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수신료 인상을 위한 첫 삽을 떴다. KBS이사회는 27일 정기 이사회를 열고 수신료를 월 2500원에서 3840원으로 인상하는 안건을 상정했다. 양승동 사장 등 KBS 경영진은 이날 40년째 금액이 동결된 상황에서 전체 재원의 46%를 충당하는 수신료 수입으로는 KBS에 요구되는 공적 책무를 다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KBS 수신료는 1981년부터 월 2500원이다. KBS는 수신료를 3840원으로 인상할 경우 수신료 수입이 6705억원(2019년 기준)에서 1조411억원으로 늘어나며 전체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53.4%로 커진다.
이사회에서는 추진 시기를 놓고 찬반 논란이 오갔다. 황우섭 이사는 “현재 코로나19로 국민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고, 재난지원금을 어떻게 마련할까 논의하는 마당에 국민 부담을 가중시키는 논의를 시작하는 것이 부적절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대석 이사도 “국민에게 코로나에 대한 보다 희망적 소식이 들려오면 그때 상정해도 무방할 것 같다”고 했다.
이에 대해 김상근 이사장은 “그와 같은 염려에 동의하지만 일단 상정하고 (의결은) 긴 호흡으로 가져가면 어떨까 싶다”고 제안했다.
KBS의 정치적 중립성 문제를 놓고도 격론이 벌어졌다. 황 이사는 “김상근 이사장은 87년 KBS가 ‘불공정’하다는 이유로 수신료 거부운동을 주도했고, 2010년과 2013년 KBS가 수신료를 인상하려고 했을 때 양승동 사장이 소속됐던 KBS민주노총 노조는 KBS가 ‘정부에 대해 비판이 무디다’며 수신료 인상을 반대했다. KBS가 그때는 정부 비판에 무뎠고 지금은 날카롭냐”고 따져 물었다. 반면에 서정욱 이사는 “왜 공정성이 수신료 인상의 전제조건이 돼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KBS에 대해) 여당은 공정하다고 하고, 야당은 불공정하다고 하는데 여야가 모두 공정하다고 생각하지 않으면 수신료 문제를 천년만년 둬야 하냐”고 반박했다.
한편 이날 이사회는 KBS 경영진이 제출한 수신료 인상안을 안건에 상정하고, 추후 논의를 거쳐 의결하기로 했다. 다음 이사회 일정은 미정이다. KBS이사회는 통상 매달 한 차례 열린다. 수신료 인상안은 KBS이사회가 심의·의결해 방송통신위원회에 제출하고, 방통위는 접수한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검토 의견서와 함께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 제출한다. 국회의 승인을 얻으면 최종 확정된다. KBS 수신료 인상안은 2007, 2011, 2014년에도 국회에 제출됐지만 승인받지 못하고 회기 만료로 폐기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