 기대할 수 있다. 임대료와 인건비 상승에 따른 고정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실제로 스쿨푸드 딜리버리의 올해 점포당 월평균 순수익은 8000만원으로 일반 카페형 매장(4000만원)보다 두배 높게 나타났다.
이는 배달형 매장의 특성에 따라 고정비 절감 효과가 반영된 결과로 스쿨푸드 측은 분석했다. 실제로 동일한 지역에 위치한 스쿨푸드 카페형 매장과 배달형 매장의 임대료는 한 달 기준 적게는 600만원, 많게는 1200만원 차이를 보였다.
스쿨두드 관계자는 "손님을 응대하고 매장을 운영해야 하는 홀 매장보다 배달 특화 매장은 창업 비용이 적고, 이익률은 기본 10~20%가량 높다"며 "올 상반기에는 코로나19 여파로 매출이 전년 대비 약 30% 증가했다"고 말했다.
BBQ의 BSK 역시 5000만원대로 오픈할 수 있고, 월평균 5000만원 이상의 매출액을 기록하고 있다.
BBQ 관계자는 "지난 4월 말부터 용인과 양재 등에서 총 6곳을 직영으로 시범 운영하면서 매출 분석과 수익성을 검토한 결과, BSK는 하루 평균 매출 예상치를 40%에서 최대 100%까지 뛰어넘었다"며 "한 매장의 경우 최고 300만원 이상의 실적을 기록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다만 일부에서는 배달 매장의 경우 음식이 만들어지는 환경을 고객이 확인할 길이 없어 위생에 더 취약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환경 파괴도 심각한 문제다. 플라스틱·비닐·페트병 등에 담겨 오다 보니 버려지는 일회용품이 산더미처럼 쌓이기에 십상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배달 음식이 보편화한 상황에서 지속 가능한 배달 용기에 대한 인식 제고와 대안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