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의 난’으로 쪼개졌던 금호그룹이 이번에는 ‘조카의 난’으로 인한 경영권 분쟁에 휩싸였다.
금호석유화학그룹이 박찬구 회장과 조카 박철완 상무의 지분 관계 변화로 인해 분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지난달 말 박 상무는 기존 대표 보고자(박 회장)와의 지분 공동 보유와 특수 관계 해소를 공시하며 분쟁을 공식화했다. 이어 3월 주주총회를 앞두고 이사 교체와 배당 확대 등을 요구하는 주주 제안을 회사에 발송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박 상무는 보통주 1주당 1500원에서 1만1000원, 우선주 1주당 1550원에서 1만1100원으로 배당을 확대하는 제안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에 비해 7배 이상의 배당금 확대를 요구하고 나선 터라 금호석유화학 측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박 상무가 요구한 배당금은 3000억원 규모다. 배당 확대를 요구하는 배경에는 금호석유화학의 2019년 영업이익이 3679억원이었는데 2020년 흑자규모가 2배 가량 늘어났다는 점을 들었다.
박 상무는 고 박정구 금호그룹 회장의 아들로 금호석유화학 지분 10%를 보유한 개인 최대 주주다. 박찬구 회장의 지분율은 6.7%이고, 박 회장의 아들인 박준경 전무가 7.2%와 박주형 상무가 0.8%씩 보유하고 있다. 14.7%와 10%라 지분율 차이가 크지 않다. 게다가 박 상무가 최근 금호석유화학 지분 3~4%를 사들인 건설업체 IS동서와 연합한다면 양측의 지분율은 엇비슷해진다.
결국 경영권 분쟁은 소액주주에 따라 갈릴 공산이 크다. 이로 인해 박 상무가 배당금 확대로 소액주주들의 마음잡기에 들어간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박 상무는 지난해 7월 그룹 인사에서 마음이 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회장의 아들인 박준경 전무는 승진하고, 박 상무는 승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에 박 회장 측은 "주주제안을 경영권 분쟁으로 조장하며 단기적인 주가 상승을 통해 경제적 이익을 얻고자 시도하는 불온한 세력의 움직임에 동요하지 않기를 우선 주주들에게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한편 금호그룹에서는 지난 2009년에도 친족 간 경영권 분쟁이 있었다. 2009년 박인천 창업주의 3남인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4남 박찬구 회장 간 '형제의 난'을 벌였다. 오랜 기간 갈등이 이어지다 2015년 금호아시아나그룹과 금호석유화학그룹으로 분리됐다.