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페이가 지난달 29일 금융위원회에 디지털 손보사 설립을 위한 예비인가를 신청했다.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가 금융 소비자들의 손에 익어가자, 카카오가 다음 금융 플랫폼 타깃으로 '보험'을 겨냥했다. 하반기 빅테크와 보험이 결합한 디지털 손해보험사(손보사)를 만들겠다고 나선 것이다. 2021년에는 '디지털 보험 시장'이 더욱 활기를 띨 전망이어서 보험업계 내 '게임체인저'가 될지 주목된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카카오페이는 금융당국에 디지털 손보사 예비인가 신청을 완료했다. 카카오의 손보사는 카카오페이가 대주주로 경영권을 갖고, 카카오는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하는 형태로 설립된다.
당국이 예비인가를 승인하면 카카오페이는 손보사 법인을 설립하고 본허가 승인을 받는 등 절차를 밟게 된다. 카카오 보험의 출범 목표는 올해 하반기다.
이는 지난해 삼성화재와 합작 손보사를 만들기로 한 것이 무산된 지 6개월여 만이며, 사업계획 수립에 착수한 지 1년여 만이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1월 캐롯손해보험이 디지털 손보사로 출범한 것이 처음이다. 한화손해보험의 자회사로 지난해 1월 출범한 캐롯손보는 주행거리에 따라 후불로 보험료를 내는 '퍼마일 자동차보험'과 필요할 때만 보험을 스위치처럼 껐다 켤 수 있는 '스마트ON보험' 등 기존 보험상품과 차별화된 상품들을 출시해 시장의 관심을 모았다.
이어 하나금융그룹이 지난해 인수한 하나손보(옛 더케이손보)를 디지털 손보사로 전환하며 본격적인 업무를 시작했고, 여기에 카카오까지 디지털 손보사 시장에 동참하게 된 것이다.
카카오페이 측은 "국내 최초 핀테크 기업이 만드는 보험인 만큼, 합리적이고 차별화된 보험상품을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디지털 보험사는 기존 보험사와 달리 지점이나 설계사를 둘 수 없고 텔레마케팅도 하지 않고, 모바일 앱과 웹 서비스로 영업하면서 상품도 직접 개발하는 회사를 의미한다. 이는 카카오뱅크나 카카오페이·증권 등 카카오의 금융 서비스가 운영되는 방식과 결을 같이 한다.
이를 위해 카카오는 지난해 인재 영입과 전산시스템 인프라 구축을 마무리하고, 인슈어테크 스타트업인 인바이유를 인수했다.
여기에 카카오가 금융 플랫폼을 안착시키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했던 월간활성이용자 수(MAU)가 약 4500만명에 달하는 카카오톡이 카카오의 보험영업을 뒷받침해줄 전망이다.
또 코로나19 사태로 증폭된 시대적 변화를 등에 업고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마이데이터 사업이 날개를 달아주며, 전통 보험사들을 긴장하게 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업계에서는 카카오톡을 무기로 카카오뱅크를 은행권 '메기'로 성공시킨 카카오의 보험사 설립을 주시하는 분위기다. 카카오뱅크는 불과 2년 만인 2019년에는 연간 기준 흑자전환에도 성공했고, 은행업을 바라보는 소비자의 인식을 전환하는 데도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기 때문이다.
카카오페이 역시 가입자 수 3500만명, MAU 2000만명을 넘어섰고, 2020년 3분기까지 누적거래액 47조원으로 2019년 연간 거래액을 3분기 만에 달성했다.
카카오의 새로운 금융 플랫폼이 될 보험은 자동차보험과 단기·소액보험 분야부터 사업을 전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통 보험사를 카카오페이가 단숨에 따라잡기는 어렵지만, 고객 접근성을 바탕으로 2030대부터 차근차근 세력을 넓혀나갈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관계자는 "카카오뱅크가 은행권의 '디지털화'에 방아쇠를 당겼다고 얘기할 정도로 카카오의 금융 서비스는 영향력이 크다"며 "번뜩이는 상품을 내놓는 것도 카카오 금융 서비스의 강점으로 작용할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