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MC(모바일커뮤니케이션)사업본부의 대대적인 재편을 예고하면서 최근 티저 영상을 선보인 롤러블(화면이 돌돌 말리는) 스마트폰의 출시 연기가 불가피해졌다. 이에 폴더블(화면이 접히는) 스마트폰 시장을 선점한 삼성전자가 롤러블폰에서도 '세계 최초' 타이틀을 가져갈지 관심이 쏠린다.
31일 네덜란드 IT 전문 매체 렛츠고디지털은 삼성전자가 출원한 롤러블폰 특허를 바탕으로 만든 렌더링 이미지를 공개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3월 '듀얼 슬라이드형 전자장치'의 특허를 내놨으며, 이달 관련 문서가 세계지식재산기구(WIPO)에 게재됐다. 렛츠고디지털은 이 스마트폰이 화면 확장성을 고려해 전면에는 크고 유연한 디스플레이, 후면에는 디스플레이 또는 금속 필름, 가죽과 같은 재료가 쓰일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삼성전자가 지금까지 듀얼 스크린폰을 내놓은 적이 없는 만큼 후면에는 디스플레이가 아닌 소재를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 롤러블폰에는 두 개의 기어와 하나의 기어 레일이 있어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를 말고 펼 수 있다. 화면은 6인치에서 8인치로 약 30% 확대가 가능할 전망이다. 화면이 펼쳐질 때 움직이는 외부 프레임에는 일종의 체인 시스템을 적용하고, 여기에 외부 이물질 유입 차단을 위한 커버를 씌울 것으로 보인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해 11월 현장점검 차원에서 서울R&D캠퍼스를 방문했는데, 당시 시장에 나오지 않은 스마트폰을 들고 있는 모습이 포착돼 화제를 모았다. 옆에서 설명하는 직원의 손동작을 봤을 때 화면이 펼쳐지는 스마트폰일 것이라는 추측이 나왔다. 회사는 현재 연구·개발 단계에 있는 시제품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당연히 (롤러블폰이) 미래 스마트폰 사업 전략에 포함돼 있다. 하지만 출시 일정 등 정해진 사항은 없다"며 "차세대 폼팩터(구성·형태)를 떠나 고객에게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하는 것에 중요하다"고 말했다.
LG전자는 이달 중순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1'에서 차세대 폼팩터 시장에 선전포고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회사가 스마트폰 사업 재편 계획을 발표하면서 롤러블폰의 미래가 불투명해졌다. 프레임과 디스플레이 간 이물질 유입 차단과 내구성 개선 등 해결해야 할 기술적 과제도 산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LG전자가 그나마 경쟁력 있는 북미 등 일부 사업부를 매각하고 차세대 제품 연구·개발 조직을 남겨둘 것이라고 관측하고 있지만, 아직 정해진 사실은 없다.
서동명 LG전자 MC경영관리담당은 지난달 29일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스마트폰) 주요 업체 간 경쟁이 더욱 심화할 것으로 본다. 현재와 미래 경쟁력을 냉정하게 판단해 단말 사업의 운영 방향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현재 모든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구성원의 고용 안정성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고 했다.
LG전자 MC사업본부는 지난해 4분기 영업손실 2485억원을 기록하며 23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