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고 많고 탈도 많았던 '승리호(조성희 감독)'가 드디어 출발대에 선다. 우려를 지워낼지, 기대를 저버릴지 대중의 평가만 남았다.
넷플릭스는 최근 '승리호'의 공개일을 확정했다. 오는 2월 5일. 설 연휴를 약 일주일 앞둔 시점이다. 극장가에서 전통적으로 성수기로 통하는 설 연휴를 '안방극장가'인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플랫폼인 넷플릭스가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승리호'는 2092년 돈 되는 일이면 뭐든지 하는 우주쓰레기 청소선 승리호의 선원들이 대량살상무기로 알려진 인간형 로봇 도로시를 발견한 후 의도치 않게 위험한 거래에 뛰어드는 이야기를 그린다. '늑대소년' 조성희 감독의 신작으로, 송중기·김태리·유해진·진선규 등 화려한 출연진을 자랑한다.
매우 험난한 여정을 지나왔다. 지난 2019년 7월 크랭크인해 11월 크랭크업했다. 곧바로 후반작업에 돌입했고, 2020년 여름 개봉을 계획했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산세가 잦아들지 않자 9월로 일정을 미뤘다. 이마저도 여의치 않게 되자 다시 한 번 개봉을 잠정 연기했다. 연기에 연기를 거듭하다 결국 극장 개봉을 포기하고 넷플릭스 행을 택했다. 이슈를 몰고 다니다 넷플릭스 행을 선택한 후에도 오랫동안 공개 날짜를 확정하지 않다가 약 세 달 만에 드디어 출항 시기를 알렸다.
제작 단계에서부터 많은 이야기가 오간 영화다. 한국영화 최초로 우주를 배경으로한 SF 블록버스터라는 과감한 시도, '늑대소년' 이후 재회한 조성희 감독과 송중기, 김태리를 필두로 최고의 캐스팅 라인업 등 기대 요소가 다분한 덕분이다. 그러나 또 다른 이야기도 지속적으로 흘러나왔다. CG·VFX의 완성도가 할리우드 SF 영화에 길들여진 관객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할 것이란 예측도 있었고, 한국 관객이 크게 선호하지 않는 스페이스 오페라 장르이기에 기대를 충족하지 못할 것이란 반응도 있었다. 업계에서는 '승리호'가 화려하게 부풀려진 프로젝트라는 우려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개봉이 연기되고, '승리호'를 둘러싼 우려와 기대가 쏟아지는 사이 투자배급사인 메리크리스마스도 혼란스러운 시간을 보내며 업계의 시선을 받았다. 모회사였던 화이브라더스코리아가 매각돼 스튜디오산타클로스로 바뀌었고, 자회사였던 메리크리스마스는 떨어져 나와 콘텐트 제작사인 이미지나인컴즈에 인수됐다. 메리크리스마스의 상황에 쉽지 않았던 '승리호'의 개봉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240억원의 제작비를 들여 만든 이 작품은 넷플릭스에 판매될 때에도 판매 금액에 많은 관심을 모았다. 통상 제작비에 10% 정도를 더 지불한다고 알려진 넷플릭스에서 '승리호'만큼은 더 좋은 대우를 받았다는 이야기도 들려왔다. 어찌됐든,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되는 한국영화 가운데 가장 많은 제작비를 들여 가장 비싸게 팔린 영화가 된 셈이다. 넷플릭스를 통한 배급은 작품에 좋은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특히 많은 국가의 극장이 문을 닫고, 넷플릭스에서 K-콘텐트가 큰 힘을 발휘하고 있는 요즘은 전 세계 190여개국에 동시에 영화를 공개할 수 있다는 점은 매력적이다. 덕분에 유아인·박신혜 주연의 좀비 영화 '#살아있다'는 미국 넷플릭스에서 지난해 가장 많이 재생된 외국 영화 3위에 올랐다. 아시아권 영화 중에서 가장 높은 성적을 거뒀다. '승리호' 또한 넷플릭스를 타고 전 세계 관객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까. 유정훈 메리크리스마스 대표는 "현재 전 세계에서 대규모로 유행하는 코로나19를 배제할 수 없고, 콘텐트 유통에 대한 기존 환경과 디지털 사이의 경계가 점차 허물어지고 있다"면서 "후속적인 슈퍼 IP(지적재산) 확장에 박차를 가해 글로벌 시장에서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기반을 조성하기 위해, 국내 관객은 물론 전 세계 관객들에게 가장 성공적으로 '승리호'를 선보일 방법으로 넷플릭스를 선택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