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아메리칸 드림'이 현실화 될 전망이다. 현재까지 거둔 성과만으로도 대견한 '미나리'다.
영화 '미나리(정이삭 감독)'가 제93회 아카데미시상식(Academy Awards)에 한걸음 더 다가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 여파로 전 세계 영화계가 침체기에 빠졌지만, 어디에 씨를 뿌리든 잘 자라는 미나리처럼 '미나리'의 존재감 만큼은 눈에 띄는 성과와 함께 단연 빛나고 있다.
'미나리'는 1980년대 아메리칸드림을 쫓아 미 아칸소주(州)의 농장으로 건너간 한 한인 가정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브래드 피트가 설립한 플랜B가 제작하고 A24가 투자를 진행한 할리우드 작품으로, 할리우드를 주 무대로 활동하는 스티븐 연과 함께 한국배우 윤여정·한예리가 출연했다.
국내보다 국외 화제성을 선점한 '미나리'는 올해 1월 개최된 36회 선댄스영화제(Sundance Film Festival)에서 자국 영화 경쟁부문 심사위원 대상과 관객상을 수상하며 본격적으로 세계 영화 시장에 소개됐다.
첫 선을 보이자마자 버라이어티, 워싱턴 포스트, 인디와이어, 할리우드 리포터 등 각종 외신들은 '미나리'에 대한 호평과 함께, 지난해 글로벌 영화계의 새 역사가 된 '기생충(봉준호 감독)'의 뒤를 이을 '오스카 차기 후보'로 거론하기 시작했다.
세계적인 영화 비평 사이트인 로튼 토마토에서 신선도 지수 100%를 달성한 '미나리'는 '따뜻하고 애정 어린 시선으로 담은 가족의 보편적인 의미'(Variety), '올해 최고의 영화'(CBR), '이 시대 최고의 감독으로 성장한 정이삭 감독'(The Playlist), '응원하고 싶어지는 사랑스러운 가족'(Guardian), '낯선 미국의 평범한 한국인 가족, 그들이 만든 눈부신 순간들'(Entertainment Weekly), '따뜻하고 특별하다. 애정과 정성이 가득한 작품'(RogerEbert.com), '친근한데 특별하고, 보편적인데 깊이 있다'(Battle Royale with Cheese), '모든 장면이 아름답다'(Film School Rejects) 등 찬사를 한 몸에 받고 있다.
미국 매체 버라이어티와 AP는 '올해 최고의 영화'로 '미나리'를 선정, 할리우드 리포터는 '2021 오스카 유력 후보' 기사에서 '미나리'를 작품상, 감독상, 연기상, 각본상 부문에 유력 후보로 조명했다. 베니티 페어 역시 '올해 최고의 영화 톱10'에 '미나리'를 꼽았다. 정이삭 감독은 전 세계 231명의 평론가들이 투표에 참여한 2020년 인디와이어 크리스틱스 폴에서 최우수 감독 부문과 최우수 각본 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배우들에 대한 주목도도 남다르다. 미국 사이트 어워즈와치는 2월 윤여정을 아카데미시상식 여우조연상 후보로 일찌감치 점찍었고, 인디와이어도 '올해 최고의 여배우 베스트13'에 윤여정을 지목했다. 한예리는 할리우드 리포터 '올해의 위대한 연기(The Great Film Performances of 2020)' 기사에서 '극에 활력을 불어넣어 준 인상 깊은 연기, 스티븐 연과의 훌륭한 감정 호흡'이라는 평을 받았다.
'미나리'에 대한 관심은 수상으로도 증명됐다. 아카데미시상식을 약 4개월 앞둔 시기 '미나리'는 해외 영화제를 섭렵하며 연이은 낭보를 전하고 있다. 덴버영화제(Denver Film Festival) 관객상·최우수 연기상(스티븐 연), 8회 미들버그영화제(Middleburg Film Festival) 앙상블어워드(배우조합상), 하트랜드영화제(Heartland Film Festival) 관객상·지미 스튜어트 공로상을 받았다.
무엇보다 윤여정이 '기생충'도 해내지 못한 아카데미시상식 연기부문 후보에 오를 수 있을 지가 최대 관심사. 윤여정은 미국 독립영화 시상식인 30회 고섬어워드(Gotham Awards) 최우수연기상 부문에 노미네이트 됐고, 미국 할리우드 저널리스트들이 새롭게 개최한 선셋필름서클어워즈(Sunset Film Circle Awards) 여우조연상을 비롯해 41회 보스턴비평가협회상(Boston Society of Film Critics)에서는 주제가상과 함께 여우조연상 트로피도 품에 안았다.
'미나리'를 바라보는 국내외 시선의 가장 큰 특이성은 할리우드와의 협업이다. 앞서 '기생충'이 완벽한 한국 로컬 영화로 전 세계 영화계에 파란을 일으켰다면, '미나리'는 할리우드에서 미국 본토를 배경으로 '한인'이라는 소재를 본격적으로 다뤘다는 점, 여기에 국내에서 주로 활동한 한예리, 윤여정이 할리우드 무대에 진출했다는 점이 '미나리'에 대한 궁금증과 호기심을 더욱 높인다.
몇 해에 걸쳐 다양성을 의식하고 있는 할리우드와 아카데미시상식에서 아시아를 넘어 글로벌 무대에서 각광받는 'K-무비'의 영향력은 그들에도 꼭 필요한 콘텐츠가 됐다. 모든 것이 절묘하게 맞아 떨어지고 있는 상황. '미나리'의 등장도 가히 운명적이다.
'기생충'을 통해 아카데미 레이스가 설레발과 김칫국을 마시는 것이 아니라는 것쯤은 이미 증명된 바, '미나리'가 아카데미시상식 입성으로 '기생충'의 명맥을 이을지 국내외 영화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93회 아카데미시상식 후보 발표는 2021년 3월 15일, 시상식은 4월 25일에 개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