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쿠팡과는 다른 방식’으로 공격 경영을 선언했다. 목표는 “콘텐트·커머스의 글로벌 창구”. 쿠팡이 ‘빠른 배송’이라면 네이버는 ‘다양한 배송’, 쿠팡이 ‘직접 물류’라면 네이버는 ‘제휴를 통한 IT물류’를 내세웠다.
기업공개(IPO) 성사 시 자금을 확보할 쿠팡에 대비해, 네이버는 올해 회사채를 발행해 투자 실탄을 쟁인다는 계획이다. 쿠팡의 전략인 “영업이익률보다 시장 점유율”을 네이버 또한 공식 선언한 만큼, 이커머스 시장 전쟁은 격화될 전망이다. 28일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네이버 한성숙 대표와 박상진 최고재무책임자(CFO)가 밝힌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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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만에, 20%대 성장률
회사의 4분기 매출은 1조5126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8.3% 늘었고, 영업이익은 3238억 원으로 17.6% 늘었다. 2020년 연간 매출은 5조3041억원으로 전년 대비 21.8% 증가했다. 네이버의 연 매출 성장률이 20%를 넘긴 건 지난 2016년 이후 4년 만이다. 영업이익은 1조2153억원으로 전년 대비 5.2% 증가.
4분기 사업 분야별로는 검색·배너 광고 매출이 선방하고(7702억원, 전년 동기 대비 5.6%), 쇼핑(3168억원, 37%), 핀테크(2011억원, 67%), 콘텐트(1389억원, 49%), 클라우드(856억원, 41%) 등 신사업 분야가 고속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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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류 투자 늘리고, 쿠팡과는 다르게”
쇼핑은 회사 매출의 5분의 1을 차지하며 검색 광고에 이은 주력 사업으로 자리 잡았다. 한 대표는 “스마트스토어 결제자 수가 지난해 2000만명을 돌파했고, 고객당 결제 횟수와 객단가는 각각 43%, 47% 성장했다”고 밝혔다.
올해는 물류와 쇼핑의 결합 속도를 높일 계획이다. 네이버는 지난해 CJ대한통운과의 주식교환 외에도, 브랜디·아워박스 같은 물류 스타트업과 생각대로·부릉 같은 배달대행업체에 대거 투자해 왔다. 한 대표는 “직접 물건 드리는 쿠팡과는 다르게 발전시킬 생각”이라며 “빠른 배송 외에도 예약 배송, 선물 배송 같은 다양한 고객 수요를 맞추겠다”고 했다. 네이버는 현재 LG생활건강 등 8개 대형브랜드숍의 상품을 CJ대한통운으로 빠르게 배송하고 있으며, 올해는 더 확대할 계획이다.
최근 택배 기사의 과노동이 사회적 논란이 됐다. CJ대한통운도 그 중심에 섰다. 그러나 한 대표는 “(쿠팡처럼)물류를 직접 한다고 해서 택배노조 이슈 같은 문제가 해결될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며 “물류는 협업이 경쟁력 있다”고 못 박았다.
박상진 CFO도 회사채를 발행해 확보한 자금을 투자할 사업으로 국내에서는 “4PL 물류”를 꼽았다. 4PL이란, 기존 물류에 IT솔루션을 결합해 재고 관리 및 공급망 관리, 전략 컨설팅까지 해 주는 신 물류 서비스다. 네이버에 입점한 판매자가 물류·컨설팅을 네이버에 전담 의뢰하게 하겠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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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혈 마케팅해서라도, 멤버십 늘린다
네이버가 지난해 내놓은 월정액 회원제 '플러스 멤버십' 가입자는 최근 200만 명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이는 네이버 쇼핑의 성장에도 한몫했다. 네이버 쇼핑에서 월 20만원 미만 구매하던 이들도, 일단 멤버십에 가입하면 결제 금액이 가입 전보다 5배 이상 늘어난다고 한 대표는 설명했다.
회사는 마케팅 비용으로 4분기에만 1837억원을 썼다. 전년 동기보다 78%나 늘었다. 멤버십 회원에게 지급하는 적립금 등이 주된 지출이다. 그런데도 더 늘릴 전망이다. 박 CFO는 “멤버십 강화가 중요하다”며 투자를 늘리겠다고 했고, 최인혁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커머스·핀테크 같은 신사업의 공격적 투자로, 단기 영업이익률 개선은 쉽게 얘기할 수 없다”며 “마켓쉐어를 차지하면 전 분야에서 이익이 나올 것”이라고 했다.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까지 막대한 적자라도 감수하는 쿠팡의 스타일을, 네이버도 본격화한다는 의미다.
네이버는 최근 6600억 원에 인수한 웹소설 플랫폼 왓패드와 네이버웹툰의 원작을 영상으로 제작하는 콘텐트 사업도 늘릴 계획이다. 지난해 네이버웹툰은 연간 거래액 8200억원, 월간 실사용자는 7200만 명을 돌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